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중파' 김정남 피살에도 북중관계는'순망치한'…큰영향 없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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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2-2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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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김정남 피살에도 "북한은 우호적인 이웃" 두둔

  • 북중, 미국 압박에 전략적 공조 강화하는 상황 유력

아주차이나 김동욱 기자 =이달 13일 말레이시아에서 '친중파'로 알려진 북한 김정남이 피살됐지만 북중관계의 기본틀을 뒤흔들만한 큰 변화는 없는 상황이다. 

김정남 피살사건전의 북중관계는 중국이 최근 유엔 제재에 찬성한 이후 ‘냉각기’를 거치고 있었다.

그러나 북중은 다섯 차례에 걸친 북한의 핵실험 때마다 중국이 유엔 제재를 찬성하면 이러한 냉각기를 거친 후 다시 또 회복하려는 패턴을 거쳤기 때문에 서로 간에 ‘학습효과’를 공유하고 있다.

마오쩌둥 중국 초대 주석이 6·25전쟁 파병에 앞서 “한반도는 중국에 ‘순망치한(脣亡齒寒: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 서로 떨어질 수 없는 밀접한 사이)’의 관계”로 정의한 인식이 그대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오히려 북중 냉각기인 상황에도 중국은 여전히 대북 제재에서 북한의 ‘민생’(民生)과 관련한 영역을 예외로 하거나, 최근낮은 수준에서의 교류가 재개된 모습에 주목해야 할 점이다.

◆김정남 피살로 북중관계 변할까…속단 어려워
 

[아주경제신문]

김정은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은 2013년 처형된 장성택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과 함께 북한의 대표적인 친중파 인사로 꼽혔다.

2012년 김정은이 권좌에 오른 이후 김정남이 중국령 마카오와 베이징 등을 오가는 동안 중국 정부가 사실상 그를 비호하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그런 만큼 김정남의 후견인인 장성택이 처형된 이후 김정남의 신변도 중국이 보호하지 않으면 '풍전등화'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김정은이 이복형인 김정남을 앞세운 '중국 배후'의 쿠데타를 가장 우려해온 것으로 알려진 터에 장성택 숙청은 친중파 배제를 의미하는 것으로 여겨진 만큼 김정남도 위태로워 보였다.

장성택 처형후 김정남이 북한에 발을 디디는 것조차 불가능할 것이란 전망 속에 일각에서는 김정은 집권후 시종 삐걱대온 북중관계는 김정남이 중국의 '품' 안에 있는 한 근본적으로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왔다.

김정남이 중국 영토 안에서 중국 당국의 비호를 받으며 살아 있는 한 북한 정권 붕괴 등의 유사시에 중국의 지원 아래 '대타'로 투입될 수 있는 가능성이 남아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소행으로 확인된 단계는 아니지만, 김정남이 피살됨에 따라 지금도 껄끄러운 북중관계는 더 삐걱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그러나 중국 입장에서 북핵 문제에 따른 부담을 느끼는 동시에 미중 전략경쟁의 맥락에서 북한을 포용해야 할 전략적 이유도 존재하는 만큼 김정남 피살이 북중관계에 미칠 영향을 속단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전문가인 신종호 통일연구원 통일정책연구실장은 14일 "1차적으로 피살 경위가 규명되어야겠지만 김정일-후진타오(胡錦濤) 집권기라면 모를까 (김정남의 후견인인) 장성택이 처형된 뒤 북중관계에서 김정남이 차지하는 위상은 그리 크지 않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중국, 김정남 피살에도 "북한은 우호적인 이웃" 두둔

중국 정부의 김정남 피살 사건으로 북·중 관계가 악화될 것이라는 일각의 예측에 대해서도 일축했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사건 발생이후 16일 정례 브리핑에서 이번 사건으로 북중 관계에 영향이 있겠느냐는 질문에 "중국과 북한은 우호적인 이웃 국가"라며 "양국은 우호적인 교류를 해 온 전통이 있다"면서 이 같은 추측을 반박했다.

겅솽 대변인은 북한이 이번 사건을 저지르고, 중국이 김정남의 가족을 보호하고 있다는 국정원 발표에 대해서도 "관련 정보를 알지 못한다"면서 과도한 개입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그는 "관련 보도와 사건 추이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며 중국이 이번 사건에 큰 관심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다음날인 17일 정례 브리핑에서도 겅솽 대변인은 김정남을 돕던 백두혈통 인사가 가족과 탈북했다는 소문이 맞느냐는 질문에 김정남 사건을 언급하며 "우리는 말레이시아 측의 관련 입장과 최근 진전된 상황을 알고 있으며 계속해서 이 사건을 주목하겠다"고 답했다.

중국 외교부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의 피살 사건을 계속 주목하겠다는 입장을 정확히 밝힌 셈이다.겅솽 대변인은 최룡해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의 방중설에 대해서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중, 전략적 공조 강화하는 상황 유력

이처럼 중국 정부는 김정남 피살 사건에 대해 북한이 연류됐다는 발언에 대해 부인도 확인도 하지 않았다. 북중관계의 걸림돌이 되선 안된다는 내부 방침을 정한것으로 풀이된다.

향후 가장 가능성 높은 북중관계 시나리오는 미국의 ‘대중’ 강경노선, ‘대북’ 강경노선에 따라 북중이 서로 전략적 공조를 강화하는 상황이 가장 유력해보인다.

북한은 미국을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거의 유일한 국가이며 미국에 대한 핵 위협도 마다하지 않는다. 미국과의 갈등이 계속되는 중국 입장에선 북한의 이런 역활을 대단히 유용한 전략적 자산인 셈이다.

최근 한국의 사드 배치, 미국의 일본/한국 동맹 강화, 한일 정보협정, 남중국해, ‘아시아로 의 피봇’(pivot to Asia)은 모두 미중간 전략적 불신이 심화되는 것을 보여준다.

이러한 상황은 북한의 끊임없는 핵과 미사일 실험에도 미국을 더 큰 잠재적 적으로 인식하는 중국이 북중관계를 더욱 살뜰하게 챙기게 하는 강력한 동기 부여를 하게 될 공산이 크다.

‘중국역할론’에 기대어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다 외교정책상 큰좌절을 맛본 한국으로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책임론’에 그대로 편승하는 것은 한국의 국익에 있어 최선의 선택으로 보인다.

트럼프의 중국책임론도 결국 오바마때와 같이 ‘중국을 통해’ 북핵문제를 해결하겠다는것이다. 한국으로서는 한미 동맹을 통한 북핵 억제 력을 강화하고 중국과 사드 문제를 관리해 나가면서, 무엇보다 한국 스스로의 대북 영향력을 배가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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