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앞둔 상장사 '바람막이 사외이사' 모시기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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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3-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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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은경 기자= 국내 주요 상장사가 대선에 앞서 경쟁하듯 권력형 인사를 사외이사로 뽑고 있다. 새 정부에서 부적절한 바람막이로 악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보면 코스피 상장사인 신한금융지주는 오는 23일 정기 주주총회에 이상경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 주재성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을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하는 안을 올린다.

앞서 17일 주총을 연 LG화학은 정동민 전 대전지검 검사장을 사외이사로 뽑았다. 하나금융지주도 마찬가지로 법조 출신이 사외이사를 맡았다. 같은 날 주총을 개최한 하나금융지주는 윤종남 전 서울남부지검 검사장을 사외이사로 재선임했다. 현대자동차는 최은수 전 대전고법원장을 사외이사로 뽑았다.

효성은 관료 출신 사외이사를 재선임했다. 김상희 전 법무부 차관과 이병주 전 공정거래위원회 상임위원, 박태호 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이번에 다시 뽑혔다.

GS그룹 지주사인 GS는 사외이사로 양승우 안진회계법인 회장을 영입하기로 해 논란을 낳았다. GS가 안진회계법인에 외부감사를 맡기고 있지는 않다. 대신 안진회계법인은 GS 자회사인 GS글로벌을 상대로 외감을 해왔다.

이는 현행 상법에 어긋나지 않는다. 상법은 회계법인 임직원(퇴사 2년 이내 포함)에 대해 외부감사를 맡고 있는 해당 상장사에 대해서만 사외이사 선임을 금지한다.

하지만 이해상충으로 사외이사 독립성이 훼손될 가능성은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GS와 GS글로벌 사이에는 밀접한 이해관계가 형성돼 있다"며 "사외이사로 선임하기 위해서는 이해충돌을 해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코스닥도 바람막이 사외이사 논란에서 예외가 아니다.

차바이오텍은 오는 31일 정기 주주총회에 정중원 전 공정위 상임위원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을 올린다. 정중원 전 상임위원은 현재 법무법인 태평양에서도 고문을 맡고 있다. 그는 최근 롯데손해보험 사외이사와 감사위원으로도 새로 뽑혔다.

차바이오텍은 최순실 게이트로 직격탄을 맞기도 했다. 정부는 차바이오텍에서 선도해 온 줄기세포 치료제 규제를 풀어줬고, 이는 특혜 시비에 휘말렸다.

다른 코스닥사인 바이로메드도 고위관료 출신을 영입했다. 앞서 17일 바이로메드는 주총을 열어 노대래 전 공정거래위원장, 국세청 조사국 출신인 김병욱씨를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CJ E&M은 사외이사로 박양우 전 문화관광부 차관을 뽑기로 했다. 같은 CJ그룹 계열사인 CJ오쇼핑은 강대형 전 공정위 부위원장을 사외이사와 감사위원으로 선임한다.

사외이사는 사업계획이나 예산 결정, 재무제표 승인, 대표이사 선임에 참여할 수 있다. 막강한 권한이다. 하지만 권력형 인사가 번번이 사외이사를 차지하면서, 바람막이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사외이사가 대주주 독단을 감시함으로써 주주이익을 보호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며 "부적절한 로비 창구가 되거나 거수기 노릇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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