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상봉] "아버지 살아계신 줄은…" 상봉장 '눈물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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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취재단·박은주 기자
입력 2018-08-24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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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2회차 첫날인 24일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북측의 조덕용(88·왼쪽) 할아버지가 남측의 동생 조상용(80) 할아버지와 아들 조정기(67)를 만나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


북쪽 아버지 조덕용(88) 씨를 만난 남쪽 아들 조정기(67) 씨는 아버지의 옆자리에 앉아 "살아계신 줄은 꿈에도 생각 못 했다"며 연신 눈물을 흘렸다. 

2차 이산가족상봉행사 단체상봉이 열린 24일 오후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는 그리운 얼굴을 만난 가족들의 오열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마주한 부자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서로를 얼싸안았다.

조덕용 씨는 6·25 전쟁 때 홀로 북으로 갔고, 당시 어머니 뱃속에는 아직 태어나지 않은 조정기 씨가 있었다.

조정기 씨의 어머니는 평생 남편을 그리워하다 남편의 생존 소식이 전해지기 불과 50여 일 전에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이산가족 가운데 남측의 ​최고령자인 강정옥(100) 할머니는 북측 동생 강정화(85) 씨를 보자마자 꼭 안아주고 쓰다듬었다.

강정화 씨는 "(언니를 만난 것이) 믿어지지가 않는다"며 되뇌었다.

김정숙(81) 씨도 북측 언니 김정옥(85) 씨 손을 잡고 "언니가 가던 녹슨 철길 따라서 우리가 오늘 왔어"라고 말하며 계속 울었다.

그는 "나는 언니 얼굴도 모르잖아. 엄마 얼굴도 모르고. 내 이름을 어떻게 기억했어"라며 긴 세월 참아왔던 그리움을 쏟아냈다. 

김정옥 씨는 1949년 청진으로 돈 벌러 간다고 떠난 이후 전쟁이 터지면서 강원도 양양에 살던 다른 가족들과 연락이 닿지 못했다.

안경숙(89) 씨는 북측 조카 안세민(80) 씨가 들어오자 "세민아" 외치며 달려가 안세민 씨를 안았고 가족들 모두 서로를 껴안고 대성통곡했다.

권혁찬(81)·혁빈(81) 형제는 북측 형 권혁만(86) 씨가 들어오자 단번에 알아보고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다. 이순연(53) 씨도 상봉장에서 북측 삼촌을 만나자마자 "저예요. 순연이. 제가 순연이예요"라며 통곡했다.

남측 81가족 326명은 24∼26일간 금강산에서 열리는 이산가족 2차 상봉을 통해 헤어졌던 북측 가족들과 만난다.

이날 상봉단은 단체상봉에 이어 환영 만찬에서 가족들을 다시 만나고, 이튿날에는 개별상봉과 객실중식, 단체상봉, 마지막 날 작별상봉 및 공동중식 순서로 총 12시간 동안 함께 시간을 보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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