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용과 코끼리 만난다, 중국-인도 관계 '봄바람' 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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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정, 윤이현 기자
입력 2018-04-26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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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진핑 주석, 모디 총리 27~28일 중국 우한에서 비공식 정상회담

  • 경제협력과 고위급 소통강화, 일대일로, 보호무역 등 이슈 논의 전망

[사진=연합뉴스]



"시모후이(習莫會, 시진핑-모디 만남)이 중국과 인도의 전략적 지혜를 보여줄 것이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지난 23일 이러한 제하의 사평으로 양국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표현했다. 국경에서의 군사적 대립, 일대일로(육·해상실크로드) 관련 갈등 속에서도 중국과 인도 정상이 다시 얼굴을 마주볼 예정이다. 얼어붙은 양국 관계가 이번 회담을 계기로 해빙 무드를 조성할 수 있을지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집중됐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오는 27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 비공식 정상회담에 나선다고 중국 왕이(王毅)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지난 22일 발표했다. 왕 부장은 중국을 방문한 수시마 스와라즈 인도 외무부 장관을 만난 후 일정을 전하고 "이번 회담의 목적은 양국 간 갈등 해소와 소통"이라며 "이번 회담을 계기로 상호 신뢰관계를 구축하고 역내·세계 평화 수호에 기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개발도상대국인 중국과 인도는 이번 회담을 통해 공통의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대립'에서 '협력'으로 관계 개선을 모색할 전망이다. 특히 경협을 강화하고 미국 등의 보호무역주의에 맞서자는 데 뜻을 모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대일로나 군사적 갈등 해결의 물꼬를 찾기는 쉽지 않겠지만 갈등은 제쳐두고 협력을 모색하는데 집중할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의견이다. 

◇ 중국·인도 "적극 환영", "미국 견제 목적" 의견도 

중국은 두 정상의 만남을 적극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냉각됐던 양국 관계가 녹기 시작했다는 아주 긍정적인 신호라는 평가다. 인도 언론도 이번 만남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 

중국 관영 신화통신사는 두 정상이 오는 6월 중국 칭다오(靑島)에서 열리는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를 앞둔 상황에서비공식 회담을 추진한 것은 이례적인 행보로 양국 관계를 그만큼 중시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9월 푸젠(福建)성 샤먼(廈門)에서 열린 브릭스(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정상회의에서 회동하 것을 포함하면 1년도 채 안되는 기간에 세 차례나 만나는 셈이다.

환구시보도 "비공식 만남으로 교류 강화에만 집중할 수 있어 막대한 성과가 기대된다"며 "1988년 양국간 해빙무드를 조성했던 덩샤오핑(鄧小平) 전 중국 주석과 라지브 간디 전 인도 총리와의 만남에 비견할 만할 것"이라고 높게 평가했다.  

인도 선데이가디언은 "중국과 인도의 총 인구는 26억명이 넘고 두 나라 모두 아시아에 위치해 여러 분야에서 이해관계가 일치한다"면서 "하지만 양국간 갈등이 협력의 잠재력을 제한하는 상황으로 이번 회담이 전환점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인디아타임스도 최근 "이번 만남은 두 정상이 마찰 속에서도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했다는 증거로 이정표적 사건이 될 것"이라며 "중국 특색사회주의가 신(新)시대를 맞았고 인도는 발전·부흥의 중요한 단계에 있어 의미가 더 크다"고 강조했다.

이번 만남이 미국을 견제하는 차원이라는 해석도 고개를 들었다. 

독일경제뉴스(DWN)는 최근 '용과 코끼리가 다시 가까워진다'라는 제목의 기사로 두 정상이 곧 만날 것이라는 소식과 함께 "히말라야 일대에서 대립했지만 세계 2대 경제체(중국)가 세계 최대 민주국가(미국)와 충돌하면서 인도를 포기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또, "양국이 대외적으로 보호무역에 맞서겠다는 목소리를 낸 것은 아니지만 두 나라가 밀착한 것만으로 상징적 의미가 크다"며 "이번 회동에는 중국이 인도를 끌어 당겨 미국에 맞서려는 의도가 깔려있다"고 덧붙였다. 

환구시보 논평에서도 중국의 이러한 노림수가 엿보인다.

신문은 도클람(중국명, 둥랑<洞朗>) 에서 무력충돌 직전까지 치달았던 갈등으로 내부 정서가 악화됐지만 그 속에서도 양국 경제·무역 협력은 전년대비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였다며 중국과 인도는 여전히 협력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또, 최근 갈등의 대부분은 서방세력이 조장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용과 코끼리의 싸움'이라는 표현으로 중국과 인도가 으르렁거리며 체력을 소모하게 해 반사이익을 얻으려는 속셈이라는 것. 미국이 일대일로를 견제하기 위해 제시한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해서도 "인도를 이용해 중국을 상대하려는 것"이라면서 "하지만 인도는 이를 통해 중국과 관계만 악화될 뿐 얻을 게 없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현실을 바탕으로 시모후이에서 주도적으로 양국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린민왕(林民旺) 푸단(復旦)대 국제문제연구소 연구원은 관찰자망(觀察者網)과의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집권한 후 아직 인도를 방문하지 않았다"면서 "곧 인도 관련 무역조사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재무부가 환율조작과 관련한 관찰대상국에 인도를 포함한 것이 이러한 가능성을 뒷받침한다는 설명이다. 

◇ 시모후이, 성과 있을까...'일대일로' 주요 이슈

이번 만남의 주요 의제로는 정치적 협력 강화, 군사교류 모색, 경제·무역·투자 확대와 일대일로 추진, 국제이슈 공동대응 등이 거론된다.

▷ 정부 고위급간, 경제협력 강화는 '청신호' 

일단 만남이 성사됐다는 것만으로 양국 정부간 관계는 강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국가 원수와 인도의 내각 책임자의 만남은 가장 높은 단계의 국가차원 외교활동이라고 환구망(環球網)은 강조했다. 비공식 회동인만큼 더 중대하고 긴박한, 실질적 이슈를 논의할 것이라며 기대감도 보였다. 

베이징이 아닌 우한을 선택한 것도 모디 총리의 잇따른 베이징 방문이 마치 인도가 중국에 부탁을 하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음을 고려한 중국의 배려라고 설명하고 이 역시 양국 고위층 교류 강화와 정부간 관계 개선 등에 있어 긍정적인 신호라고 분석했다. 

경제 협력에서 양국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질 가능성도 크다는 판단이다. 인도는 빠르게 성장하는 개도국으로 중국의 주요 투자처다. 샤오미 등 다수의 중국 기업이 진출해 현지화 전략을 추진 중이다. 이는 중국이 시장을 넓히고 인도는 '메이드 인 인디아'를 실현한다는 점이 통했다. 

날선 대립 속에서도 양국 경제교류가 활발해지고 있다는 것도 경제적 이해관계가 맞물린다는 증거다. 2000년 초반 20억 달러에 불과했던 양국간 무역 규모는 지난해 845억4000만 달러로 40배 이상 증가했다. 가장 민감한 이슈가 걸린 일대일로에 인도가 참여할 가능성은 낮지만 고속철 등 인도의 인프라 투자는 환영할 것이라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 국경분쟁 얽힌 '일대일로', 접점 찾을까 

경제 세계화의 추진자이자 자유무역 수호자를 자처하며 중국이 한층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구상이 바로 일대일로다. 일대일로 추진을 위해서는 인도의 동참이 필요하지만 이 부분에서 양국이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인도는 일대일로에 중국의 영향력 확대 야욕이 담겼다는 판단과 함께 일대일로에 포함된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CPEC)’을 이유로 일대일로 참여를 거부하고 있다. CPEC 사업 범위에 국경 분쟁지역을 포함된 때문이다.

인도는 네팔을 사이에 두고 중국과 줄다리기도 하고 있다. 네팔은 전통적으로 인도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높아 범인도권으로 간주돼왔다. 이달 초 네팔이 일대일로에 참여하기로 하자 이를 의식한 인도는 대규모 인프라 개발과 농업 지원을 약속하며 네팔 잡기에 공을 들였다.

판카지 쟈 진달 글로벌대학(JGU) 교수는 “인도의 대(對)중국 무역적자가 500억 달러를 넘는 상황에서 중국과 네팔의 협력 강화는 인도에 치명적”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인도는 타국(파키스탄, 네팔 등)을 통해 자국을 압박하려는 중국의 전략을 강력하게 반대한다"며 "이번 회담에서도 세부적인 접점은 찾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에도 일대일로에 참여하라는 중국의 제안을 인도 정부가 다시 거부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지난 14일 베이징에서 열린 제5회 인도-중국 경제전략대화에 참석한 인도 국가경제정책기구의 라지브 쿠마르 부위원장은 “중국이 일대일로 사업의 장점만 강조하고 주권문제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CPEC 사업은 인도와 파키스탄 영토분쟁 지역인 카슈미르를 지나므로 인도 주권을 위협한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 오래된 싸움, 일촉즉발 국경분쟁 숨고르나 

 

[그래픽=아주경제]



지난해 양국 갈등은 국경 분쟁에서 폭발했다. 국경을 마주대고 있는 중국과 인도는 곳곳에서 충돌하고 있다. 일단 중국은 현재 인도가 통치하는 아루나찰프라데시 주 9만㎢를 자국 영토로 간주하고 인도는 중국이 통치하는 카슈미르 악사이친 지역 3만8000㎢가 인도 영토라고 주장한다. 1962년까지 전쟁을 치뤘지만 국경을 확정하지 못했고 현재 실질통제선을 사실상 국경으로 삼고 분쟁을 지속 중이다. 

지난해에는 중국-인도-부탄의 국경이 만나는 도클람(둥랑)에 중국이 도로를 건설을 하면서 양국 갈등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도로를 건설한 곳이 부탄의 영토라며 인도가 병력을 파견했고 중국이 맞대응에 나서면서 무력충돌 위기까지 번졌다. 카슈미르 지역 판공 호수 인근에서 난타전도 있었다. 

하지만 첨예했던 갈등에 최근 다소 힘이 빠지면서 갈등은 제쳐두고 일단 화합을 다지자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1년 이상 중단됐던 양국군 연합훈련이 재개될 조짐이 보인다는 인도 현지 언론 보도도 나왔다. SCO 회의를 계기로 양국 국방 관계자가 이를 논의할 예정이라는 것이다. 2016년 양국은 국경지대에서 두 차례 재난 대비 구호훈련을 실시했지만 지난해 갈등이 커지면서 중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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