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딜레마 극복하자> 지나친 수출입 편중 현상 개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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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11-21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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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액은 사상 최고치인 5552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스마트폰 등 IT기기와 자동차를 팔아 벌어들인 금액이 무려 2300억 달러로 전체 수출액의 40%가량을 차지했다.

수출이 한국 경제의 성장을 견인하는 효자임에는 분명하지만 특정 업종과 제품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점은 위험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여기에 수입의존도도 만만치 않게 높다. 수출을 위해 각종 원자재를 국외에서 사들이고 있는 탓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수출·수입 규모를 비교하는 대외의존도는 지난 2분기 말 기준 115.6%를 기록해 전년 동기보다 1.8%포인트 상승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지난 2008년 처음으로 100%를 넘어선 뒤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부존자원이 거의 없는 한국 경제가 대외의존형으로 발전해온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유로존 재정위기 등과 같은 대외 악재가 발생할 경우 국가 경제 전체가 휘청거리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서비스산업 등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식으로 내수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와 함께 제조업의 생산성을 높여 일부 업종 및 제품에 편중돼 있는 수출구조를 다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 대외의존도 가파른 상승세

지난 2005년 2분기 말 우리나라의 대외의존도는 77.5% 수준이었다. 그러나 불과 3년 만에 30%포인트 이상 급등하면서 2008년 들어 100%를 돌파했다. 이후 꾸준히 올라 지난해 2분기 말 113.8%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 2분기 말에는 115% 벽을 넘어섰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고 수준이다. 지난 2010년 기준 미국과 일본의 대외의존도는 각각 29%와 25% 수준에 불과했으며, 제조업 비중이 높은 독일도 88%에 그쳤다.

한국 전체 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분기 말 기준 59.6%로 60%에 육박하고 있다. 지난 2002년 34.3%에 불과했던 수출의존도가 10년 만에 2배가량 높아진 셈이다. 수입의존도의 상승세 역시 가파르다. 2002년 32.8%였던 수입의존도는 2008년 55.6%로 오른 뒤 올해 들어서는 56%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 교역국 편중·환리스크 등 불안요인 수두룩

대외의존도가 높으면 글로벌 경제 동향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특히 한국은 특정 국가와 특정 품목에 대한 무역 편중 현상이 심하다. 한국무역협회와 지식경제부 통계를 살펴보면 수출액 기준 상위 10개국에 대한 의존도는 2009년 60%에서 올해 8월 말에는 64%로 높아졌다. 수출품목 역시 마찬가지다. 자동차와 무선통신기기 등 상위 10대 주력 수출품에 대한 의존도는 지난해 처음으로 60% 이상을 기록했다.

유로존 재정위기 등 대외 악재는 한국의 수출구조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유럽연합(EU)에 대한 수출 비중은 2008년 13.8%에서 올해 9월 말에는 9.3%로 한 자릿수까지 하락했다. 반면 아세안(ASEAN) 지역에 대한 수출 비중은 같은 기간 11.7%에서 14.0%로 크게 늘었다. 또 최대 교역국인 중국에 대한 수출 비중은 2010년 25.1%에서 지난해 24.2%, 올해 9월 말 기준 23.6% 등으로 하락세가 완연하다. 글로벌 경제위기로 중국 경기가 침체되면서 한국 경제가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는 것이다.

대외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보니 환율 변동에서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다. 선진국의 양적완화 정책으로 달러 유동성이 확대되면서 원·달러 환율은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던 1100원대 밑으로 떨어졌다. 주요 증권사들은 내년 원·달러 환율이 1050원 이하로 하락할 수도 있다는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환율이 50원가량 떨어지면 삼성전자의 순이익이 10%가량 감소한다는 분석도 있다. 환리스크가 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우려감이 현실적인 위험요인으로 전환되고 있는 셈이다.

손영기 대한상의 거시경제팀장은 “가전과 석유화학, 반도체 등이 적정 환율이 무너지면서 손해를 보고 있으며 향후 환율 하락이 지속되면 자동차 등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주력 업종들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 내수 살리고 제조업 경쟁력 높여야

대외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서는 내수를 살려야 한다. 2010년 기준 한국의 2차산업(제조업)과 3차산업(서비스업) 비중은 4대 6 수준이다. OECD 국가들의 3차산업 비중은 평균 72%에 달한다.

결국 수출에 목을 매는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개선하고 서비스업의 경쟁력을 높여 탄탄한 내수기반을 구축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국민 가처분소득이 줄어들고 있는 데다, 노령화까지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는 사회구조를 감안하면 내수 확대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다.

이 때문에 제조업의 생산성을 높이고 혁신형 상품을 끊임없이 개발해내는 것이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독일이나 일본처럼 수입의존도가 높은 핵심 부품의 국산화 비율을 높여 외화 유출을 막고 경쟁력 있는 제품으로 글로벌 시장점유율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을 석권한 삼성전자가 롤모델이 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을 만드는 데 있어 반도체 등 핵심 부품부터 디자인, 생산, 판매에 이르기까지 스스로 해결해 경제위기 속에서도 엄청난 이익을 거두고 있다. 다른 업종에서도 이 같은 제품이 속출해야 한국 경제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다는 얘기다.

박정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과 같은 수출 지향 국가는 많지 않다”며 “생산기반과 가격경쟁력 등을 갖춘 수출 제조업 국가로 거듭나야 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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