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만찬 자리에는 종종 낯선 얼굴들이 섞여 앉아 있다. 그들이 누구인지, 왜 이 자리에 있는 지에 대한 설명은 생략되기 일쑤다. 대신 호스트는 짧게 정리한다. “쯔지런(自己人, 자기 사람)입니다.” 그 한마디로 참석의 이유는 설명되고, 동시에 각자의 위치도 정리된다.
'쯔지런'은 단순한 친밀함의 표현이 아니다. 누가 신뢰의 범주 안에 있는 지를 가르는 말에 가깝다. 중국에서는 친구의 친구를 길게 소개하지 않는다. 쯔지런이라는 한마디면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다. 한국에서는 다소 무례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장면이다.
많은 사람은 아직도 중국의 ‘꽌시(關係, 관계)’를 술자리와 친분의 문법으로 이해한다. 먼저 친구가 되고, 술잔을 기울이면 비즈니스가 잘 되리라 믿는다. 한때 그런 방식이 통하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문법은 훨씬 냉정하다. 함께 웃고 잔을 부딪히는 동안에도 상대의 능력과 자원, 평판, 영향력, 잠재 가치를 동시에 평가한다. 가치의 균형이 맞지 않으면 친밀감만으로는 비즈니스가 움직이지 않는다.
그렇기에 누군가를 쯔지런으로 소개한다는 것은 가벼운 호의가 아니다. 소개자는 자신의 신뢰까지 함께 건다. 상대의 역량과 위험도를 충분히 검토했기에 가능한 추천이다. 그래서 쯔지런이라는 말은 친근한 호칭이라기 보다는 강력한 보증서에 가깝다. 술자리를 함께한 사람은 많아도, 쯔지런으로 인정받는 사람은 많지 않은 이유다.
이렇게 검증된 쯔지런들이 연결되며 형성되는 네트워크가 바로 '취안쯔(圈子·중국식 이너서클)'다. 취안쯔는 가치와 신뢰가 검증된 사람들 사이에서만 정보와 기회, 자본과 영향력이 먼저 교환되는 네트워크다. 중국에서는 같은 문제라도 공식 채널보다 취안쯔 안에서 해결 속도가 더 빠른 경우가 많다. 상당수의 거래와 사업 기회 역시 이 네트워크를 통해 먼저 연결된다.
이런 취안쯔의 작동 방식은 기업의 성장 구조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트립닷컴과 핀둬둬 같은 대형 기업에서 확인된 내부 신뢰 네트워크는 오늘날 딥시크와 유니트리 같은 신흥 기술기업에서도 반복된다. 학연·지연은 물론 동문과 경력 네트워크로 검증된 사람들끼리 먼저 연결되고, 그 안에서 의사결정 비용은 낮아지며 실행 속도는 빨라진다. 규모만 다를 뿐, 기업 조직과 개인 비즈니스 현장을 움직이는 원리는 크게 다르지 않다.
이 변화는 단순한 인간관계 방식의 변화로 끝나지 않는다. 중국 시장에서 기회가 움직이는 구조 자체를 바꾸고 있다. 과거에는 아는 사람이 많을수록 유리했다면, 지금은 어떤 취안쯔 안에 들어가 있느냐가 더 중요해졌다. 바깥에 있는 사람에게 정보는 늦게 도착하고, 기회는 이미 다른 곳에서 정리된 뒤다. 연결의 수보다 어디에 연결되어 있는 지가 더 중요해진 것이다. 이 구조는 특정 엘리트 집단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규모와 형태만 다를 뿐, 지역 사회와 중소 비즈니스 현장에서도 동일하게 작동한다. 중국에서 쯔지런이라는 말이 갖는 무게는 계층을 가리지 않는다.
"중국인과 비즈니스를 하려면 먼저 친구가 되라"는 말은 여전히 유효하다. 다만 오늘의 친구는 단순히 술자리로 맺어진 친분이 아니라, 쯔지런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사람을 뜻한다. 꽌시는 사라진 것이 아니라 검증의 구조로 재편됐다. 지금 중국에서 작동하는 것은 ‘검증된 꽌시’다.
-최여진 맥스밸류 캐피털 최고경영자(CEO), 중국 사회과학원 대학 국제커뮤니케이션 박사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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