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강의 취재뒷담화] 뛰어가는 구글, 기어가는 원스토어, 팔짱끼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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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강 기자
입력 2018-07-08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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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글 국내 앱 마켓 점유율 61.2% 독점...원스토어 점유율 13.5% 불과

  • -조세 회피, 유통업체 대상 갑질 난무...정부 사후약방문 대처 빈축

 

옛날 옛적에, 토끼와 거북이가 살고 있었습니다. 토끼는 매우 빨랐고, 거북이는 매우 느렸죠. 어느날 토끼가 거북이를 느림보라고 놀려대자, 거북이는 자극을 받고 토끼에게 달리기 경주를 제안했습니다. 공주 연미산에서 경주를 시작한 토끼는 거북이가 한참 뒤진 것을 보고 안심을 하고 중간에 낮잠을 자고 맙니다. 토끼가 잠을 길게 자는 사이 거북이는 부지런히 기어와서 토끼를 지나치게 됩니다. 이후 잠에서 깬 토끼는 거북이가 자신을 추월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뛰어가보지만 이미 거북이가 승리한 상황이었죠.

이솝우화에 나오는 '토끼와 거북이'는 누구나가 알고 있는 이야기입니다. "천천히 노력하는 자가 승리한다"는 교훈은 지금까지도 각종 인용구나 예시로 쓰이곤 합니다. 다만 2000년전 이야기라는 점에서 현재 시대상과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죠. 21세기 토끼는 더욱 빨라졌고 게으르지도 않은 데다가, 심지어 자만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으로 글로벌 IT공룡기업으로 꼽히는 구글을 들 수 있습니다.

구글은 연간 약 1108억달러(한화 약 119조4313억2000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인터넷 기업입니다. 동영상, 인터넷, 인공지능(AI) 등 IT 분야에서 광폭 행보를 보이며 시장을 싹쓸이하고 있는 형국이죠. 국내 스마트폰도 구글의 안드로이드OS(운영체제)를 기본적으로 탑재하고 있어 대한민국에서 구글을 모르는 사람은 손에 꼽힐 지경입니다. 시장조사기관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구글의 지난해 구글플레이 국내 매출은 3조 434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처럼 구글이 국내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면서 국내 기업들은 뒤따라는데 급급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앱 마켓 시장만 놓고 봐도 구글의 국내 앱 마켓 시장 점유율은 61.2%에 달하는 반면, 국내 앱 마켓 원스토어는 13.5%에 불과한 실정이죠. 원스토어는 최근 앱 개발사들에서 받던 수수료율을 현행 앱 판매가의 30%에서 최소 5%까지 확 낮추겠다는 벼랑끝 배수진을 쳤지만, 이마저도 신통치가 않습니다. 가뜩이나 잘달리는 구글과 출발선상부터가 동일하지가 않았다는 점에서입니다.

구글은 2011년 휴대폰 제조사에 안드로이드OS를 제공하는 대가로 플레이스토어를 비롯해 크롬, 유튜브 등을 기기에 선탑재 하는 것을 요구했습니다. 자연스레 소비자들은 스마트폰에 깔려있는 플레이스토어를 이용하게 되면서 독보적인 플랫폼 선두주자가 됩니다. 하루가 1년처럼 발전하는 IT 시장에서 몇년 뒤 후발주자로 나온 원스토어가 구글을 따라잡기에는 이미 격차가 벌어질데로 벌어진 상태였죠. 앱 마켓의 최대 고객인 게임사들 역시 구글의 비싼 수수료를 감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플랫폼 시장이 구글로 잠식된 이후에야 정부는 부랴부랴 대처에 나섭니다. 구글이 앱 선탑재를 비롯해 게임사와 유통업체들을 상대로 시장지배력을 남용했다는 여러 정황들이 불거졌기 때문이죠. 공정거래위원회는 구글에 대한 조사에 들어간 상황이지만, 업계의 시선은 곱지 않습니다. 공정한 룰이 안 갖춰진 상태에서 시장은 굳어졌고, 규제 당국의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식의 대처에 국내 업체들은 뒤집을 기회를 놓쳤다는 점에서입니다.

이솝우화의 토끼는 낮잠도 자고 자만하기도 하는 다소 인간적인 부분들이 보입니다. 하지만 현실의 토끼는 낮잠은 커녕 더욱 부지런해지고, 세금도 피해가는 영악한 머리를 지녔습니다. 천천히 노력하는 국내 거북이들이 승리할 날이 올리가 만무합니다. 상황이 이렇다면 적어도 경기를 관장하는 심판(정부)이라도 나서서 본연의 역할이라도 충실히 해줘야 할텐데 말이죠. 공정한 룰 생태계가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가 강조하는 공정경제가 무슨 의미가 있을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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