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한 달간 미술시장은 모처럼 활기를 띠었다. 프리즈 서울과 키아프 서울에 관람객이 몰리며 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 그러나 북적였던 전시장의 열기는 미술시장 전반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은 오히려 뒷걸음질치며 미술시장에 드리운 침체의 그늘을 드러냈다.
27일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의 '2026년 3분기 미술시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국내 주요 경매사 7곳의 낙찰총액은 279억6768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82% 감소했다. 낙찰률도 55.1%에서 50.4%로 4.7%포인트 떨어졌다.
시장에 나온 작품은 늘었지만 실제 거래는 줄었다. 출품작 수는 지난해 3분기 4296점에서 올해 4631점으로 7.8% 증가한 반면, 낙찰작 수는 2368점에서 2336점으로 1.4% 감소했다. 고가 작품 거래도 크게 위축됐다. 지난해 3분기에는 이중섭의 '소와 아동'이 35억2000만원에 낙찰됐지만, 올해 같은 기간 최고가 작품은 구사마 야요이의 'Pumpkin'으로 낙찰가가 7억8000만원에 그쳤다.
이 같은 흐름은 지난달 열린 아트페어의 흥행 분위기와 대조적이다. 프리즈 서울에는 54개국에서 약 7만명이 방문했고, 키아프 서울에도 약 8만명의 관람객이 몰렸다. 프리즈 서울에서 국제갤러리는 유영국의 1971년작 'Work'를 약 22억~25억원에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갤러리현대 역시 김창열과 이승택 등의 작품을 포함해 230만달러 이상의 판매 실적을 발표했다.
현장의 체감경기도 녹록지 않다. 한 중견 화랑 관계자는 최근 미술시장 상황에 대해 "썩 좋지 않다"며 "자금 흐름과 작품에 대한 관심도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트페어에서도 고가 작품보다 중저가 작품이나 신진 작가의 작품을 중심으로 구매가 이뤄지는 등 가격대별 수요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다만 고정적인 컬렉터층을 확보한 대형 갤러리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요를 유지하는 분위기다. 한 대형 갤러리 관계자는 "꾸준히 작품을 수집하는 컬렉터들은 시장 상황에 크게 흔들리기보다 원하는 작가의 좋은 작품이 나오면 구매를 결정하는 편"이라며 "반면 경매는 경쟁 입찰 과정에서 가격이 계속 올라가는 구조여서 구매자들이 부담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경기 불확실성 속에서 고객 기반과 판매 방식 등에 따라 시장의 온도 차가 나타나는 셈이다.
아트페어의 흥행을 당장의 판매 실적만으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갤러리 입장에서는 작품 판매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잠재 컬렉터를 발굴하고 장기적인 고객층을 넓힐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한 갤러리 관계자는 올해 키아프 프리즈 서울에 대해 "부스에 관람객이 많았다"며 "지금 당장 작품을 구매하지 않더라도 전시장에서 접한 작가에 관심을 갖고 향후 구매를 고민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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