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소공녀' N포 세대에게도 취향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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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기자
입력 2018-03-22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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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소공녀' 스틸컷]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가사도우미 미소(이솜 분)에게도 ‘취향’은 있다. 궁핍한 생활에도 위스키와 담배, 사랑하는 남자친구 한솔(안재홍 분)만큼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미소. 그는 새해와 함께 집세와 담배, 위스키 가격이 오르자 큰 절망에 빠진다.

치솟는 물가와는 달리 일당은 여전히 그대로기에 미소는 고민 끝에 ‘집’을 포기하기로 한다. 공장 기숙사에 살고 있는 한솔은 집도 없이 떠도는 미소가 걱정이지만, 미소는 여전히 자신의 방식대로 삶을 이어간다. 집은 없어도 친구와 사랑이 많은 그는 과거 밴드 동아리를 함께 했던 친구들을 한명씩 찾아가기 시작한다.

영화 ‘소공녀’는 충무로 흥행 블루칩으로 떠오른 광화문시네마의 공동 대표이자 ‘범죄의 여왕’ 제작, ‘족구왕’ 제작 등 다양한 작품으로 내공을 쌓고 단편 ‘내게 사랑은 너무 써’, ‘배드신’ 등을 통해 국내외 영화제를 휩쓴 전고운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영화는 독특한 성격과 설정의 미소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N포 세대’를 상징하는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배치했다. 더 큰 회사로 이직하기 위해 링거까지 맞아가며 일하는 문영(강진아 분), 시댁 식구들의 눈치를 보며 사는 현정(김국희 분), 아파트를 마련했지만 대출금에 쩔쩔 매는 대용(이성욱 분), 늦은 나이에 부모님께 얹혀사는 록이(최덕문 분), 부자 남편의 비위를 맞추느라 진짜 자신의 모습을 숨기는 정미(김재화 분) 등 영화는 우리와 가까운 인물들의 성격을 극대화시키며 미소의 상황, 신념과 대비시킨다. 각자의 선택과 삶을 통해 관객들은 진정한 행복을 고민하고 또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

특히 전고운 감독은 이러한 고민, 씁쓸한 사회 현상을 재기발랄한 유머와 촌철살인으로 풀어내 눈길을 끈다. 많은 것을 포기하며 살아가는 ‘N포 세대’의 현실을 영화적 배경으로 삼으면서도 시종 유머와 따듯한 시선을 잃지 않으며 ‘취향’ 사수에 나서는 미소를 응원하는 태도를 취한다.

이처럼 따스한 시선과 응원은 인물 관계까지 이어진다. ‘현재’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취할 수 있다면 바랄 게 없다는 미소와, 그에게 없는 ‘미래’를 위해 기꺼이 사우디아라비아로 떠난다는 한솔의 모습은 많은 관객들에게 공감을 사며 각자의 선택과 가치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전한다. ‘현재’와 ‘미래’에 대한 행복을 가늠하고 고민하는 것 또한 영화가 가진 메시지 중 하나.

배우들의 연기도 인상 깊다. 이솜은 독특한 설정을 가진 미소라는 캐릭터에 생명력을 부여, 현실감과 더불어 영화적 문법의 인물로 완성시켰다. 광화문시네마의 마스코트 안재홍 역시 미소의 연인 한솔 캐릭터로 영화의 색깔, 코드를 명확하게 만들어준다. 문영 역의 강진아, 현정 역의 김국희, 대용 역의 이성욱과 록이 역의 최덕문, 정미 역의 김재화까지 모든 출연진들이 맡은 바를 훌륭히 해냈다.

거기다 ‘범죄의 여왕’으로 인연을 맺은 배우 박지영의 우정 출연을 비롯해, ‘돌연변이’ 김태수 촬영 감독, ‘족구왕’ 권현정 음악감독 등 광화문시네마와 오랜 시간 인연을 맺어온 이들이 영화에 함께하며 차후 광화문시네마의 행보에도 기대감을 더하게 만든다. 오늘(22일) 개봉이며 러닝타임은 106분, 관람 등급은 15세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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