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A BIZ] 무기 수출 나선 일본… 정말 팔 게 없나?

  • 빗장은 풀렸지만 함정 건조 능력은 두 회사뿐

  • 반세기 동안 자위대만 바라본 '소량다품종 생산'의 함정

일본 해상 자위대의 모가미급 구축함사진AFP연합뉴스
일본 해상 자위대의 모가미급 호위함[사진=AFP·연합뉴스]



일본이 수출할 수 있는 군사 장비에는 그동안 기묘한 제약이 따라붙었다. 아무리 뛰어난 성능을 갖춰도 구조, 수송, 경계, 감시, 기뢰 제거라는 다섯 가지 비전투 용도에 한해서만 팔 수 있었다. 사실상 '총과 대포는 떼고 팔라'는 뜻이었다. 일본 정부가 최근 '방위장비 이전 3원칙' 운용지침을 개정하면서 이 빗장을 풀었다. 사안별 심사를 거치면 살상·파괴 능력을 갖춘 완제품 무기도 수출할 수 있게 됐다. 빠르게 영토를 넓혀가던 K방산 옆에 반세기 동안 잠들어 있던 일본 방산이 깨어나기 시작했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이번 조치를 일본 방산업계가 세계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중요한 변화로 평가하면서도, 규제 완화가 곧 국제 경쟁력 확보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일본 기업이 해외 시장에서 경쟁하려는 의지를 갖추고 정부가 판매와 공동개발, 기술이전을 뒷받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일본에는 글로벌 방산 시장을 선도하는 미국 록히드마틴 같은 방산 전문 대기업이 없고, 미쓰비시중공업 같은 대형 제조업체 안에서도 방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낮아 대규모 투자나 사업 확장이 어려운 구조라고 분석했다. 정책의 빗장은 풀렸지만 경쟁력 확보는 또 다른 문제라는 진단이다.

일본 방산이 곧바로 수출산업으로 커지기 어려운 배경에는 오랜 시장 구조가 있다. 일본 방산업체의 고객은 오랫동안 자위대 하나뿐이었다. 수출이 막혀 있어 미국이나 유럽 기업처럼 동맹국과 우방국에 대량 판매해 개발비를 분산 회수할 길이 없었다. 새 전차나 장갑차를 개발해도 연간 조달 물량은 십수 대 안팎에 그쳤다. 생산라인 유지비와 설비투자 비용은 고스란히 장비 단가에 얹혔다. 이른바 '소량다품종 생산의 함정'이다. 

수익성도 낮았다. 방위성은 부패 방지와 투명성 강화를 위해 일반경쟁입찰을 확대했지만, 특수한 사양을 요구하는 방산물자에 가격 경쟁 압력이 더해지면서 기업의 채산성은 악화됐다. 방산 부문 영업이익률은 평균 2~3%대에 그쳤고, 적자로 떨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글로벌 사업을 하는 기업에는 평판 부담도 컸다. 무기를 만든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에서 배제될 수 있고, 소비자 이미지에도 타격이 될 수 있어서다.

이에 기업들은 하나둘 방산에서 발을 뺐다. 코마쓰는 2019년 육상자위대용 장갑차 신규 개발을 중단했고, 다이셀은 이듬해 항공기 조종사 비상탈출 장치 부품 생산에서 철수했다. 스미토모중기계공업과 미쓰이E&S조선은 2021년에 각각 기관총 생산을 접고, 함정 사업은 미쓰비시중공업에 넘겼다. 수익성은 낮고 평판 부담은 큰 사업에 민간기업이 매달릴 이유가 없었다.

전함 관련 사업은 더욱 위축됐다. 도쿄 도요스에는 한때 IHI의 대형 조선소가 있었다. 지금은 타워맨션과 상업시설이 들어선 자리다. IHI는 이곳에서 2000년 호위함 '아케보노'를 마지막으로 함정 건조에서 물러났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현재 일본에서 호위함을 새로 건조할 수 있는 업체는 미쓰비시중공업과 재팬마린유나이티드(JMU) 정도다. 무기 수출을 본격화하려는 시점에 일본의 함정 건조 능력은 이 두 회사에만 남아 있다.

이런 현실에 비춰보면 수출 규제 철폐만으로 일본이 곧바로 국제 방산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는 어렵다. 해외 고객에게 대량 납품 경험이 부족하고, 떠나간 협력업체와 위축된 함정 건조 기반이 하루아침에 돌아오지도 않는다.
 

깨어나는 일본 방산


다만 지금 모습만 보고 일본 방산에 "경쟁력이 없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 지금까지 드러난 약점의 상당 부분은 기술력 부족이라기보다, 팔지 못하게 묶여 있어서 규모를 만들지 못한 구조에서 비롯됐다. 해외 판매가 늘면 생산 규모가 커지고, 단가도 떨어진다. 이번 5유형 철폐는 일본 방산을 '비싼 내수용 장비'로 묶어두던 제도적 전제가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지난달 18일 일본과 호주는 호주 해군 차기 프리깃함으로 개량형 '모가미'급 호위함 11척을 공급하는 계약을 정식 조인했다. 이 중 3척은 미쓰비시중공업이 일본에서, 나머지는 2030년대 초반부터 호주에서 건조된다. 로이터는 이를 두고 일본이 2014년 무기 수출 규제를 완화한 이후 가장 의미 있는 거래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닛케이에 따르면 일본 건조분 3척을 우선하면 자위대 함정 배치 계획이 뒤로 밀릴 수 있다는 관측이 업계에서 나온다. 단 3척을 짓는 데도 자국 방어용 함정 건조를 미뤄야 할 만큼, 일본의 함정 건조 능력은 아직 충분하지 않다.

한국 방산의 강점은 가격과 납기, 대량 생산 능력이다. 남북 분단이라는 지정학적 현실 속에서 한국은 평시에도 일정 규모의 무기 생산과 정비 기반을 유지해왔고, 이는 경쟁력으로 이어졌다. 미국·유럽 방산업체가 단가와 납기에서 한계를 보이는 사이 한국은 좋은 무기를 합리적인 가격에 빨리 공급하는 나라로 시장을 넓혔다.

일본은 그동안 이 경쟁의 바깥에 있었다. 그러나 5유형 철폐로 그 구도가 바뀌기 시작했다. 일본이 당장 한국 방산을 따라잡기는 쉽지 않다. 다만 한국이 누려온 경쟁 구도에 잠들어 있던 일본이라는 변수가 등장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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