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권력화된 법원 끝까지 견제해야죠”…김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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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연 기자
입력 2018-07-3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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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겸손의 리더십·행동하는 지식인 등 수많은 수식어

  • 전관예우에 재판거래 의혹…사법부 불신 ‘참담’

  • 판결문 공개·법관평가제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 사회적약자 권리 강화 위한 활동 이어갈 것

김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이 최근 아주경제신문과 진행된 인터뷰에서 “변협의 위상 변화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대한변호사협회가 11년 만에 특검추천권(드루킹)을 부여받았고, ‘법관평가제’가 법관 인사에 정식으로 반영되는 등 (우리)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습니다. 국민과 국회가 변협의 역량을 신뢰하고 있는 만큼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현재의 사법 위기를 잘 타개할 수 있도록 역할을 다하겠습니다.”

김현 제49대 변협 회장(62·사법연수원 17기)은 사법부의 위기를 논할 땐 거침 없었고, 이룬 성과를 말할 땐 한없이 겸손했다. 그의 집무실 한쪽에는 직접 작성한 100대 버킷리스트가 큼지막하게 걸려있다. 일종의 ‘자신과의 약속’이다. 버킷리스트 중간중간 그가 표시한 별표도 보였다.

김 회장은 버킷리스트에 적힌 주요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매일 1명씩 국회의원을 만나 설득하는 작업을 1년 이상 반복했다. 버킷리스트 안에는 변호사시험 장소 확대·인공지능(AI) 대책 수립·100개 공관 법무담당관 파견 등 단체를 위한 항목도 일부 있지만 징벌적 손해배상제·대법관 구성 다양화·법원의 모든 판결문 공개·전관예우 혁파 등과 같은 국민의 권리강화를 돕는 법안이 대부분이다. 

그는 “국회로 출근 도장을 찍고 있다. 그야말로 (국회)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었다”며 “아마 나만큼 많은 국회의원을 만난 변협회장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다음 회장 어깨가 좀 더 가벼워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하루하루가 ‘기득권과의 전쟁’이라고 말하는 그는 체력을 잃지 않기 위해 하루 1시간 이상 꾸준히 운동도 하고 있다. 

◆전관예우에 재판거래 의혹···“법원 불신, 최악의 위기”

김 회장은 사회 전체가 과거로 회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새 정부 출범 이후 법원이 계속 과거 수사 재판에 매달리는 동안 경제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면서 “디스커버리 제도·공정거래법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법안과 심각해지는 화이트칼라 범죄에 대비한 입법 등 산적한 과제가 매우 많은데 법조계가 지나간 시간의 ‘단죄’에만 집착하고 있다. 적절한 선에서 정리하고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나치게 관료화된 법원에 쓴소리도 했다. 그는 “판사는 독립된 위치에서 양심에 따라 심판하는 존재”라며 “법원이 (안팎으로) 너무나 막강한 힘을 갖고 관료화됐다. 법원은 원래 그런 조직이 아니다”고 했다. 

법조계는 지금 엎친 데 덮친 격이다. 고질적 병폐인 전관예우 문제와 재판거래 의혹으로 법원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에 대해 “사법부 불신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전관예우는 오랫동안 공공연하게 존재했던 사실”이라며 “최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의 사법행정권 남용 문제까지 드러나면서 국민 입장에서는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 권한이 판결에까지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닌지 의혹을 가지는 게 당연”하다고 했다.

이어 “최근 사법행정권 남용의 본질은 법관 독립이 훼손됐다는 점”이라며 “이번 기회를 통해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 권한을 분산시키고 법관의 독립을 보장하는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선 법원이 판결문 공개에 앞장서야 한다는 지적도 했다. 그는 “국민 누구든지 확정된 사건의 판결문을 열람·복사하는 데 자유로워야 하는데 현재 공개되는 판결문은 극소수에 불과하다”며 “법원의 기본은 판결문 공개인데 기본조차 안 되니까 국민이 법을 신뢰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판결 속성상 재판 과정의 내용, 특히 합의부 구성원 논의 내용 등 외부로 공개하기 어려운 점이 다수 있다는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재판의 공정성이나 절차상 문제 등 사법부 신뢰와 권위가 바닥에 떨어진 현시점에서 법원도 판결 이유를 최대한 상세히 설명함으로써 판결문의 ‘설득기능’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판결문이 100% 공개돼야 국민이 소송할 때 자신의 승소 여부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고, (판결문에 대해) 변호사와 학자들이 자유롭게 비판·토론할 수 있어야 법관도 동기부여가 되고 법률문화 발전도 이뤄질 수 있다”면서 “그런데도 이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법원 스스로) 판결문에 대해 자신이 없기 때문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대법원의 심리불속행 기각 결정이 지나치게 높다는 점도 지적했다. 심리불속행이란 형사사건을 제외한 상고사건 가운데 상고이유에 관한 주장이 법이 규정한 특정한 사유를 포함하지 않으면 심리를 하지 않고 상고를 기각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 심리불속행 기각 결정 비율은 약 70% 수준이다.

김 회장은 “국민으로서는 판결문 공개가 안 되고 상고도 (이유공개 없이) 기각되다 보니 재판이 밀실에서 이뤄진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며 “법원이 좀 더 소통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이 아주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사법부 견제할 집단은 변협”···법관·검사평가제 공정성 강화

김 회장은 거대 권력으로 변한 사법부를 견제할 수 있는 수단으로 변협 역할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변협이 추진하고 있는 것이 ‘법관평가제’와 ‘검사평가제’다. 법관평가제는 변호사들 설문조사를 통해 법관의 소송태도를 평가하는 제도다. 최근에는 변협 요청에 따라 법관평가 결과를 법관 인사에 의무적으로 반영토록 하는 법원조직법 조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출범 3년 차를 맞는 검사평가제도 순항 중이다. 변협은 매년 1월 검찰에 검사 평가표를 제출해 왔는데 올해부터는 12월로 앞당겨 검찰 인사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김 회장은 “최근 (검찰)총장을 만났는데 검사평가제에 관한 관심이 기대 이상”이었다며 “최하위로 평가된 검사들 명단을 검찰청에 보내 인사에 참고하도록 요청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판사와 검사의 성실성·인권의식·친절도·공정성·재판 과정의 융통성 등을 가장 정확하게 알 수 있는 사람은 해당 재판에 참여했던 변호사”라며 “법원과 검찰 조직을 잘 알고 있는 조직, 그들을 견제할 수 있는 집단은 변협”이라고 강조했다.

법관·검사평가제가 제도화되면서 공정성에 대한 작업도 꾸준히 진행 중이다. 그는 “법관평가제는 이미 데이터가 10년 이상 축적됐고, 회원들이 평가에 많이 참여하면서 어느 정도 객관성을 확보했다”며 “앞으로는 재판관 태도와 판결 내용 등도 반영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사평가제도 최근 인권과 절차적 공정성에 가중치를 두는 방향으로 변경됐다. 김 회장은 “평가 내용과 근거를 세밀하게 분석하고 있기 때문에 감정적 요소가 개입될 여지가 없다”며 “공정성과 객관성에 대한 노력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행동하는 지식인···“은퇴 후 공익활동 계속할 것”

김 회장은 ‘행동파’다. 아버지 때문이다. 그의 부친은 1948년 김일성종합대학을 다니다 중퇴하고 남쪽으로 온 뒤 민주화운동의 현실 참여시를 다작한 김규동 시인이다. 김 시인은 1974년에는 반유신투쟁 일환으로 학계·언론·정치·종교·문인 등이 참여한 ‘민주회복국민선언’에 서명했다가 중앙정보부에 구류되기도 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행동파인 아버지 영향을 참 많이 받았다”며 “이왕 법학을 하게 됐으니 정의로운 사회, 법과 원칙이 지배하는 사회를 만드는 데 일조하라는 아버지 가르침을 가슴에 새기고 있다”고 말했다.

개인적으로 소비자 권익보호와 탈북자 인권 개선 등에 관심이 많다. 징벌적 손해배상을 지지하는 변호사·교수모임 상임대표, 탈북자를 걱정하는 변호사들 대표 등 공익활동에 앞장서고 있는 이유다. 변협회장이 된 후에도 소비자들을 위한 ‘제조물 책임법 개정안’ 국회 통과, 인지대 감액을 주요 내용으로 한 ‘민사소송 인지법 개정안’, 금융감독원 조사시 변호사 입회 허용 등에 힘썼다.

김 회장은 “옳다고 믿는 것을 실천하는 것이고, 제 명분에 공감하는 젊은 변호사들이 주변에 많이 모이니까 행동력이 생기는 것”이라며 “징벌적 손해배상의 경우 3년 정도 활동했는데 벌써 1000명의 변호사가 동참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기업에 비해 상대적 약자인 소비자들을 구제하기 위한 절차적 수단을 마련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했다.

제주도 난민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그는 “외국난민을 무조건 거부하는 ‘난민포비아’ 현상은 국격에도, 국제인권보호 측면에서도 맞지 않는다”며 “조건부 입국, 난민주거·이용시설 제한, 브로커 처벌 강화 등 일정한 절차를 거쳐 수용하는 방향으로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은

△경복고 △서울대 법학과 △서울대 대학원 법학석사 △미국 코넬대 대학원 법학석사 △미국 워싱턴대 로스쿨 석사 △미국 워싱턴대 로스쿨 해상법박사

△제25회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제17기 수료 △법무법인 세창 대표 △해양수산부 고문변호사 △서울고등법원 조정위원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런던국제중재재판소(LCIA) 중재인 △대한변호사협회 사무총장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한국미래소비자포럼 공동대표 △탈북자를 걱정하는 변호사들 대표 △징벌적 손해배상을 지지하는 변호사·교수 모임 상임대표 △물망초 국군포로송환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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