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하는 한국경제, 키를 잡아라] "연봉 2100만원, 집값 갚느라 허덕이는 데도 중산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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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7-10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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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산층 기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마련해야

공식 중산층과 체감 중산층 비중 비교[사진=아주경제DB]


아주경제 김선국 기자 =박근혜 정부가 중산층 기반을 강화하겠다고 나선 지 2년이 다 돼가지만 여전히 중산층에 대한 기준 하나도 잡지 못한 채 난항을 겪고 있다. 국민 절반 이상은 스스로를 저소득층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마당에 정부가 내놓을 중산층 강화 방안은 실효성에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중산층은 국가 차원에서는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면서 사회 안정의 근간이 되기 때문에 건강한 중산층의 성장은 국가 발전의 기본이다. 따라서 정부가 적극 나서 소득 증대와 가계 부담 경감, 다양한 재산 형성 등의 정책을 내놓아 체감할 수 있는 중산층 기반강화 방안을 마련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나온 정부의 정책들은 핵심을 비껴난 채 겉돌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연봉 2100만원이어도 중산층…현실과 괴리↑

기획재정부는 "경제혁신 3개년계획 등 정부에서 추진하는 모든 경제 정책이 중산층을 위한 것"이라며 "비정규직 및 서비스 유망 직종 등 고용률 높이기, 물가안정, 주거비·교육비·의료비 등의 부담을 줄이는 것 등이 직접연결이 돼 있다"며 중산층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기준에 따라 중산층으로 분류된 사람들 사이에서는 정부의 정책을 전혀 체감하지 못한 모습이다.  
A방직 회사에서 일하는 오 모(35세)씨는 "당직비, 인센티브 등을 다 포함해도 연봉 2500만원, 실제 월급으로 주어지는 돈은 150만원이 조금 넘는 정도인데 매달 빚(주택) 갚느라 문화생활도 못한다"며 "연 6000원 정도 받는 간부(부장급)와 동급(중산층)으로 구분되는 게 맞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이처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에 맞춘 우리나라의 중산층 기준은 지나치게 낮게 책정돼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행 중산층 기준은 소득이 가장 많은 가구와 가장 적은 가구를 한 줄로 세운 뒤 정확히 중간에 위치한 가구 소득(중위소득)을 100으로 놓고 50~150 사이의 가구를 말한다.

이 기준으로 보면 우리 국민의 65%가 중산층에 해당된다. 소득으로는 4인 가족 기준 연소득 2124만~6372만원 수준이다. 현행 기준대로라면 연소득이 2100만원만 되어도 6400만원의 고소득자와 함께 중산층으로 분류된다.

전문가들은 또 본인이 중산층에 속한다는 자긍심을 얻기 위해서는 삶의 질 개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이를 위해서는 △임금근로자와 자영업자의 소득 향상 대책 마련 △물가 및 주거 안정을 통한 가계수지 개선 △노후 준비와 자산 형성 지원 △세제개편 및 복지정책 수립 시 계층의식 고려 등의 방안이 필요하지만 정부는 아직 내세울만한 방안 하나 내놓지 못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이준협 연구위원은 "OECD 기준 중산층과 체감 중산층의 괴리가 커질수록 사회경제적 불안정성이 확대될 우려가 있다"며 "중산층의 삶의 질이 향상돼야 사회갈등도 줄어들고 경제발전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정부도 이러한 문제점에 대해 일부 인정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소득기준 조정은 손대지 않고 OECD기준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면서도 "2기 최경환 경제팀의 정책방향에 따라 조정이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 중산층 기준에 대한 사회적 합의 마련해야

기재부는 중산층을 강화하겠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중산층 기준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제대로 이끌어내지 못한 채 엉거주춤한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표류하고 있는 한국경제의 키를 제대로 잡기 위해서는 몰락하고 붕괴된 중산층이 살아나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중산층 기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마련하고 그동안 시행했던 각종 정책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가 이뤄져야 할 시점인 셈이다.

중산층 기준 수립은 하반기 세법 개정을 위한 비과세, 감면 등에 대한 기준점을 찾기 위해 더 이상 늦출 수 없게 됐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역시 향후 경제구상에서 중산층 강화가 반드시 필요한 과제라는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최 부총리 후보자는 지난 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제출한 서면답변서를 통해 "아직까지 국민이 체감하는 성과는 부족하다"며 "중산층 소득을 높이기 위한 대책을 구상중"이라고 밝혔다. 최경환 2기경제팀이 들어서면 세법 개정을 위해서라도 중산층에 대한 기준을 세워야 한다.

한 경제전문가는 "중산층 강화 정책을 더 이상 미뤄서는 한국 경제의 회복은 힘들다"며 "최경환 경제팀이 부동산 규제완화 등을 취임 초기에 추진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들 정책 역시 중산층의 명확한 범위가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중산층 강화 방안 발표는 당초 3월로 예정돼 있었지만 여러 계층의 목소리를 수렴하고 전문가 의견을 취합하는 과정에서 세월호 참사로 인해 일정이 지연되고 있다. 상반기에 중산층 기준 마련이 나오지 않으면서 부동산, 서민금융 지원 등 크고 작은 정책들도 덩달아 하반기로 밀렸다. 

기재부 관계자는 "세월호 사고 이후 정책이 밀린데다 지방선거와 개각 등으로 발표 시점을 잡지 못한 것"이라며 "그간 KDI,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등과 중산층 기준 정립 방안을 논의해 현재 막바지 검토 단계"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중산층에 대한 정책은 부분적인 손질보다는 전반적으로 정립돼야 한다는 조언을 내놓고 있다. 2기 경제팀이 내건 '민생안정'을 실현하기 위해서라도 이에 걸맞는 중산층의 범위가 명확해야 한다는 것이다. 

LG경제연구원의 한 연구위원은 "정부의 중산층 기반 강화에 대한 정책은 전반적인 손질이 필요할 뿐더러 실효성 있는 방향 설정이 시급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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