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 2년 반래 처음으로 1.20달러 돌파..ECB는 '난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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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미 기자
입력 2017-08-30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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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아이 클릭 아트]


유로의 고공행진이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29일(현지시간) 유로 가치는 2년 반 만에 처음으로 1.20달러를 돌파했다.

AFP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의 집계에 따르면 29일 유로/달러는 장중 1.2070달러를 기록하면서 2015년 1월 이후 최고점을 찍었다. 30일 아시아 시장에서 유로/달러는 고점 부근을 지키면서 1.1974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달러 하락이 상대적으로 유로 상승을 부채질했다. 29일 글로벌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는 뉴욕장 후반 0.2% 가량 소폭 회복하긴 했으나 8월 들어서만 0.6% 내렸다. 8월을 이대로 마감한다면 6개월 연속 월간 하락세를 기록하게 된다. 워싱턴 혼란 속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추진하던 친성장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꺾인 데 이어 최근 허리케인 하비로 인한 경제적 우려까지 불어지면서 달러가 하락 추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 

파이낸셜타임즈(FT)는 많은 애널리스트들이 하비에 따른 미국 경제성장률 여파는 일시적이거나 미미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연준이 연내 추가 금리인상 계획을 수정할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을 실어줘 국채 수익률과 달러를 함께 끌어내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선물 시장은 12월 25bp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30% 수준으로 낮게 반영하고 있다.

반면 최근 유로 상승세는 놀랍다. 유로/달러는 연초 대비 14% 가까이 뛰었다. 유럽의 경제 회복세가 수년래 최고치로 개선된 데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연준을 따라 통화정책 긴축으로 선회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다.

게다가 지난주 잭슨홀 미팅에서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일각의 예상과 달리 최근 유로 강세 흐름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지 않았다. NFS 매크로의 닉 스테이먼코빅 애널리스트는 AFP통신에 “드라기 총재의 침묵이 유로 상승 흐름에 파란 불을 켜주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유로존 경제 지표가 호조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에 유로 상승 분위기는 지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로 강세로 인해 ECB가 곤란에 처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라보뱅크의 리처드 맥과이어 전략가는 WSJ에 “유로 흐름이 ECB에 과제를 던지고 있다”고 말했다.

WSJ에 따르면 유로가 주요 무역 상대국 통화 대비 10% 오를 경우 유로존 인플레를 0.45%포인트 끌어내리는 효과를 갖는다. 유로는 올해 들어 주요 통화 대비 가치가 7% 상승했기 때문에 ECB의 2% 인플레 목표 달성 노력이 상당 부분 훼손될 수 있다는 의미다. ECB 역시 인플레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지난 3월 ECB는 내년 인플레를 1.5%로 제시했다가 6월에 1.3%로 내렸다. 9월 경제전망 업데이트에서 추가 하향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문제는 ECB가 매입할 채권이 부족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ECB는 특정 국가의 국채 발행액의 33% 이상을 매입할 수 없도록 하는 등 엄격한 규정을 적용하는데, 양적완화가 수년째 진행되다 보니 살 수 있는 채권이 점차 고갈되고 있다 많은 애널리스트들은 지적한다. 결국 ECB가 양적완화 규정을 바꾸지 않는 한 채권매입을 지속하는 데 기술적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따라서 ECB로서는 출구전략을 모색해야 하지만 유로화 강세로 인해 ECB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에 빠지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ING뱅크의 비라즈 파텔 외환 전략가는 WSJ에 "달러 약세의 원인이 뚜렷한 상황에서 ECB가 구두개입으로 유로를 끌어내리기엔 어려울 것"이라면서 유로가 이제 ECB의 목표 달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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