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지금·여기 음악의 중심엔 '인간'"

  • 강경원 세종솔로이스츠 총감독

  • "올해 힉엣눙크, 고전·현대·여러 장르의 융합 중심"

  • 인간 존재 질문…"자신만의 '여기, 지금' 발견하길"

  • "AI로 음악 듣는 방식 달라질 것…중심은 인간"

강경원 총감독 사진세종솔로이스츠
강경원 세종솔로이스츠 총감독 [사진=세종솔로이스츠]

"'지금의 클래식 음악'은 과거의 위대한 유산을 연주하는 동시에, 오늘 우리가 사는 사회와도 연결돼야 해요."

‘힉엣눙크!(Hic et Nunc!) 뮤직 페스티벌’을 이끄는 강경원(67) 세종솔로이스츠 총감독은 최근 서면 인터뷰에서 이처럼 말하며 "올해 프로그램은 고전과 현대, 여러 장르의 융합이 중심"이라고 밝혔다. 

라틴어로 '여기, 그리고 지금'이라는 뜻의 힛엣눙크는 이름처럼 클래식을 중심으로 AI, 문학, 시각예술 등 '지금'을 품는다. 오는 25일부터 내달 3일까지 열리는 올해 축제에는 44명의 예술가들이 10개의 공연과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강 감독은 "주요 작품들은 시간과 기억을 통해 인간의 깊은 내면과 감각을 탐구한다는 공통점을 지닌다"고 설명했다. "사소하고 파편적인 기억에서 출발해, 결국 인간 존재에 대한 큰 질문으로 나아가는 작품들이죠."  

현대음악 거장 죄르지 쿠르탁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공연하는 '카프카-프라그멘테'가 대표적이다. 카프카의 일기와 편지에서 한두 줄씩 발췌한 글의 파편을 짧고 응축된 음악으로 옮겨 인간의 복잡한 감정을 담아낸 작품이다.

세계적인 테너 이안 보스트리지가 부르는 말러의 연가곡은 사랑과 상실, 삶과 죽음, 방황을 직접 마주하게 한다. 프랑스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속 살롱 음악회를 재현한 공연에서는 기억과 시간을 통해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본다. 

강 감독은 이들 공연을 '이방인'이란 키워드로 묶었다. 

"이 작품들의 인물들은 모두 어떤 의미에서 자아를 잃었거나, 사랑을 잃고 방황하는 영원한 '이방인'들처럼 느껴지죠. 관객들이 하나의 정해진 답을 찾기보다는, 다채롭고 깊은 스펙트럼 속에서 자신만의 '여기, 지금'의 의미를 발견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감각의 모자이크를 시도했어요."

올해 축제의 또 하나의 화두는 AI다. 강 감독은 AI가 클래식 음악의 창작뿐 아니라 '듣는 방식' 자체를 바꿀 가능성에 주목한다.

그는 2년 전 세종솔로이스츠가 MIT 미디어랩의 토드 마코버 교수에게 위촉해 예술의전당에서 세계 초연한 '플로우 심포니'를 떠올렸다. 청취자가 AI 기술을 활용해 온라인에서 강물 소리, 현악기의 비율, 곡의 길이 등을 취향에 맞게 조절해 들을 수 있도록 설계한 작품이다. 

당시 마코버 교수의 말 한마디가 강 감독의 머릿속에 남았다. “후대의 젊은이들이 ‘그 시대에는 정말 같은 곡을 똑같이 반복해서 들었나요?’라고 물을 수도 있다고 하더군요.”

강 감독은 처음엔 고개를 갸웃했다. “베토벤 교향곡 6번을 바꿔 듣는 것을 상상하기는 어렵지 않을까?”라고 자문했다. 그러면서도 "앞으로 음악을 듣고 경험하는 방식이 지금과는 매우 달라질 수 있겠다”란 생각을 했다. 

실험은 계속된다. 세종솔로이스츠는 내년 세계 초연을 목표로 MIT 미디어랩, 카이스트 도시인공지능연구소와 '서울 시티 심포니'를 준비하고 있다. 시민들의 참여와 인터뷰, 서울의 소리와 움직임, 도시의 빅데이터를 음악적 재료로 바꿔, 서울의 초상을 그리는 작품이다.

강 감독은 "AI를 비롯한 새로운 기술이 없었다면 이러한 방식의 작품은 탄생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AI가 음악의 주체가 되는 미래를 그리는 것은 아니다. 강 감독은 “AI는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소리와 패턴을 찾아내고, 방대한 자료를 새로운 방식으로 연결하며, 관객이 음악에 참여할 가능성을 넓혀주는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음악의 중심은 바뀌지 않는다. 

"클래식 음악에서 이러한 기술은 궁극적으로 사람의 감정을 일깨우고 아름다움을 만들어내기 위한 것이 아닐까요? 개인적으로 음악의 중심에는 언제나 인간과 인간의 속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