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정부 vs 지방정부 ‘재정 갈등’으로 옮겨 붙은 연말정산 파문…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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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1-29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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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특히 청와대가 29일 보건복지부의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이하 건보료 개편) ‘백지화’ 선언을 하루 만에 번복하면서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2013년 7월 출범한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 기획단이 개혁안 ‘공개 직전’ 당·정의 오락가락 행보로 무산되면서 파장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이유다. [사진=청와대]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 연말정산 5월 소급적용 파문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를 강타하고 있다. 정부가 서민증세 논란을 피하려고 ‘고육지책’으로 꺼낸 연말정산 5월 소급적용 카드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재정 충돌 양상으로 번질 조짐이다.

관리재정수지와 국가채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상황에서 정부의 연말정산 5월 소급적용 결정으로 ‘세수 부족→지출 축소’가 현실화, 이미 판을 벌인 무상보육·무상급식 등 ‘보편적 복지’를 거둘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해 무상보육을 놓고 벌인 ‘중앙정부 대 지방정부’ 갈등의 제2 라운드가 초읽기에 들어간 셈이다.

특히 청와대가 29일 보건복지부의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이하 건보료 개편) ‘백지화’ 선언을 하루 만에 번복하면서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2013년 7월 출범한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 기획단이 개혁안 ‘공개 직전’ 당·정의 오락가락 행보로 무산되면서 파장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소득공제의 세액공제 전환을 통해 역진적 성격의 세금절감 방식을 하후상박적으로 재조정하겠다고 공언한 정부가 논란이 일자 땜질식 처방으로 일관, 박근혜 대통령의 최대 자신인 ‘신뢰 이미지’도 동반 추락할 전망이다.

◆연말정산·건보료·지방교부세 개편, ‘알박기’ 정책 논란

연말정산 5월 소급적용과 건보료·지방교부세 등의 개편을 둘러싼 논란의 핵심은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 정책에 불과하다는 데 있다. 
 

21일 소득세 연말정산 논란과 관련해 국회 새누리당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긴급 당정회의에서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 등 정부·새누리당 관계자들이 추가 보완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또한 중·상위계층의 소득세 누진 적용이 가능한 ‘소득공제의 세액공제 전환’이나 고소득 직장 가입자와 소득이 있는 피부양자의 건보료 인상을 골자로 하는 ‘건보료 개편’ 추진에 먹구름이 끼자 정부가 ‘세제의 정상화’ 명분을 쥐고 지방교부세 개편을 밀어붙이고 있다. [사진=아주경제 남궁진웅 기자 timeid@]


중·상위계층의 소득세 누진 적용이 가능한 ‘소득공제의 세액공제 전환’이나 고소득 직장 가입자와 소득이 있는 피부양자의 건보료 인상을 골자로 하는 ‘건보료 개편’ 추진에 먹구름이 끼자 정부가 ‘세제의 정상화’ 명분을 쥐고 지방교부세 개편을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 단적인 예다. 

지방교육재정에 경고등이 켜진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지방교부세 축소를 통해 사실상 중앙정부의 세수 부족을 메우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게 아니냐는 우려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다. 

기획재정부와 통계청 등에 따르면, 현재 국세와 지방세의 비중은 ‘8대 2’ 정도다. 정치권 등에서 선거 때마다 ‘분권화’를 주장하지만, 예산집행은 ‘중앙집권적’인 셈이다. 또한 정부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세입규모 추계도 논란의 대상이다. 새정치연합에 따르면 올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39조 안팎으로, 정부가 예상한 세입규모(49조5000억원)보다 10조원 적다.

새정치연합 김태년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이같이 주장한 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전년대비 1조3000억원 감소됐고, 지방교육청의 빚도 계속 늘어나서 지방교육채 발행 규모가 2014년에 4조8000억원에서 15년에 9조7000억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꼬집었다. 

◆朴정부, 지방재정 곳간 털기 파문 ‘일파만파’

이뿐만이 아니다. 2013년 기준으로 지방교육재정 교부금과 지방교부세는 41조6000억원과 34조2000억원에 불과하고, 전국 지차체의 평균 재정자립도 역시 50%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연말정산 소급 적용과 건보료 개편 무산이 현실화 될 경우 박근혜 정부가 ‘세수 부족→지방교부세 등 개편→무상복지 전면 재검토’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


특히 박 대통령이 지방세제 개편의 명분으로 내세운 ‘내국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비례’ 원칙을 놓고도 범야권 내부에선 학급당 학생 수 등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를 밑돌고 있는 만큼 20.27%인 현행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25%까지 올려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가운데 대다수가 9년간의 의무교육(초등학교 및 중학교) 학비라는 점에서 정부가 사실상 무상보육 포기를 선언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문제는 박근혜 정부가 국가(중앙 및 지방) 재정 딜레마에 빠지면서 향후 선택지가 좁아졌다는 점이다. 정부가 △자녀세액공제(1인당 15만원·3인 이상 20만원) △출산·입양 세액공제 신설 등으로 연말정산의 파문을 가까스로 막았지만, 이 같은 ‘마른수건 짜기’ 정책의 다음 수순은 ‘지출 축소’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새누리당 김태호 최고위원과 차기 원내대표에 출마한 유승민·이주영 의원이 공개적으로 ‘무상복지의 전면적 재검토’를 주장한 이유도 ‘무상 포퓰리즘’ 프레임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연말정산 소급 적용과 건보료 개편 무산이 현실화될 경우 박근혜 정부가 ‘세수 부족→지방교부세 등 개편→무상복지 전면 재검토’ 수순을 단행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필상 서울대 초빙교수는 이날 아주경제와의 통화에서 최근 박근혜 정부의 세제 개편안 추진과 관련해 “섣불리 세제 개편안을 밀어붙이다가 논란이 확산되니까 ‘소급적용을 한다’는 것은 굉장히 잘못된 것”이라며 “연말정산이나 건보료, 지방교부세 개편 추진 과정에서 보인 오락가락 행보를 보면, 향후 어떤 정책을 추진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 결국 정부의 신뢰 추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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