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수교 25주년] 전문가 4인 진단 "한.중 경제적 이혼 상태 ..상당기간 관계개선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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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 조용성 특파원
입력 2017-08-21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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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중관계 호전에 오랜 시간 소요될 듯, 김상순 원장 "내년 여름이후에나 가능"

  • 경제관계 변화에 한중관계도 조정, 김흥규 교수 "사드 운용범위 문대통령 공개확약 검토해야"

  • 중국인들 한국에 대한 반감 높아져, 자오퉁 교수 "중국의 사드운용 실시간 관찰 허용 검토"

  • 양국관계 황금기에 위기상호아 대비못해 아쉬워, 청샤오허교수 "더이상 악화는 막아야"

2015년 9월 열병식 망루외교를 계기로 최절정기를 구가했던 한·중관계는 1년 후인 2016년 7월 우리나라의 사드 배치 결정 발표로 최악의 상황으로 급전직하했다. 2012년 8월 24일 베이징에서 개최됐던 한·중수교 20주년 기념식에는 시진핑(習近平) 당시 국가부주석이 참석했지만, 올해 한·중수교 기념식에는 장관급 인사의 참석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 그마저도 기념행사는 양국 공동주최가 아니라 따로따로 개최되는 기이한 모양새가 됐다. 양국 국민들의 서로에 대한 감정 역시 험악한 상황이다.

과연 한·중관계는 어떻게 해야 어려움을 딛고 과거의 영화를 돌이킬 수 있을 것인가. 한·중수교 25주년을 맞아 이 같은 질문을 주제로 4명의 전문가를 대상으로 각각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에 참여한 전문가로는 김흥규 아주대학교 교수, 김상순 동아시아평화연구원 원장, 청샤오허(成曉河) 인민대학교 국제관계학원 교수, 자오퉁(趙通) 칭화·카네기 국제정책센터 연구원 등이다. 이들과 동일한 질문지를 놓고 인터뷰를 진행한 후, 좌담회 형식으로 정리했다.
 

김흥규 아주대 교수.[사진=남궁진웅 기자]



◆수교25주년인데 한·중관계가 최악인 상황이다. 양국 국민들 간의 악감정 역시 심각한 상황이다.

△자오퉁 교수= 그동안 양국 국민들은 서로에 대한 높은 호감도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서로가 서로를 원망하고 있다. 중국에는 한국을 적국으로 간주하는 사회분위기가 조성돼 있다. 한국인들 역시 중국을 이해하지 못한 채 중국을 원망하고 있다. 양국 국민 사이의 반감은 양국의 정치적인 기반을 약화시키고 있다. 안타깝게도 양국 국민들의 대립은 단시간 내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상순 원장= 돌이켜보면 한·중관계는 겉과 속이 다른 두 가지 형태로 근근이 유지해온 불안정하고 불완전한 양자관계였다. 이러한 과거의 모순이 ‘사드 배치’라는 요소로 이른바 '곪았던 상처'가 터진 형국이 됐다. 한·중관계는 25년간 수차례의 업그레이드를 통해서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맺었으나, 실제로는 ‘전략적’이지 못했던 것이 지금의 현실로 나타났다.

△김흥규 교수= 한·중 관계는 양국이 경제적으로 서로 필요로 하는 기초 위에서 강화돼 왔다. 이 기간 동안 미래를 대비한 제도적 장치 및 인적 자산을 잘 준비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한·중은 경제적으로 상호 이혼상태다. 이를 상쇄할 새로운 동력을 발견하지 못하고 사드문제, 북핵문제, 미·중 갈등 등으로 더욱 어려운 환경에 빠져들고 있음을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다.

△청샤오허 교수= 2016년 상반기까지 한·중관계는 황금기를 이어갔지만 7월 8일 사드 배치 발표 이후 급랭하는 극과 극을 경험했다. 한·중관계는 큰 손상을 입었지만, 양국 정부는 뾰족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돌이켜보면 양국관계는 과거에도 미국문제나 북한문제를 두고 갈등을 빚어왔다. 하지만 그동안 갈등을 조정하지도 않았고, 갈등을 방지하기 위한 시스템을 갖추지도 않았으며, 위기가 발생했을 때 이를 관리하는 조치들을 만들어 놓지도 않았다는 점이 안타깝다.

◆한·중관계가 최악인 원인은 무엇인가.

△김흥규 교수= 경제구조의 변화가 위기의 구조적인 원인을 제공했다. 이 같은 변화를 상쇄할 시스템을 못 만들어 놓아서 위기가 악화되고 있다.

△청샤오허 교수= 어려운 상황이다. 근본적인 이유는 사드 갈등을 관리하는 유효적인 방법을 찾지 못한 것이다. 사드 갈등은 앞으로도 한·중관계를 파괴할 것이다.

△자오퉁 교수= 근본원인은 한·중 양국관계가 아닌 미·중 간의 전략적인 불신에서 비롯된다. 한국은 미국의 중요한 동아시아 동맹국이다. 중국은 오랜 기간 동안 미국이 한국에 사드를 배치하려는 실제적인 이유에 대해 의심해왔다. 한국이 자국방어를 위해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에 동의했다는 설명을 믿지 않는다. 오히려 한국이 한·중관계의 대국을 보지 못하고 미국의 중국견제에 편승했다고 본다.

△김상순 원장= 상호 소통부족, 상호 이해부족, 상호 신뢰부족 등 세 가지 부족상태가 순환적으로 계속해서 발생해 왔다. 이러한 배경을 기초로 이번 사드 배치 문제는 결정적으로 양국 관계를 악화시켰다. 따라서 문제를 푸는 방법도 세 가지 부족을 인내와 끈기를 가지고 채워가야 한다.
 

청샤오허 인민대 교수[사진=아주경제]



◆양국은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나.

△김상순 원장= 한·중 양국은 1983년부터 수교를 이룬 1992년까지 비공개 비밀 대화를 통해서 역사적인 ‘한·중수교’를 이루어낸 경험이 있다. 한·중 양국이 수교 이전에 비밀담판을 했던, 지금보다도 더 열악했던 국제정세를 회고하고, 지금의 국제정세와 비교를 통해 미래를 위한 공동의 합일점을 찾아야 한다.

△김흥규 교수= 한·중 간 시급한 것은 일단 중국과 정치적 신뢰, 지도자 간의 신뢰를 재건하는 것이다. 미국 중심의 사고가 아닌 중국의 입장을 정확히 이해하고 그 선상에서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어야 한다. 중국을 적으로 돌리는 어떠한 정책도(이는 미국에도 당연히 적용된다)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인식을 분명히 가져야 한다. 결미연중(結美聯中)해야 한다. 한·중 전략적 경제 협력 추진,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과 한국의 동북아 플러스 및 신한반도 경제구상을 상호 결합하는 등의 노력을 해야 한다.

△청샤오허 교수= 한·중 양국 정부는 함께 사드문제의 최종적인 해결을 모색해야 한다. 사드문제가 해결되기 전에는 한·중관계의 여러 부문에서 사드문제를 분리해내야 한다. 양국 매체들은 서로 자제하면서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파해야 해야 한다.

△자오퉁 교수= 사드 배치 발표 이후 양국은 소통을 강화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소통경로를 제한시켜 버렸다. 국가 간의 갈등은 민간의 대립으로 이어졌으며, 민족주의 정서가 강화됐고 극단적인 상황이 빚어졌다. 악순환이 이어졌다. 국가 내부적으로 충분한 토론을 허락해야 한다. 각종 다른 목소리를 허용해서 집단사고가 굳어지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

◆사드문제는 난제 중 난제다. 어떻게 풀어야 하나.

△청샤오허 교수= 사드문제는 중국과 한국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미국의 개입 없이는 해결이 되지 않을 것이다. 사드 갈등의 주요 관계국은 중국과 미국이며, 이로 인해 중국의 주요 대화대상은 미국이다. 예를 들어 중국이 북한에 대한 원유 지원을 끊는 대가로 미국이 사드 배치를 철회하는 식의 주고받기식 해결을 생각해 볼 수 있겠다. 또한 미·중 간의 전략무기협상 과정에서 사드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김상순 원장= 사드시스템의 운용문제에 대한 군사기술적인 대화가 필요하다. 이 대화는 한·미·중 3자회담과 한·중 대화 및 미·중 대화라는 두 가지 양자형태로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 이 과정은 ‘사드 시스템 운용문제’, ‘배치과정의 소통부재 문제’, ‘미국의 대 중국 전략적 의도’라는 세 가지 원인을 완화시켜야 한다.

△김흥규 교수= 우리나라가 사드를 철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만 한·미 간 합의한 '1개 포대, 대 북한용, 상주배치, 미군 부담'의 원칙은 한국이 고수할 마지노선이다. 사드 레이더가 대 북한용으로만 쓰이고, 전방 전개 모드로 전환되지 않으며, 한국의 외교안보 정책이 중국을 적대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공개적으로 확약(assurance)해주는 방안을 고려할 만하다. ▲사드포대의 한국구매와 한·미공동운용 혹은 ▲사드를 대체할 국산 무기체계 개발 등도 검토해야 한다.

△자오퉁 교수= 중국의 핵심 관심사항은 사드 시스템의 레이더다. 기술적으로 이를 해결할 수 있는지를 연구해야 한다. 중국은 사드 레이더가 종말모드 방식이 아닌 전진모드 방식으로 운용될 것을 걱정한다. 또한 레이더가 중국방향으로 운용될지도 우려한다. 미국이 중국에 레이더 운영방식에 대한 실시간 감시능력을 부여한다면, 중국은 의심을 거둘 것이다. 또한 중국의 전문가들은 다른 레이더로 사드시스템의 X밴드레이더를 대체할 것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기술적으로 가능한지는 유관국가들이 함께 논의해볼 수 있을 것이다.
 

김상순 동아시아평화연구원 원장[사진=아주경제]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한·중관계는 언제 바닥을 칠까.

△김상순 원장= 중국은 이번 사드 딜레마를 최대한 활용하기로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 하반기 시진핑 주석은 2기 임기를 준비하고, 내년 초에는 2기 내각의 계획이 수립된다. 내년 3월 양회 이전까지는 중국이 한국과 사드 갈등을 풀 생각을 할 여유가 없을 것이다. 게다가 중국은 사드문제를 한·중관계 및 미·중관계에서 유용한 카드로 활용하고 있다. 사드라는 카드를 최대한 활용한다는 차원에서 중국은 사드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것이다. 내년도 하반기 혹은 그 이상의 긴 시간 동안 사드문제로 인한 한·중 갈등은 쉽사리 풀리지 않을 것으로 본다.

△청샤오허 교수= 중국과 한국 양국정부가 같은 방향을 바라본다면 양국관계는 최악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양국관계가 호전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 가장 급한 것은 더욱 악화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사드문제상의 단계적인 공감대를 이루고, 사드문제를 한·중관계의 기타영역과 분리해 내야 한다.

△김흥규 교수= 올가을 중국의 제19차 당 대회가 개최되기 이전에는 문제가 풀리지 않을 것이다. 적어도 이 해가 넘어가기 전에 한·중관계를 개선한다는 양국 간의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 사드 문제 등을 적절히 처리하지 못할 경우, 한·중 갈등은 내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자오퉁 교수= 사드문제는 전략문제, 정치문제로 비화됐다. 한·중 양국이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며, 북한의 핵미사일 기술이 신속히 발전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는 사드문제가 해결되기 힘들다. 우선 사드문제의 정치적인 성격을 희석시키는 노력을 해야 한다.

◆한·중관계를 중심으로 문재인 정부 100일을 평가해달라.

△청샤오허 교수= 문재인 대통령은 등극 직후 한·중관계를 개선시키고자 하는 희망을 밝혔지만, 북한의 ICBM 시험발사가 이어지자 사드 포대 추가배치 를 결정했다. 이 결정은 중국당국의 강한 반발을 불러왔고, 양국관계는 더욱 악화되는 국면을 맞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을 적극적으로 설득해 미국이 중국과 협상에 나서도록 만들어야 한다.

△자오퉁 교수= 문재인 정부는 사드를 추가 배치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은 중국정부와 중국인들에게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 군사적으로 합리적인 결정이라 할지라도 정치외교적으로 흠결이 크다. 이로 인해 중국인들의 한국에 대한 반감이 더욱 높아지는 결과를 낳았다.

△김상순 원장= 문재인 정부는 전통적인 4강 외교의 기본 틀에서 벗어나서 인도·아세안·남미·중동지역으로 대한민국의 외교적 역량을 넓혀가야 한다. 이를 시작으로 중장기적인 중견국 외교전략과 전술을 포함하는 로드맵을 완성하고 실천해야 한다. 한·미동맹은 우리나라 안보를 위한 기둥이다. 기둥을 지키는 한편 경제상에서의 대중 의존도를 시급하게 낮춰야 한다. 보다 많은 지역의 중견 국가들과 협력을 통해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경제공간을 만들어내야 한다.

△김흥규 교수= 한국의 새 정부는 중국과 관계 개선을 희망한다는 우호적인 메시지를 기회 있을 때마다 표현하고 국제 다자무대상에서 양자 정상 회의 시 이러한 입장 분명히 전달해야 한다. 참모조직에 중국통인사를 발탁하고, 비공개 특사를 교환하며 소통을 촉진시켜야 한다.
 

자오퉁 칭화·카네기국제정책센터 연구원[사진=아주경제]



◆한·중관계가 다시 호전될 것으로 낙관하는가.

△김상순 원장= 최고의 밀월기를 보냈던 한·중관계는 어차피 냉각기가 필요했었다. 냉각기가 끝나면 새로운 한·중협력이 펼쳐질 것이다. 경제적인 측면에서의 한·중관계는 이제 다양화·주변화로 향해야 한다. 한·중관계의 미래를 보아야 하고, 그 미래를 위해 이제 우리는 한·중관계의 냉각기를 즐기는 정도의 여유가 필요하다.

△김흥규 교수= 한·중은 지리적으로 떼려야 뗄 수 없는 이웃이다. 한국은 또한 중국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반드시 협력해야 하는 동북아의 거점 국가다. 결국 환황해-환발해-환동중국해-환동한국해-북극해로 이어지는 협력의 공간에서 함께 발전해갈 것이다.

△청샤오허 교수= 한·중관계가 어려움을 맞고 있지만, 양국관계는 여전히 밀접하고 가깝다. 어려움은 일시적인 것이며, 적극적으로 이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한다면 분명히 더욱 성숙하고 더욱 안정적인 관계로 거듭날 것이다.

△자오퉁 교수= 양국의 정치인과 민중들이 관용과 이해의 자세로 대화하고 접촉해 나간다면 한·중관계는 무한한 발전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약력소개>
◆김상순 △대만 국립대만대학교 사회학 석사 △베이징대학교 국제관계학 박사 △차하얼학회 연구위원 △봉황위성TV 고정패널 △동아시아평화연구원 원장
◆김흥규 △서울대 외교학과 △미국 미시간대 정치학 박사 △국립외교원 교수 △국방부·통일부 정책자문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 소장 △청와대 국가안보실·외교부·국회 미래전략위원회 정책자문
◆청샤오허 △푸단(復旦)대 국제정치학과 △중국 정부 산하 싱크탱크 중국현대국제관계연구소 연구원 △미국 보스턴대 정치학 박사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교수 △인민대 산하 중국대외전략연구센터 부주임
◆자오퉁 △칭화대 물리학 학사 △칭화대 국제정치학 석사 △미국 조지아공대 과학·기술·국제문제 박사 △칭화·카네기 국제정책센터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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