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 365] 공든 탑 스스로 무너뜨린 '에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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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4-0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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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미 생활경제부 차장

지난달 28일 아모레퍼시픽의 대표적인 브랜드숍인 에뛰드하우스는 자사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에뛰드하우스 아껴주시는 고객분들께 알려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사과문을 올렸다.

에뛰드는 사과문에서 "3월 27일 당사 공식 SNS 계정에 게재된 영상은 향후 공개될 메인 광고의 티저 영상으로, 전현무는 에뛰드 전속 모델 크리스탈의 일상을 소개하는 여러 MC 중 한 명으로 출연할 예정이었다"며 "그러나 영상 공개 후 광고 콘셉트가 에뛰드 브랜드 이미지에 적합하지 않다는 소비자 의견이 다수 제기돼 해당 영상을 비공개로 전환하고 메인 영상을 재편집 중에 있다"고 밝혔다.

사과문이 나오게 된 배경은 이렇다. 에뛰드는 이날 공식 유튜브 채널과 인스타그램 등에 '뉴 애니쿠션' 제품의 홍보 동영상을 올렸다. 12초짜리 티저 광고(회사명이나 제품명을 숨겨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광고 방식)였다. 광고모델은 사과문에 나온 방송인 전현무로, '전현무가 뉴 에뛰드 애니쿠션 모델이 되었다고?'라는 제목으로 동영상이 올라왔다.

동영상이 공개되자마자 항의가 빗발쳤다. 여혐(여성혐오)과 외모비하, 인종차별 발언을 일삼아온 전현무의 과거 때문이다. 전현무 2014년 한 방송에서 "다음 생에 여자로 태어나고 싶다. 우리 남자들은 평생 여자를 위해 대접하지 않았나. 나도 반대로 해보고 싶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또 방송에 출연한 게스트를 향해서는 "키가 제일 작다" "머리가 얼마 없다" 등의 말을 서슴지 않고 내뱉었다.

에뛰드의 핵심 소비자는 20대 여성이다. 수차례 여혐 발언 논란을 일으킨 전현무가 탐탁하지 않은 것은 당연했다. 결국 에뛰드는 동영상을 올린 지 3시간 만에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에 있는 티저 광고를 모두 내렸다.

하지만 에뛰드를 향한 시선은 여전히 싸늘하다. 일반 매장에 '오빠!! 나 이거 사주면 안돼??'라는 제목의 플랜카드가 걸렸다는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비난 수위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SNS 등을 통해 '불매'를 선언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이번 사태가 더욱 안타까운 것은 에뛰드가 이제 막 '기사회생'했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반 '공주 판타지'로 승승장구했던 에뛰드는 2013년부터 삐걱거렸다. 핑크색 위주의 제품 디자인과 방문자들에게 건네는 "어서 오세요. 공주님" 등의 응대 서비스가 시대에 맞지 않아서다. 매출은 2013년부터 2015년까지 3년 내리 감소했다. 2014년 브랜드숍 4위였던 매출 순위도 이듬해인 2015년 6위로 추락했다. 단번에 아모레퍼시픽의 '미운오리'가 됐다.

각고의 노력 끝내 지난해가 돼서야 겨우 부진에서 탈출했다. 에뛰드는 지난해 영 메이크업 브랜드로 재정비에 들어갔다. 브랜드 슬로건도 '라이프 이즈 스위트(Life is Sweet·달콤한 인생)'로 바꿨다. 그 결과 매출이 3166억원으로 전년보다 23% 늘고, 영업이익은 295억원으로 1153%나 뛰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자료를 보면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국내에서 화장품을 판매하는 업체는 8197곳에 달한다. K-뷰티(화장품환류) 영향 등으로 한국산 화장품이 인기가 높아져서다. 업계수가 많은 만큼 경쟁도 치열하다. 작은 실수도 기업 이미지와 신뢰도, 나아가 실적에 치명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에뛰드는 사과문을 "앞으로 보다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고객들의 마음을 사려 싶게 파악해 더욱 긴밀하게 소통하는 브랜드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마무리 지었다. 회사의 약속대로 더 이상의 자충수는 두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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