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의 시시각각(時時刻刻)] 스마트한 트럼프, 전략적인 시진핑 그리고 한·중 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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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호 아주경제 중국전문 대기자·단국대교수(국제정치)
입력 2017-11-09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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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익에 충실한 트럼프 '코드맞추기'로 국익 수호한 한국

  • 트럼프 한중일 방문으로 '태풍' 지나가…한중 정상 '허심탄회' 대화나눌때

[사진= 김진호 아주경제 중국전문 대기자·단국대교수(국제정치)]


이번 한 주는 태평양 너머의 세계 지도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가족 나들이로 한국, 중국 그리고 일본이 떠들썩했다. 언론들도 트럼프와 각료가 아니라 트럼프와 딸 이방카 트럼프에 집중했고, 회의 결과는 그다음 이야기였다.

한국과 중국도 트럼프와의 정상회담을 앞둔 상태에서 북핵 문제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얽힌 양국 관계를 국감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입을 시작으로 ‘봉합’이라는 결과를 일궈냈다.

그런데 아쉬운 점은 국감 장소가 외교 문제를 대변하는 장소로 활용된 것이다. 여하튼, 그동안 한국 기업과 정부, 그리고 민간인이 고생한 것에 비교하면 너무 시시하게 한·중 갈등이 정리된 것 같아 어안이 벙벙하다. 또 국내에서 ‘3불(不) 정책’이라는 것을 이해하는 시각의 입장 차이가 앞으로 국내 정치와 한·중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걱정된다.

여하튼, 한·중 관계에 어떤 후유증이 있지 않았으면 좋겠다. 중국적 시각은 어떤지 몰라도 그동안 고생하며 마음에 응어리가 진 한국인의 마음이 ‘3불 정책’과 ‘봉합’이라는 결론으로 완전히 치유될 수 있을지 의심이 든다.

이번 주는 '스마트'한 트럼프가 한국과 일본에서 자신이 미국을 위해 얻을 수 있는 국익에 충실하고, 우리도 트럼프와 식구 및 각료들에게 코드를 맞추며 한국의 국익을 수호해야 했던 한 주였다. 이것이 강대국이 지배하는 국제정치 질서 속에서 우리가 처한 현실이라는 게 가슴을 싸늘하게 한다.

애국과 민족이라는 입장에서 보면 한·중 간 ‘봉합’이나 한·미 정상회담은 국정에 중요한 현안을 해결하는 과정인데, 이것을 보면 우리 국력이 성장해 한국이 주도하는 정상회담을 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우리 민족은 반만년 역사를 갖고 있다. 이제 세계적으로 더 잘 사는 선진 국민으로 나아가고 있는 상태의 현재가 우리 국민의 통합된 힘이 더욱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도 문제가 되는데, 지정학적 원인에 따른 강대국의 간섭으로부터 우리가 자유롭지 않은 것도 한반도 문제의 중요성을 반증하는 것이자 우리의 단결을 더욱 강요하는 부분이라고 본다.

우리 사회의 국론분열이란 과거 광화문의 촛불과 태극기 시위, 그리고 트럼프의 방한과 한·중 사드 관련 문제 갈등 봉합 등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광화문과 국회 앞 거리에는 트럼프를 환영하는 그룹과 이를 반대하는 그룹으로 넘쳤고, 여러 정책 토론회에서도 정부의 정책에 대한 비난과 지지가 상충하고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새 정부의 지지율은 꾸준히 상승곡선을 나타내고 있다. 국론도 분열되고 강대국 지도자들의 행차로 힘든 상황에서 국정 지지율이 올라가는 것은 민심이 현 정부의 정책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새 정부의 정책 결과가 이미 나온 것은 아니지만, 진실성 있는 국정 수행에 국민들이 지지를 보내고 있다. 노력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꾸준히 잘 하라는 격려와 함께 과거 잘못된 국정에 대한 분노가 현 정부의 지지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쌀쌀한 날씨에도 시내에 나와 트럼프를 환영하는 민중과 미국의 한반도 정책에 반대하는 무리 속에서 필자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체감하고 있다.

트럼프가 국회에서 한 연설에는 한국과 미국의 입장을 모두 고려한 이번 방문에 대한 만족감도 드러났다. 트럼프가 소기의 목적을 거두었다는 것이다. 그 내용의 결과가 어떠한 것인지는 더 두고 봐야 하겠지만 트럼프 방한이 일단락된 한국 외교의 성공이다.

사드 배치 문제로 우리가 골머리를 앓았던 것을 생각하면 트럼프가 그리 환영 받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지만 민심은 한국의 안보와 한·미동맹에 방점을 찍고, 한국 정부의 정책도 지지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을 떠난 트럼프는 중국으로 향했다. 방중 첫날부터 쯔진청(紫禁城, 자금성)과 톈안먼(天安門, 천안문)에서 황제 이상의 국빈대우를 받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통 큰' 외빈 접대방식이다. 중국의 위세를 보이려는 것이다.

그런데 중국이 트럼프의 방문에 이리 신경을 쓰는 것은 나름대로 전략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시진핑 신(新)시대의 대내외 전략 성공을 위해서는 미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상태에서 자국의 실리를 찾아 나가야 하는 전략적인 중국인의 속마음이 있는 것이다. 즉, 중국은 성을 비워 적이 들어오고 즐기게 함으로써 최종 승리를 거두려는 '공성계(空城計)'를 쓰고 있는 것 같다.

쯔진청은 휘황찬란한 황제들의 앞마당이고, 톈안먼 광장은 중국 사회주의혁명 승리의 광장이다. 트럼프가 환대를 받으며 재임 기간 얻을 수 있는 미·중 간의 전략적 이익을 고려하는 동안 중국은 트럼프, 그리고 그 이후까지를 생각해 세계로 나가는 전략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이제 트럼프의 태풍은 지나갔고 우리의 지도자가 중국 지도자를 만날 차례가 됐다. 그리고 언젠가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과 시진핑 주석의 방한도 있을 것이다. 두 지도자가 서로 허심탄회하게 마음을 털어놓고 서로의 입장을 얘기하는 장이 마련됐으면 좋겠다.

이 좋은 기회에 두 지도자가 서로에 대해 서운했던 점을 얘기하고 국가의 주인인 국민들에게 앞으로의 양국 관계에 대한 희망을 선물해 지난 1년 동안의 악몽이 지워줬으면 한다. 한국과 중국은 전략적이 아닌 서로를 위하는 진정한 이웃사촌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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