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산단 화학공장 폭발 사고 노동자…"화상보다 깊은 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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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11-26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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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3일 전남 여수국가산단 내 한 화학공장 폭발사고로 화상을 입은 최모(38)씨의 최근 모습.[사진=피해자 가족 제공]



아주경제 장봉현 기자 = "사고 당시에는 모든 걸 처리해 줄 것 같더니 이제는 무성의로 일관합니다. 가까스로 건진 목숨이지만 앞으로가 더 걱정이네요"

지난 7월3일 전남 여수국가산단 내 화학공장 폭발사고와 관련해 사측이 피해 보상에 무성의로 일관하고 있다며 피해자 측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사측의 이 같은 행태는 상황을 모면하기에 급급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26일 경찰과 피해자 측에 따르면 전남 순천시에 사는 최모(38)씨는 지난 7월 3일 오전 10시 20분께 여수시 화치동 A사 EPS설비 공장 바닥의 노후한 콘크리트 제거 작업을 하던 중 폭발이 발생하면서 전신 3도 화상을 입었다.

당시 최씨는 사고 직후 부산의 한 화상전문병원으로 옮겨져 전신 65%에 해당하는 화상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최씨와 함께 사고를 당한 김모(65)씨는 전신 80% 면적에 해당하는 화상을 입어 치료를 받다 사고 10여일만에 숨졌다.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최씨는 2개월 동안 무려 9차례에 걸쳐 피부이식 등의 수술을 받아야 했다.

수술을 했지만 최씨는 온몸이 검붉은 화상의 상처로 사고 당시의 참혹함을 여실히 보여줬다. 이 사고 충격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판정을 받아 정신과 치료까지 받고 있는 처지다.

최씨 가족들은 사고 직후 원만한 보상금과 위로금 및 병원비를 처리해 줄 것을 고용주인 B사와 원청인 A사 측에 요구했다.

사측은 초기엔 성의를 보였다. 특실 병실 이용과 함께 7-8월분 치료비 중 비급여(본인부담금)까지 모두 부담했다. 하지만 최씨의 상태가 호전되자 지난달 초 갑자기 태도가 달라졌다. 사측은 "사정이 어렵다"며 "8월26일분까지만 지원하겠다"고 통보했다.

사측의 이 같은 결정에 최씨는 본인 부담 병원비, 치료용품비 등 1659만원을 고스란히 부담하게 됐다. 문제는 최씨의 사고가 산재로 인정받아 매월 170만원의 요양비를 받아 왔지만 이 비용보다 턱없이 적다는 것이다.

결국 피해자 측은 치료비 조달을 위해 최씨 아내의 신용카드로 1000만원을 연리 22.5%에 빌려야만 했다. 사고로 생계까지 막막한 상황에서 병원비와 치료비까지 부담한 것이다.

이 때문에 피해자 측은 사고 발생 수개월이 지났지만 보상금과 위로금 처리는커녕 사측의 무성의한 대응에 섭섭함을 드러내고 있다. 더욱이 육체적 장애와 함께 경제적.정신적 고통까지 겪고 있는데도 사측의 태도는 너무한다는 것이다.

피해자 동생인 최모(35)씨는 "사측이 처음에는 모든걸 해줄 것처럼 하다가 형의 상태가 좋아지니까 너무 무성의하게 대응한다"면서 "이는 상황을 모면하면 된다는 식으로 밖에 볼 수 없고, 병원비가 기업입장에서는 적은 금액이겠지만 우리는 거금을 부담해야 하는데 정말 부도덕의 극치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노했다.

이에 대해 A사 관계자는 "하청업체에 강제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면서도 "다만 원청의 법적인 책임은 없지만 하청업체가 피해자 측과 원만하게 풀어 갈 수 있도록 최선의 역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당시 사고가 작업과정에서 스파크가 발생, 인화성이 강한 펜탄에 옮겨 붙어 폭발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펜탄은 석유화학제품을 가공할 때 만들어지는 용제로 휘발성이 강해 위험물로 분류된다. 

광주지검 순천지청은 안전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폭발사고를 일으킨 A사와 B사 등 회사 관계자를 소환해 업무상 과실치사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 혐의로 수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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