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검인물전] 서훈, 판문점서 눈물 훔친 남북화해 '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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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진 기자
입력 2018-05-01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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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훈 국정원장이 4월 27일 오후 판문점 평화의 집 앞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판문점 선언이 끝난 뒤 눈물을 훔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4월 27일 오후 5시 59분 판문점 평화의 집 앞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나란히 섰다. 남북 정상은 한반도에 전쟁 없는 화해와 평화시대를 열자는 내용의 '판문점 선언'을 공동 발표했다. 전 세계가 주목한 역사적 순간이었다.

김 위원장은 "우리의 역사적인 만남에 커다란 관심과 기대를 표시해준 기자 여러분들께도 사의를 표합니다"라며 발표를 마무리했다.

흰머리가 희끗한 남성이 이 장면을 지켜보다 말없이 뒤돌아섰다. 참았던 눈물이 쏟아졌는지 손수건을 꺼내 연신 눈물을 훔쳐냈다. 이 사람이 남한에서 북한을 가장 잘 아는 인물로 불리는 서훈 국정원장이다. 이번 남북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북한의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통일전선부장)과 미국 국무장관에 지명된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 등과 물밑 채널을 열고 대화의 물꼬를 텄다.

서 원장은 1980년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에 입사해 28년 넘게 대북·정보 부문에서 활동했다. 대북 전문가로 2000년 김대중·김정일 남북 정상회담, 2007년 노무현·김정일 남북 정상회담에도 핵심적 역할을 했다.

특히 서 원장은 대한민국 국적자 최초로 1997년 북한 경수로 사업 직원으로 공식 파견됐다. 약 2년간 북한에서 보냈다. 그의 북한 파견은 시작부터 순탄치만은 않았다.

국정원 인사처장 출신인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5월 국정원장 인사청문회에서 "서훈 원장은 제가 제일 존경하는 국정원 선배"라며 "북한에 파견될 때 굉장히 위중한 시기여서 사상 문제에 대해 가혹하리만큼 엄격한 신원 재조사를 받은 바 있다. 그때 유서를 쓰고 가셨다"고 밝혔다. 살얼음판이 따로 없는 남북관계를 20년 넘게 이어오던 서 원장의 부담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영국의 로이터통신도 지난달 28일 '남한의 스파이 최고위자가 북한과 역사적 만남의 열쇠 역할을 하다'라는 제목으로 서 원장을 소개하는 기사를 보도했다.

한편, 서 원장은 지난달 29일 일본 도쿄 총리 관저를 방문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게 남북 정상회담 성과와 한반도 비핵화 추진 방안을 설명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서훈 원장 파견은 4월 24일 아베 총리가 문재인 대통령과 통화할 때 강력히 요청해 이뤄진 것"이라며  "아베 총리는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해 주기 위해 문 대통령이 서훈 국정원장을 파견해 준 점에 대해서도 감사의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3월 8일 서 원장은 문 대통령 특별사절단 자격으로 미국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면담했다. 이에 앞선 5일에는 대북 특사 자격으로 평양을 방문해 김 위원장을 만나 남북 정상회담 약속을 받아냈다. 주요 국가 핵심 지도부를 만나 남북화해 연결고리 역할을 톡톡히 한 서 원장은 눈물을 훔칠 자격이 충분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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