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선의 신년사 무색, 현대百면세점 1년 넘게 ‘허송세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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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선 기자
입력 2018-02-13 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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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말 개장 앞뒀지만 3대 명품 브랜드 유치 못해

  • 올 7월 문여는 신세계면세점 강남점과 대조적

  • 코엑스 롯데면세점 특허권 연장도 악재

현대백화점 면세점이 들어설 코엑스점(왼쪽)과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우측)[사진=현대백화점 제공]


“조금이라도 앞서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최소한 두 배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동화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 나온 ‘레드 퀸 효과(Red Queen Effect)’를 강조하며 한 말이다.

하지만 정 회장의 바람과 달리, 현대백화점그룹이 신성장동력으로 삼은 면세점 사업이 좀처럼 진척이 없다.

12일 현대백화점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면세점(이하 현대면세점)은 올 연말께 현대백화점 코엑스점 3개층(8~10층)을 리모델링해 1만4005㎡(약 4200평) 규모로 들어설 예정이다.

당초 현대면세점은 지난 2016년 12월 이른바 ‘3차 시내면세점 대전’에서 롯데면세점(월드타워)과 신세계면세점(강남 센트럴시티)을 제치고 1위 점수로 특허권을 따는 이변을 일으켰다. 

당시 업계 관계자들은 면세 사업을 한번도 운영하지 않은 현대백화점이 1위를 획득한 것이 의아하다는 반응이 적잖았다. 일각에선 노하우 부족과 준비 미흡으로 규정상 특허 획득 1년 이내(2017년 12월) 개장이 힘들 것이란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중국의 사드(THAAD) 보복 여파로 1년 연기 요청이 받아들여졌지만, 함께 연기 신청이 수용된 신세계 강남점이 올 7월 개장을 앞두고 있는 것에 비해 현대면세점의 준비 속도는 매우 더디다. 1년 넘게 뚜렷하게 사업 진척 상황이 드러나지 않으니, 그룹 내부에서는 현대면세점(대표이사 황해연)의 임직원 100여명이 사실상 ‘놀고 먹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특히 정 회장이 말한 ‘두배의 노력’은커녕 면세점의 성패를 좌우하는 3대 명품 브랜드(루이비통, 샤넬, 에르메스) 유치에도 소극적이다. 앞서 현대면세점은 3차 입찰대전 발표 직전 ‘루이비통’ 입점이 마치 확정된 것처럼 공표해 논란을 야기, 추후 브랜드 유치에 오히려 악재가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여기다 이미 코엑스에서 오랫동안 터를 닦고 있는 롯데면세점이 최근 한차례 더 특허권을 유지함에 따라 바로 옆에 들어설 현대면세점이 불리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신세계면세점이 명동점 호황으로 지난해 신세계백화점 영업익 증가의 효자 노릇을 한 반면, 현대면세점은 초기 투자비 증가와 인건비 부담으로 인해 현대백화점의 영업익을 깎아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조심스레 전망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보다 2.7% 늘어난 3937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도 1조8481억원으로 0.9% 증가했지만, 순이익은 3030억원으로 5.9% 감소했다. 문제는 영업이익이 수년째 3000억원대 정체돼있다는 점에서 올해 면세점 개장까지 다량의 자금 투입은 적잖은 부담이다.

안지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면세점 개장까지 총 2000억원의 투자비용이 계속 들어갈 것”이라며 “지난해 사드 이슈가 큰 악재로 작용하며 면세점사업 진출의 디스카운트 요인이 됐다”면서 현대백화점 면세점사업의 불확실성을 지적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이런 우려에 대해 “코엑스 롯데면세점이 단독으로 있는 것과 달리 현대면세점은 백화점 코엑스점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면서 “특히 코엑스가 ‘한국판 타임스 스퀘어’인 옥외광고물 자유표시구역으로 선정돼, 현대면세점도 대형 미디어 월 등을 통해 외국인관광객 유치에 유리하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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