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스페셜]中의 한반도3원칙과 '무늬만 대북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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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9-12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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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주석은 지난 3일 항저우에서 가진 미중정상회담에서 오바마 대통령에게 한반도 문제 3원칙을 재차 확인했다. [사진=신화통신]



아주경제 베이징특파원 조용성 기자 = '한반도의 비핵화 실현' '한반도의 평화·안정 유지' '대화와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 이 세가지는 오랜기간 견지되어 왔던 중국의 한반도문제 3원칙이다. 지난 3일 중국 저장(浙江)성 항저우(杭州)에서 개최됐던 미중정상회담에서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오바마 대통령에게 다시 한번 확인했던 사안 중 하나가 바로 이 한반도문제 3원칙이다. 이 3원칙은 9월5일 진행됐던 한중정상회담에서도 시 주석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재차 강조했다. 이어 지난 9일 북한이 제5차 핵실험을 강행한 이튿날인 10일 중국 외교부가 내놓은 발표문에서도 이 3원칙은 또다시 등장했다. 

북한의 핵실험강행은 3원칙의 첫번째인 '한반도의 비핵화'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때문에 중국은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 강도높은 비난을 내놓고 있다. 중국은 핵실험 이튿날 지재룡 주중북한대사를 초치해 강한 항의의 뜻을 표출하기도 했다. 중국이 내세우는 3원칙의 첫번째는 국제사회의 공감대와 비슷하지만, 3원칙 중 나머지 두가지는 중국의 국가이익을 반영하고 있고, 이로 인해 상당한 입장차이를 빚어내고 있다. 중국이 대북제재에 소극적인 이유 역시 3원칙으로 설명될 수 있다고 하겠다.
 

지난달 북한이 시험발사한 SLBM.[사진=신화통신]



◆급변사태 반대, 제재통한 붕괴에도 반대

3원칙의 두번째인 '한반도의 평화·안정 유지'에 나오는 '안정'이란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물론, 북한내에 '관리되지 않는' 급변사태가 일어나서는 안된다는 뜻도 포함한다. 여기에는 북한에 '중국의 통제를 벗어나는' 급변사태가 벌어진다면, 북한에 친미정권이 들어설 수 있다는 우려가 담겨있다. 한반도 사드배치마저도 '미국의 중국견제'로 간주하는 중국이다. 북한에 친미정권이 들어선다면 중국이 내놓을 반발의 강도는 그야말로 '핵폭탄'급일 것이다.

3원칙의 세번째는 '대화와 협상을 통한 문제해결'이다. 중국은 구체적인 대화 플랫폼으로 6자회담을 지지하고 있다. 핵실험을 강행했던 지난 9일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북한을 강력하게 비난하면서도 "중국은 6자회담의 틀 안에서 관련 문제를 해결할 것"이란 입장을 강조했다. 또한 중국은 9일(미국 워싱턴 현지시간) 북한의 5차 핵실험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에서 "단호한 반대"를 표명하면서도 6자회담을 통한 대화 해법을 지지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무력사용을 통한 북핵문제 해결에 대해 강하게 반대하고 있으며, 제재를 통한 북핵문제 해결에도 그리 적극적이지 않다. 앞서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 2월 17일 "중국은 반도(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는 것과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는 것을 (동시에) 병행해 추진하는 협상 방식을 제안한다"며 평화협정 추진을 공식적으로 제시했었다. 우리나라가 추진하고 있는 '제재와 압박을 통한 북한 비핵화'는 중국의 기본입장과 거리가 멀다.

◆제재 거론없이 북한 비난만

다시말해 중국은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서는 결연히 반대하지만, 북한의 급변사태가 일어나는 것은 바라지 않고, 또한 제재를 통한 해결보다는 대화를 통한 해결을 원칙으로 삼고 있는 셈이다. 북한의 핵실험을 반대한다는 차원에서의 대북제재에는 참여하겠지만, 대북제재의 수위는 북한정권의 붕괴를 촉발하는 수준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중국의 입장이다. 게다가 중국의 해법은 대화가 원칙이니, 어디까지나 대북제재는 부수적인 수단일 수 밖에 없다.

이같은 입장에서 중국 당국은 북한의 5차핵실험 이후 북한에 대한 강도높은 비난을 쏟아내고 있지만, 대북제재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중국의 언론들과 학자들의 반응 역시 이와 비슷하다. 환구시보는 10일 사설에서 "북한의 핵실험은 북한의 정치안전을 보장해주기보다 오히려 거꾸로 북한을 점차 질식하게 할 것"이라며 북한을 강도높게 비난했지만 향후 중국의 대북제재 수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중국 당국자의 발언, 외교부의 성명, 관영언론의 사설, 석학들의 평론 등에서 중국이 더욱 강도높은 대북제재에 나설 것이라는 신호는 어디에서도 읽어내기 힘들다.
 

지난해 10월 북한을 방문한 류윈산 상무위원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손을 잡아보이고 있다.[사진=AP/연합]



◆중국의 제재는 '무늬만 제재'

서방세계에서는 이번에도 중국은 대북제재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고 있다. NYT는 9일자 사설을 통해 "국제사회와 보조를 맞추는 듯하면서도 북한에 우호적인 중국의 '양면성' 때문에 오늘날의 북핵 위기가 왔다"며 중국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사설은 또 "대북제재의 성공 여부는 중국이 북·중 교역 중단에 협력하느냐에 달려있는데, 중국은 그렇게 할 것 같지 않다"며 "북한이 붕괴하고 한국 주도의 남북통일이 이뤄질 것을 우려한 중국이 줄곧 강력한 대북제재에 반대해 왔다"고 설명했다.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은 "중국은 미국에 이익이 될 수 있는 (북한 내) 불안정을 초래하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스나이더 연구원은 "중국의 최우선 관심사는 국경에서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라며 "북한의 생존을 위협에 빠뜨리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마쓰다 야스히로(松田康博) 도쿄대 교수는 "중국에 있어서 북한의 체제가 붕괴하면 난민 유입 등의 비용이 크다. 한국이 북한과 통일하면 미국의 동맹국과 국경을 접하는 것이 되기도 한다"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에 의견을 밝혔다. 그는 "중국은 대북제재 강화에 찬성하더라도 실제로는 도망갈 길을 붙인 제재밖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인민대 국제관계학 교수 스인홍(時殷弘) 역시 NYT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이 순간에도 중국은 미국보다는 북한에 가깝다"면서 "중국은 (강도높은 제재가 이뤄져) 북한이 붕괴하는 것보다는 (북한이) 핵무기로 무장하는 것을 더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중러 반대, UN 추가제재 '험난'

게다가 이번에는 UN 안보리의 대북 추가제재에 대한 논의가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대북 추가제재보다 대화를 통한 해결을 거듭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특히 중국과의 협의를 통해 정치·외교적 해결 원칙에 공감하고 자신들의 입장을 관철하기 위해 공조하기로 했다고 밝혀 한·미·일이 주도할 안보리의 대북 추가 제재 논의에 함께 제동을 걸 가능성이 커졌다.

러시아 외무부는 발표문을 통해 "(중국과 러시아) 양측이 북한의 또 다른 핵실험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면서도 동시에 "모든 이해 당사국들이 추가적긴장 고조로 이어질 수 있는 행보를 자제할 것을 호소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양국은 한반도 핵 문제의 정치·외교적 해결에 대한 신념과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한 양국의 긴밀한 공조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소개했다. 러시아와 중국이 5차 핵실험을 강행한 북한에 새로운 제재를 가하기보다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쪽의 대응 방안을 관련국들에 제시할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북한의 미사일운반용 차량은 중국으로부터 '목재운반용 차량' 용도로 수입됐다.[사진=바이두 캡쳐]


◆군용물자 '민용' 둔갑해 유입

국제사회가 강도높은 제재안을 내놓더라도 중국이 이를 적극적으로 이행하지 않으면 제재는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사실은 이미 수차례 증명됐다. 특히 중국은 북한과의 '민생용' 무역을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민생용'과 '군용'을 판단하는 기준을 느슨하게 한다면 '군용'물자가 언제든지 '민생용'으로 둔갑해 북으로 유입될 수 있다.

북한이 열병식에서 자주 내세우는 무수단 미사일은 중국에서 들여온 미사일 운반용 대형특수차량을 이용해 이동된다. 이 차량은 '목재운반차량'이라는 명목으로 북한에 수출됐다는 것이 UN의 조사결과 밝혀졌다. 2010년 11월5일 북한 임업성 림목무역총회사는 중국 후베이산장항천완산(湖北三江航天萬山) 특종차량공사와 대당 3000만위안(한화 약 50억원)에 6대를 수입한 후, 미사일 운반용 차량으로 개조해 사용하고 있다.

또한 '민생용'인 세탁기 통돌이 모터가 북한에서 '군용'인 원심분리기로 사용된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북한은 핵 개발 과정에서 원심분리법을 채택하고 있는데, 이는 세탁기를 돌리듯 원통 속에서 육불화우라늄(UF6)을 고속회전시켜 원심력으로 우라늄-235를 분리하는 방식이다. 원심분리기가 고가인데다 반입이 불가능해 세탁기 모터를 보완해 활용해왔다는 것. 때문에 우리나라는 지난 3월 대북유입 '특별 감시대상품목'에 세탁기 모터를 포함시켰다.

이에 더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가 반년째 계속되면서 두만강 일대 중국 연변조선족자치주를 통한 북중교역이 기존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 루트를 대신하는 무역경로로 자리 잡았다. 단둥-신의주 경로가 엄격한 대북제재를 받고 있다면, 연변을 통한 교역은 활발하다는 것이 현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더구나 취안허(圈河) 통상구와 북한 나선시 원정리 통상구를 연결하는 신두만강대교는 오는 10월 준공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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