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표계약자 출산으로 퇴직해도 재계약 안돼"...출산장려 역행하는 '행복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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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호 기자
입력 2017-08-13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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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표계약자가 소득업무 하지 않을 경우 퇴거해야…"현실 맞게 개정해야"

2015년 10월 행복주택 지구 가운데 처음으로 입주한 서울 송파구 삼전지구 행복주택 단지. [연합뉴스]


아주경제신문 김종호 기자 = #지난해 결혼과 동시에 행복주택 강일지구에 신혼부부 자격으로 입주한 A씨(31·여). 올해 초 첫 아이를 임신한 A씨는 올해 말 재계약을 앞두고 행복주택에서 쫓겨날 위기에 놓였다. 중소기업에 재직 중인 A씨 사정상 육아휴직을 쓸 수 없어 퇴직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행복주택 대표계약자인 자신이 회사를 그만둘 경우에는 재계약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방을 빼야 하는 것이다. 

청년과 신혼부부 주거난의 대안으로 떠오른 행복주택의 재계약 조건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행복주택 대표계약자가 직장이 없을 경우 재계약이 불가능한데 여성 계약자가 임신과 출산을 이유로 불가피하게 직장을 그만두더라도 예외 대상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1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행복주택을 공급하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은 행복주택 입주자가 재계약 시점에 입주 당시 충족했던 조건을 그대로 유지해야만 재계약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해당 조건으로는 △주택건설지역 또는 연접지역에서 소득이 있는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 △가구 구성원 모두 무주택자인 사람 △전년도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의 100% 이하인 가구 등이 포함된다.

문제는 행복주택 대표계약자가 여성일 경우 임신과 출산 등을 이유로 회사를 그만두게 되면 ‘소득이 있는 업무에 종사해야 한다’는 조건을 갖추지 못하게 돼 퇴거사유가 되는 점이다.

행복주택에 입주하는 신혼부부 대다수가 소득이 적은 중소기업 종사자로 육아휴직 사용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불임과 난임, 유산 등 여성 계약자의 불가피한 퇴직을 고려하지 않은 채 너무 무리한 잣대를 들이미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A씨는 “현재 다니고 있는 직장이 소규모 스타트업이어서 육아휴직은 물론, 출산휴가를 사용하는 것조차 눈치를 봐야하는 상황”이라며 “아무리 얘기해도 재계약이 불가능하다고 해 다른 전셋집을 구하러 돌아다니고 있다. 출산장려 정책과 행복주택은 거리가 먼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행복주택 가좌지구에 입주한 B씨(29·여)도 “행복주택 입주 후 안정적인 신혼생활을 하며 자녀계획을 준비하다 육아휴직을 하더라도 아이를 맡길 곳이 마땅치 않아 퇴사를 고민했었다”면서 “그러나 대표계약자가 퇴사하면 재계약을 할 수 없다고 해 당분간 임신을 미루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임신과 출산 등 사유를 증명하면 부부 중 한 사람만 소득활동을 해도 재계약을 허용하는 것이 형평성에 맞지 않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토부는 신혼부부의 행복주택 거주기간을 자녀 1명 출산 시 8년, 자녀 2명은 10년까지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대표계약자가 여성인 경우 임신과 출산, 육아 등에 따른 예외조항이 없기 때문에 사실상 행복주택이 정부의 출산장려 정책과는 반대로 가고 있는 셈이다.

스트레스성 난임과 습관성 유산 등 문제를 안고 있는 일부 행복주택 입주자 및 입주예정자들이 이와 관련된 민원을 넣는 등 이의 제기를 하고 있음에도 아직까지 국토부는 미온적인 반응이다.

국토부의 한 관계자는 “여성 대표계약자가 임신과 출산을 이유로 직장 퇴직 시 재계약이 불가능한 것이 내부적으로도 불합리하다고 판단해 재계약 조건을 개정할 수 있는 지 검토 중”이라면서도 “아직까지 결정된 부분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임경지 민달팽이 유니온 위원장은 “고용상태 유무 등을 전제로 행복주택의 입주 및 재계약 자격을 정하는 것은 사회적 신분에 의한 차별”이라며 “특히 행복주택이 청년층과 신혼부부의 다양한 삶의 양태를 반영할 수 있도록 개선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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