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수십년 美 중동정책 뒤집는다…예루살렘 이스라엘 수도 인정에 지역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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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숙 기자
입력 2017-12-06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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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가진 공화당 상원의원들과의 오찬에서 발언하고 있다. 외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팔레스타인과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이집트 등 주변 4개국 정상에게 전화를 걸어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있는 미국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고 전했다. 이는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사진=AP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수십년간 유지해온 미국의 중동정책을 뒤흔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 오후 1시(이하 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회견을 열어 아랍권 국가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분쟁지역인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공식 인정한다는 발표를 할 예정이라고 AP 통신이 5일 보도했다. 

◆"수십년간의 미국 정책과는 반대"  

트럼프 대통령은 5일 팔레스타인과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이집트 등 주변 4개국 정상에게 전화를 걸어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있는 미국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고 CNN 등 현지 언론은 전했다.

미국 대사관을 이전하겠다는 계획은 미국 정부가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공식적인 발표가 곧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일찌감치 나오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백악관 관계자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발표는 예루살렘이 유대 신앙의 핵심이라는 역사적 현실과 이스라엘 정부가 자리하는 지역이라는 현대적 현실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로이터 통신은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는) 이번 결정은 '예루살렘에 대한 정의는 팔레스타인과의 협상이 마무리된 뒤에 결정한다'는 미국의 수십년 된 중동 외교정책에 역행하는 것일 뿐 아니라 중동에서의 무력 사태를 야기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1967년 이스라엘은 예루살렘 동부와 요르단강 서안 지구를 점령하고 동예루살렘을 병합했다. 이스라엘은 예루살렘 전체를 자국의 통일된 수도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어느 한 국가의 소유권을 인정하고 있지 않으며, 팔레스타인은 예루살렘 동부를 자신들의 미래 수도로 여기고 있다.

그동안 미국의 대통령들은 1995년 제정된 '예루살렘 대사관법'에 따라 주 이스라엘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옮겨야 하지만, 국익과 외교적 이해관계를 이유로 6개월마다 이전을 보류하는 문서에 서명해왔다.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은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길 것을 명령하기는 했지만, 이전 작업에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고려해 대사관 이전을 6개월 보류하는 문서에는 서명할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전에는 몇 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팔레스타인 비롯한 중동 반발 거세 

국제사회는 이슬람, 유대교, 기독교의 성지인 예루살렘 전체에 대한 어느 한 국가의 소유권을 인정하고 있지 않다. 당장 트럼프 대통령의 예루살렘 수도 인정을 놓고 중동국가들과 프랑스 등 다수의 국가가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팔레스타인 내 이슬람 단체들은 5일 공동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의 대사관 이전 발표에 대한 반발의 의미로 6~8일 사흘간을 '분노의 날'(days of rage)로 명명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비롯한 이들 단체는 강력한 유감의 입장을 표명했으며, 팔레스타인의 무장저항단체인 하마스는 새로운 인티파다(주민 봉기)를 일으킬 것이라고 밝혔다고 외신은 전했다. 

이슬람 국가들도 일제히 분노의 목소리를 냈다. 주미 사우디 대사인 칼리드 빈살만 왕자는 성명을 통해 예루살렘에 대한 미국의 발표가 지역의 긴장을 높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슬람협력기구(OIC) 산하 예루살렘위원회( Al Quds Committee )의 의장인 모로코의 무함마드 6세 국왕은 5일 성명을 발표하고 "예루살렘의 지위에 관한 팔레스타인 형제들의 법적 권리와 정당한 주장에 대한 지원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스라엘과 외교 관계를 맺고 있는 터키의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의회 연설에서 미국의 이스라엘 수도 인정은 "용납할 수 없는 레드라인"이라면서 강력히 반발했고, "그런 조치가 취해지는 즉시 이스라엘과 외교 관계를 단절할 것"이라고 강력하게 경고했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 역시 예루살렘 문제는 유엔 안보리 결의안에 근거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두 당사자의 직접 협상을 통해 해결돼야만 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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