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365] 오히려 ‘독’ 되는 정부의 시장 개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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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운 기자
입력 2017-10-30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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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이라는 명분을 앞세운 정부의 시장 개입 효과는 득이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로 인한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독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최저임금제가 대표적인 사례다. 저임금 근로자들의 안정된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1986년부터 시행된 이 제도는 노동자들의 임금을 상승시키는 순효과로 증명됐다. 하지만 인건비를 우려한 해고, 더 높은 임금을 바라는 비자발적 실업자 증가 등의 부작용을 낳았다. 전반적인 임금 상승이 오히려 기업의 일자리 수요를 위축시키는 반대급부를 만들어낸 것이다.

이 같은 정부의 시장 개입은 경제 전반에 걸쳐 이뤄지고 있다. 신용카드 비즈니스도 정부의 시장 개입에 좌우되는 대표적인 시장이다.

정부는 최근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카드사들의 연체금리를 사실상 제한했다. 연체 중인 한계 차주를 위한 구제책이다. 서민을 옥죄는 금융사의 높은 금리를 제재한다는 점에서는 사실상 좋은 취지다.

하지만 미국과 한국의 기준 금리 인상이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에서 카드사들의 조달금리는 올라갈 수밖에 없다. 금리가 인상돼 한계 차주들이 대규모 부실에 직면할 경우 카드사들의 도미노 붕괴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대내외적 상황이 대손 비용이 증가할 수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막무가내식 금리 개입은 사실상 정부가 시장을 벼랑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게다가 이미 정부는 소상공인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카드사들의 가맹점수수료율 책정에 수십년간 개입한 상황이어서, 금리 인상 시 카드사들이 직면할 상황은 더욱 만만치 않다. 특히 정부가 '공공'이라는 명분을 앞세우고 있지만 사실상 표심 잡기를 위한 이벤트성 공약에 치우치면서 정부의 시장 개입이 득보다는 독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10년간 카드수수료율은 모두 9차례나 내려갔다. 선거 때만 되면 정치인들은 표를 얻기 위한 손쉬운 방법으로 신용카드 수수료율 인하를 전면에 내세웠기 때문이다. 이 같은 어처구니없는 시장 개입이 얼마나 독으로 작용했는지는 조사 결과를 통해서도 여실히 증명되고 있다.

여신금융협회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전국 영세가맹점 500곳을 설문조사한 결과, 영세가맹점은 가장 큰 어려움으로 경기 침체(57.2%)와 임대료(15.8%)를 꼽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맹점수수료 때문에 힘들다고 답한 비율은 2.6%에 불과했다.

이번 카드수수료 개편으로 가맹점주들은 한 달에 6만~7만원 정도 이익을 보게 되는 것인데, 이것이 자영업자에게 얼마나 큰 도움이 될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갖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결국 공공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시장 논리를 배제한 채 가격에 개입한 정부의 정책은 설득력을 잃고 있는 셈이다.

명분을 잃은 연체 이자율·가맹점 수수료율 등의 강제 인하는 결국 카드사의 수익 기반을 흔들어 고금리 대출 증가와 고객 부가서비스 감소라는 부작용을 낳을 수밖에 없다. 

한계차주와 소상공인들을 위해 시장 가격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을 두고 반대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하지만 시장 논리를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채 번번이 카드업계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득보다는 실이 더 많아질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금융시장의 경쟁 원리는 무시한 채 문제를 '관치 금융'으로 해결하려는 오래된 병폐만 되풀이되고 있을 뿐이다.

정치권과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도록 룰을 만들고 시장 질서가 유지되도록 감시하는 것이다. 관치 금융으로 인한 부작용이 기업과 소비자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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