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커스] '여의도 노동이사'에 거는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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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란 기자
입력 2018-06-27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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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이사제 바람은 증권가에도 분다. 그래도 다른 산업군에 견주어 보면 분위기는 제법 다르다. 증권맨은 협업하기보다는 혼자 일하는 편이다. 고액 연봉자도 많다 보니 '귀족 노조'라는 꼬리표가 증권사 노조를 따라다닌다. 노동이사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다른 산업군보다 작은 이유겠다.

유럽은 일찌감치 노동이사제를 보편화했다. 독일에서는 이사회 정원 가운데 최대 50%를 노동자가 차지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도 사례가 없지는 않다. 서울시가 2016년부터 출연기관을 대상으로 노동자 이사 도입을 의무화했다. 문재인 정부도 출범하면서 내놓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올해부터 노동이사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노동이사제에서 알맹이는 간단하다. 노동자 대표나 노조에서 추천하는 인물을 이사회에 넣는 것이다. 그런데 이 자체가 논란거리다. 노동자를 경영주체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경영 효율성이 크게 떨어질 거라는 지적도 있다. 맞는지 틀린지 판단하기가 어려운 얘기다. 그래도 노사가 더 대화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문제는 정치권이다. 논란을 조율하고 법을 손봐야 하지만 개점휴업 상태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공기업에 적용할 공공기관운영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여기까지다. 법안이 소관 상임위원회를 벗어날 기미는 없다. 정부도 크게 다르지 않다. 금융위원회는 공기업부터 노동이사제를 도입한다는 원칙만 세웠을 뿐이다.

재계는 우려한다. 노동이사제를 도입하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거다. 더욱이 증권업 노조에는 귀족 노조라는 꼬리표도 붙어 있다. 많은 연봉에 비해 1인당 생산성은 낮다. 회사가 덩칫값을 하는지 가늠할 수 있는 자기자본이익률(ROE)도 내세우기에 초라하다.

물론 노조는 노동이사제를 반긴다. 배가 산으로 갈 턱이 없다고도 반박한다. 이미 '거수기'라는 지적을 받는 이사회에 노동자 1명을 넣더라도 표결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 귀를 기울이면 이런 주장도 있다. 견제가 있었다면 동양증권(현 유안타증권)을 앞세워 수많은 투자자를 울린 동양사태는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 SK증권을 비롯한 8개 증권사는 노동이사제 도입안을 노사교섭 테이블에 올렸다고 한다. 일단 불어닥친 바람이다. 모든 법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식으로 바뀌어왔다. 그때그때 달랐더라도 길게 보면 그랬다고 본다. 한 증권사 노조위원장은 "노동이사제는 노사갈등으로 인한 비용도 줄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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