중국 베이징 한복판의 한 대형 쇼핑몰에 최근 '뉴욕베이글러스뮤지엄'이라는 베이커리가 문을 열었다. 이름부터 한국에서 큰 인기를 끈 '런던베이글뮤지엄'을 떠올리게 한다. 매장 분위기와 메뉴 구성, 진열 방식까지 놀랄 만큼 닮아 있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런베뮤의 해외 진출인가?"라고 착각할 정도다.
하지만 이런 장면은 중국에서 이제 더 이상 낯설지 않다. 넷플릭스 화제작 '흑백요리사'는 중국에서 유사 포맷의 프로그램으로 제작됐고, 올리브영의 로고와 색감을 연상시키는 '온리영' 매장이 등장하는가 하면, '인생네컷' 역시 비슷한 폰트와 캐릭터를 내세운 로컬 브랜드도 빠르게 확산됐다. 이제 중국의 카피는 단순한 상품 모방을 넘어 브랜드의 철학과 공간 경험, 소비 감성까지 복제하는 이른바 '브랜드 클로닝(Brand Cloning)' 단계로 진화했다.
왜 이런 일이 가능할까. 중국의 카피는 단순히 지식재산권 의식 부족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중국 기업들에게는 거대한 내수 시장에서 새로운 모델을 처음부터 만들어 위험을 감수하기보다, 이미 해외에서 검증된 성공 모델을 빠르게 흡수하고 현지화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으로 여겨졌다. 이런 환경에서는 '먼저 복제한 쪽이 시장을 선점한다'는 논리가 자연스럽게 작동했다.
일본 역시 전후 성장기 미국의 기술과 제품을 학습하며 경쟁력을 키웠고, 한국 기업들 역시 서구를 벤치마킹하며 세계 시장에 진출했다. 그러나 중국의 모방에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었다. 중국 시장은 하나의 거대한 시장인 동시에 여러 층위의 시장이 겹쳐 있는 구조였다. 베이징과 상하이의 소비자, 청두와 항저우의 소비자, 4·5선 도시와 농촌의 소비자는 서로 다른 취향과 소비문화를 가지고 있었다. 여기에 세대별 소비 성향까지 빠르게 분화되면서 기업들은 하나의 국가 안에서 다양한 시장 실험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었다. 블룸버그가 중국을 '전 세계 리테일 실험실(World's Retail Laboratory)'이라고 표현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래서 중국 기업들은 단순히 제품의 외형만 복제한 것이 아니라, 어떤 공간이 사람을 오래 머물게 하는지, 어떤 디자인이 소셜미디어에서 확산되는지, 어떤 소비 경험이 팬덤을 만드는지를 함께 학습했다. 복제는 종착점이 아니라 시장을 배우는 과정이었고, 그 과정에서 축적된 감각이 오늘날 중국 브랜드 경쟁력의 기반이 됐다.
중국이 여전히 모방하고 있다는 사실은 더 이상 흥미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모방을 반복하던 기업들이 이제는 스스로 브랜드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중국 차(茶) 음료 브랜드 차지(Chagee·패왕차희)는 스타벅스의 공간 경험과 브랜드 운영 방식을 학습하던 브랜드에서 이제는 자체적인 소비문화를 만들어내는 브랜드로 성장했다. 팝마트 역시 해외 캐릭터 산업을 참고하던 단계에서 벗어나 블라인드 박스와 한정판 소비문화를 전 세계에 확산시키고 있다. 과거 중국이 상품을 수출했다면, 이제는 브랜드와 소비문화, 나아가 감성의 문법 자체를 수출하기 시작한 셈이다.
베이징의 '뉴욕베이글러스뮤지엄'을 보며 분노할 수는 있다. 다만 우리가 정말 경계해야 할 것은 뉴베뮤 같은 카피캣이 아닌, 카피를 졸업한 브랜드들이다. 한때 '카피의 천국'으로 불렸던 중국은 이제 '브랜드의 중국'으로 변모하고 있다.
-최여진 맥스밸류 캐피털 최고경영자(CEO), 중국 사회과학원 대학 국제커뮤니케이션 박사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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