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핵 감자" 엘시티 이영복 회장, 3달 만에 검거...비자금, 로비 본격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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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11-11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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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복 회장이 석달 만에 검거된 가운데 11일 오후부터 비자금, 로비 혐의에 대한 본격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아주경제 이채열 기자 =500억 원이 넘는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로 수배 중이던 부산 해운대 엘시티 시행사 이영복 회장이 지난 10일, 서울에서 자수하고, 부산으로 압송된 가운데, 부산지검 특수부는 인허가 과정에서의 비리나 특혜 의혹에 초점을 맞춰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1일 새벽 3시께 부산에 도착한 이 회장은 주요 혐의 인정 여부와 심경, 도주 기간 행적 등을 간단히 조사하고 나서 부산구치소에 수감된 후, 검찰은 오후 2시 이 회장을 다시 불러 조사를 시작했다.

검찰의 조사 초점은 최소 500억 원대 이상으로 추정되는 엘시티 시행사 비자금의 정확한 규모와 이 회장이 비자금 조성을 직접 지시했는지다. 엘시티 인허가와 자금 조달, 시공사 유치 등에 어려움을 겪었던 이 회장이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고 비자금으로 정권 실세나 유력 정관계 인사들에게 금품 로비를 했는지를 밝혀내느냐가 관건이다.

현재, 검찰은 엘시티 시행사와 분양대행사와 용역회사, 이 회장이 실질 수유한 다른 건설사 등에 대한 계좌 추적과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회계자료 분석 등으로 이 회장의 혐의를 입증하는데 필요한 자료를 상당 부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대진 부산지검 2차장 검사는 "언론에서 제기한 엘시티 관련 비리나 특혜 의혹, 정관계 로비설 등에 전반적으로 살펴보고, 최순실씨나 정관계 인사들과 관련된 이 회장의 금품 로비의 혹에 대해서도 진위를 확인하겠다"며, "혐의를 의심할 만한 구체적인 사실관계나 단서가 확인되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이영복 회장의 검거로, 부산 정재계에서도 엄정한 수사를 진행해 줄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은 11일 성명서를 통해 "엘시티(LCT) 시행사 이영복 회장의 정·관계 로비 의혹을 철저하게 수사하라"고 촉구했다.

더민주는 "이 회장이 사업 시행 과정에서 1천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해 전직 청와대 수석과 여권 실세, 부산시의 전·현직 지자체 간부, 검찰, 경찰 고위 인사 등에게 금품과 향응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주장하며, "이 회장이 수백억원을 빼돌려 사업 인허가와 도시계획변경, 주거단지 허가 등을 위한 로비자금으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고 비선 실세 최순실이 만든 계 모임에도 가입해 사건을 무마하려 한 정황까지 있다"며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또한 더민주는 "검찰이 사건을 차일피일 미루다가 최순실 게이트로 들끓어 오르는 정국을 물타기 하려 갑자기 검거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있다"며 "현 정권 실세는 물론 이명박 정부 인사에서 친노 정치인까지 로비 대상에 거론되는 것 등이 이를 뒷받침한다"고 강조했다.

부산 해운대 엘시티 조감도.[엘시티]

-부산 해운대 엘시티 과정은?

한편, 포스코건설이 시공을 맡아 2019년 완공할 예정인 엘시티는 해운대해수욕장과 맞닿은 옛 한국콘도, 옛 국방부 땅 등을 포함한 미포지구 6만5천㎡에 건설되고 있다. 101층짜리 1개 동, 5층짜리 주터타워 2개 동으로 건설되고 있으며, 여기에 58∼78평형 등 공동주택(아파트) 882가구를 비롯해 561실 규모의 레지던트 호텔, 296실짜리 6성급 관광호텔, 쇼핑타운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사업비만 2조7천억원 규모다.

해운대 엘시티는 1990년대 중반 미포에 자리한 옛 국방부 땅을 대상으로 한 부산시의 종합해양온천지구 개발 구상에서 출발했다. 재원 부족 등의 문제로 표류하던 이 구상은 2007년께 민간자본 유치를 통한 사계절 체류형 리조트 개발 사업으로 변경됐다.

부산시와 부산도시공사는 당시 민간사업자를 공모하면서 부지 앞쪽에는 바다 조망권을 해치지 않도록 건물 높이를 60m로 제한했고, 주상복합 아파트를 포함한 공동주택 등은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이때 이 회장이 실질적으로 소유한 청안건설 컨소시엄(현재 엘시티)이 사업자로 선정됐다.

이후 이 회장이 소유한 건설회사가 1990년대 초·중반 부산 사하구 다대동 임야 42만2천여㎡를 사들인 뒤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일반주거용지로 용도변경해 1천억원이 넘는 시세차익을 챙긴 것과 비슷하게 진행됐다.

부산시 등은 2009년 12월 도시계획심의위원회를 열어 엘시티 부지를 '중심지 미관지구'에서 '일반 미관지구'로 용도를 변경, 아파트를 지을 길을 열어줬다. 또 건물 높이 제한을 풀었다. 101층 랜드마크 동의 높이는 무려 411.6m에 달한다.

사업이 구체화한 후 인허가 과정에는 환경영향평가가 면제됐다. 엘시티가 들어서면 주변 교통대란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교통영향평가를 손쉽게 통과하기도 했다. 옛 국방부 부지 5만10㎡였던 사업부지도 옛 한국콘도와 주변 지역으로 확대돼 6만5천㎡로 넓어졌다.

이 과정에 지역 시민단체가 '특혜 의혹'을 제기해 논란을 빚었고, 보상을 둘러싼 비리 의혹이 불거져 검찰 수사를 받기도 했지만 문제없이 넘어갔다.

국내 건설사와 금융권이 경제성 부족을 문제 삼아 사업 참여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자 엘시티는 2013년 10월 중국건축(CSCEC)이 시공을 맡는다고 발표하고 곧바로 첫 삽을 떠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중국건축이 1년 6개월 만인 지난해 4월 손을 털고 나갔고, 지난해 7월 뜻밖에 포스코건설이 책임시공을 맡았다.

또 BNK 금융그룹 부산은행 등 금융권이 1조7천800억원에 달하는 자금 조달을 책임지기로 하면서 사업이 본궤도에 올랐다. 지난해 10월부터 시작된 공동주택(아파트) 엘시티 더 샵 분양은 또 한 번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3.3㎡당 평균 분양가가 2천730만원으로 책정돼 역대 부산에서 분양된 아파트를 통틀어 가장 비싼 분양가를 기록했다.

특히 320㎡(97평형) 펜트하우스 분양가는 67억6천만원으로, 국내에서 정식 모집공고를 내고 분양한 아파트(주상복합 포함) 중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초고가 논란에도 1순위 청약(839가구 모집, 특별공급 43가구 제외)에 1만4천여 명이 몰렸고, 2가구를 모집하는 244.61㎡ 평형(펜트하우스) 경쟁률은 68.5대 1을 기록, 부동산 업계 관계자들마저 '과열'을 우려하기도 했다. 분양 직후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의 웃돈이 붙은 엘시티 분양권 전매가 극성을 부렸고, 미처 전매하지 못한 분양자 120여 명은 수억원대에 달하는 계약금을 못내 분양권을 회수당하기도 했다.

검찰은 이르면 11일 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횡령과 사기 혐의로 이 회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할 예정이다. 엘시티 시행사가 용역대금 부풀리기 등으로 금융권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자금을 빼돌린 혐의가 있고, PF 자금 지급은 시공사와 대주단 간사 승인을 받게 돼 있어서 포스코건설과 대주단 간사인 부산은행에 대한 조사도 불가피해 보인다. 이영복 회장의 각종 혐의를 어떻게 밝혀낼 지 검찰의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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