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 365] 어린이날이 서글픈 어린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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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5-0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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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미 생활경제부 차장]
 

지난달 사이비 종교에 빠져 세살배기 아들을 주걱으로 때려 살해하고, 야산에 시체를 매장한 뒤 다시 발굴해 화장한 아동학대 살인사건의 범인이 3년 만에 경찰에 검거됐다. 사건의 범인은 친모와 사이비 종교 관계자였다.

같은 달 경기도 평택에 있는 어린이집 보육교사가 입건됐다. 자신이 근무하던 어린이집에 다니던 15개월 된 아동의 팔을 잡아당겨 팔꿈치가 빠지게 한 것이 뒤늦게 드러나서다. 이 보육교사는 울고 있는 아이를 강제로 끌고 가는 등 강압적으로 대했다. 또 아프다고 호소하는 아이를 1시간 동안 내버려 두고, 응급조치도 하지 않았다.

5일은 '어린이날'이다. 어린이 인격을 존중하고 행복을 도모하기 위해 정한 기념일이다. 기념일이 아니더라도 사회적 약자인 어린이를 보호하고 돌보는 것은 우리 모두의 의무다.

하지만 대한민국 어린이 모두가 이런 보호 속에 있지는 않다.

통계청의 '2017 청소년 통계' 자료를 보면 2015년 아동(0~17세)을 학대한 사례는 전년보다 16.8% 증가한 1만1715건에 달했다. 아동학대는 2011년 6058건, 2012년 6403건, 2013년 6796건, 2014년 1만27건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학대 유형도 다양했다. 전체 학대 가운데 폭언 등의 '정서학대'가 7197건으로 전체의 40.7%를 차지하며 가장 많았다. 신체학대는 6661건(37.7%), 방임은 3175건(18.0%)이었다. 아동을 상대로 한 신체추행 등의 성학대도 629건(3.6%)이나 발생했다.

학대 가해자는 아동을 낳고 기르는 친부모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2015년 아동학대로 판정된 248건을 분석한 결과 학대 사건의 88.3%는 피해아동 부모가 일으켰다. 친부가 54.8%로 가장 많았고, 친모가 26.2%로 그 뒤를 이었다.

친할아버지·할머니 등 친인척에 의한 학대는 5.2%를 차지했으며, 유치원 교사와 아동복지시설 봉사자 등 대리양육자 학대는 4.8%, 이웃이나 낯선 사람 등 타인이 저지른 학대는 2.2%였다.

아동학대 장소도 집안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학대 발생 장소의 90.3%는 '아동 가정 내'였다. 이어 집 근처·길가와 어린이집이 각각 1.6%를 차지했다. 학교는 1.2%, 유치원과 친인척 집은 각각 0.4%였다.

학대는 수시로 이뤄졌다. 아동학대 발생 빈도는 '거의 매일'이 20.6%로 가장 높았다. 일회성은 19.0%, 1개월에 한 번 13.3%, 2~3일에 한 번 10.1%, 1주일에 한 번은 6.9%로 분석됐다.

이러다 보니 우리나라 아동의 '삶의 만족도'는 100점 만점에 60.3점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였다. 회원국 가운데 삶의 만족도가 가장 높은 네덜란드(94.2점)와는 34점 가까이 차이가 났다.

삶의 만족도는 아동이 자신의 삶을 어떤 수준으로 인지하는지를 11개 구간으로 나눠 측정하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국제 척도다. 또 우리나라의 '아동결핍지수'는 54.8%로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컸다.

우리나라에서 어린이날을 기념한 것은 일제강점기였던 192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어린이들에게 민족정신을 고취하고자 아동문학가이자 사회운동가인 소파 방정환 선생의 지도 아래 천도교 서울지부 소년회가 1922년 5월 1일을 어린이날로 정했다.

1939년에 일제 억압으로 중단됐다 해방 이듬해인 1946년에 5월 5일을 어린이날로 지정했다. 1957년에는 '대한민국 어린이헌장'이 만들어졌다. 지난해엔 아동이 '독립된 인격체'임을 강조하는 '아동권리헌장'이 새로 선포됐다.

선물이나 맛있는 음식으로 때우는 어린이날이 아닌, 100년 가까이 된 기념일의 뜻을 되새기고 주변에 고통받는 어린이가 없는지 다시 한번 살펴보는 날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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