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발목 잡힌 시니어주택...공급 절벽에 소외되는 중산층 주거 시설

  • 2023년 말 시니어 주택, 노인 인구 대비 0.13% 공급

  • 높은 규제 문턱으로 민간 사업자 참여 꺼리며 공급 차질

  • 임대료 비싼 고급 요양시설 중심 공급 나서

  • 중산층 노인 위한 다양한 주거 모델 개발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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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우리나라가 지난해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를 차지하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지만, 정작 노인들을 위한 주거 공간은 수요에 한참 못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니어 주택에 대한 각종 규제로 사업성이 저해되면서 민간 사업자들이 움츠러든 영향이다. 중산층 노인을 위한 주거시설 확대를 위해 규제 완화를 통해 다양한 형태의 주거공급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관계 부처 등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국내 시니어 주택 수는 총 1만2962가구로 집계됐다. 같은 시점의 65세 이상 인구(973만411명) 대비 0.13%에 불과하다. 게다가 시니어 주택 중 69.5%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시니어들을 위한 실버타운, 30.5%는 저소득층을 위한 고령자 복지주택으로 집중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니어주택에도 양극화가 나타나면서 중산층 노인을 대상으로 한 마땅한 주거 선택지가 없는 셈이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부터 중산층 노인을 위해 민간 임대주택 '실버스테이' 사업을 추진 중이다. 실버스테이는 시세의 95% 이하 임대료로 제공되는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이다. 다만 첫 실버스테이 시범 사업자가 지난달에야 선정되면서 정책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규제로 인한 낮은 사업성 때문에 민간 사업자들이 적극적으로 시니어주택 사업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서울 은평구 서울혁신파크 부지에 조성될 예정이던 4만8000㎡ 규모의 시니어타운 ‘골드빌리지’의 경우 2022년 말 청사진이 공개됐으나 결국 첫 삽을 뜨지 못한 채 무산되고 말았다. 업계에서는 서울시가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 권역에서는 시니어 주거시설의 분양이 금지되고 임대만 가능하다 보니 낮은 사업성에 선뜻 뛰어드는 곳이 없었다는 것이다. 

또 시니어 주택은 현행법상 30인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요양시설을 설치하려면 토지, 건물을 직접 소유하거나 공공부지를 빌려야 하는데 부지 확보에 큰 비용이 드는 것도 부담이다. 여기에 수도권 등 주요 지역에서는 실버주택이 기피 시설로 여겨져 부지 확보 자체가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규제 외에도 실버주택의 사업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일반 임대주택과 다른 취득세·재산세 감면 혜택도 꼽힌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시니어 주거시설에는 2026년 말까지 취득세 25% 감면 혜택이 한시적으로 적용된다. 반면 민간임대주택은 전용면적 60㎡ 이하일 경우 취득세가 전액 면제되고, 85㎡ 이하도 절반 감면된다. 재산세 감면 폭 역시 민간임대주택의 경우 40㎡ 이하까지 면제되는 반면, 시니어 주거시설의 경우엔 한시적으로 25% 감면에 그친다.

결국 시니어 주택의 사업성이 떨어지면서 수요가 많은 일반 중산층 대상의 실버주택 대신, 임대료가 비싸 수익을 낼 수 있는 고급 요양시설 중심으로 공급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개발업계 한 관계자는 "중간소득층을 위한 시니어 주거시설의 공급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지금 상황에선 규제 등으로 얽혀 사업성을 확보하기 어려워 공급이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중산층을 대상으로 한 시니어 주택에 대한 수요가 많은 만큼 다양한 공급 방식과 인센티브 등이 제도적으로 허용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시니어 주택은 분양이 안되고 수익이 단기간에 나지 않는 구조라 민간사업자 입장에서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며 "분양형 실버타운 등 중산층 노인을 위한 다양한 주거 모델 개발과 더불어 민간에서 사업 참여 시 재정적 지원이나 세제 혜택 등의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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