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폭염에 웃고 우는 지구촌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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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미 기자
입력 2018-08-01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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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맥주·음료·에어컨 '활짝'..배달앱 매출도 껑충

  • 냉방 취약한 길거리 소매업체들 '울상'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영국 남동부 포크스톤에서 유로터널에 진입하기 위한 차들이 길게 줄을 늘어서 있다. 이날 영국은 연중 최고 온도를 기록하면서 철도 운행이 차질을 빚는 등 피해가 잇달았다.  [사진=AP/연합]


'역대급 무더위'가 지구촌을 강타했다. 유럽, 미국, 아시아 곳곳이 폭염으로 아우성이다.

하지만 폭염이 반가운 기업들도 있다. 더위를 식혀주는 제품을 제조·판매하는 업체들은 폭염에 매출이 쑥쑥 늘어나면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일본 맥주회사 기린도 그중 하나다. 일본에서 역대 최고 기온을 경신하는 등 지독한 폭염이 이어지면서 맥주와 음료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기린은 수요를 맞추기 위해 올해 ‘기린이치방’ 제품의 생산을 작년보다 10~40%가량 늘릴 계획이다. 일본 음료회사 산토리 역시 올해 7~8월 차음료와 스포츠음료 생산을 전년비 15% 늘리기로 했다. 

에어컨 수요가 급증하면서 관련 업계도 호황이다. 일본 대형 전자제품 판매점인 빅카메라는 올여름 에어컨 매출이 전년 대비 60~70% 큰 폭 뛰었다고 말했다. 선풍기와 얼음을 가는 기계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에어컨 설치업체들도 아침부터 밤까지 예약이 꽉 찼다. 

땀으로 옷이 푹푹 젖으면서 세제와 데오드란트도 폭염 제품으로 떠올랐다. 생필품 생산기업인 일본 라이온은 올해 여름 액체 세제와 섬유 유연제, 데오드란트 매출이 전년비 10~20% 증가했다고 밝혔다. 

경제분석전망 업체 EY아이템클럽의 하워드 아처 연구원은 “무더위는 음료, 식품뿐 아니라 선풍기, 선크림, 선글라스, 여름 의류 등 다양한 부문에서 소비 증대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다이이치생명 연구소는 7~9월 평균 온도가 1도 높아지면 일본의 가계소비가 약 29억 달러(약 3조2500억원)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고 보고했다.

뜨거운 볕에 외출을 삼가면서 중국의 배달 앱 매출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중국 대표 배달앱인 어러머의 통계에 따르면 5월 들어 점심시간·티타임, 야식시간의 주문량이 지난해 대비 243%, 235% 급증했다. 지난 6월 초에는 하루 주문량이 처음으로 500만 건을 넘기도 했다.

'차량공유' 등 스마트 교통 분야도 폭염이 반갑다. 중국 가오더(高德)지도는 "폭염이 지속되면서 앱을 통해 '길찾기'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이 늘고 차량예약 서비스 이용량도 200%가량 급증했다"고 소개했다.

관광업계는 피서객 증가를 통한 특수를 기대하고 있다. 최근 중국 관광연구원, 시트립관광빅데이터연합실험실이 발표한 '2018 중국 피서관광빅데이터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주요 '화로도시' 거주민의 82.1%가 "올 3분기 피서를 가겠다"고 답했다. 보고서는 올해 7~8월 중국인들이 피서에 지출하는 금액이 45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관광업계라고 해서 무조건 더위를 반길 수만은 없다. 날씨가 너무 뜨거워 항공기나 열차 운행에 차질이 생기도 한다. 지난 6월 말 미국 피닉스 스카이하버 공항은 기온이 49도에 육박, 봄바디어CRJ를 포함한 일부 소형 기종이 견딜 수 있는 운항 온도를 넘어섰다. 이에 미국 아메리칸항공은 피닉스 방문을 자제해달라는 특별 공지문을 발표하고 해당 공항을 오가는 항공편 50여 편을 취소해야 했다. 

폭염으로 유명 관광지가 문을 닫거나 행사가 취소되기도 한다. 그리스 아테네는 폭염으로 인한 관광객의 열사병을 우려해 도시의 대표 명소인 아크로폴리스를 폐쇄했다. 폴란드 당국은 바닷물 수온 상승으로 박테리아가 급증하면서 발트해안 50여 곳의 해수욕장에서 입수를 금지했고, 스위스는 산불 위험을 경계해 전통 불꽃놀이 행사를 취소했다.

폭염에 울상인 소매업체들도 있다. 냉방시설이 취약한 길거리의 옷가게나 음식점들은 매출이 줄었다고 한탄한다. 중국의 한 옷가게 주인은 현지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날씨가 너무 더워 나조차 밖으로 나가고 싶지 않을 정도로 비수기로 볼 수 있다"면서 "이에 위챗에 웨이상(微商)을 열고 계속 신제품이 출시됨을 알리는 등으로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고 답했다.

폭염으로 인한 소비 특수는 ‘반짝 효과’에 그치는 게 대부분이라고 수에자와 히데노리 SMBC닛코증권의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에 말했다. 보통 여름 소비가 급증한 뒤엔 가을·겨울 소비가 감소한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올해 러시아와 유럽에서 폭염과 가뭄으로 밀을 비롯한 곡물 수확량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농산물 가격 급등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식탁 물가 상승은 소비자가 예민하게 체감하기 때문에 민간 소비가 급격히 쪼그라들 수 있다. 또한 온열 질환에 따른 의료비나 에어컨 가동으로 인한 전력비 부담이 크게 늘 경우 다른 소비 여력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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