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중 강제 퇴실은 인권 침해…'소명 절차 시험 후 분리'와 '타임스탬프 원격 동결' 도입해야
AI는 이상 징후 센서일 뿐…인간 감독관이 판정하는 '휴먼 인 더 루프' 원칙 견지 필요
교육부·개보위·과기정통부·방통위 아우르는 범부처 표준 규정 및 수험생 데이터 열람권 보장 촉구
임현성 한국안경광학과교수협의회 회장(을지대 안경광학과 교수)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 시험 관리 현장에 비상이 걸렸다. 수능 문제와 정답을 렌즈 자막이나 골전도 스피커로 전달하는 ‘AI 안경’이 40만 원대 패션 아이템으로 대중화되면서다. 카메라와 회로를 49g 안팎의 뿔테 속에 숨겨 일반 도수 안경과 구별조차 어려운 신종 기기가 고사장을 파고들고 있지만, 현장은 여전히 감독관의 단순 육안 검사와 금속탐지기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임현성 한국안경광학과교수협의회 회장(을지대 안경광학과 교수)은 “단순 금지주의나 기술 맹신에서 벗어나, 광학적 전문성과 인권 보호 장치가 결합된 표준 시험 거버넌스를 시급히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능이 임박해 있는 시점에서 <아주경제>는 수험생과 현장 시험 감독관을 위해 임 교수와 만나 ‘AI 안경’의 기술 수준과 대중성·활용도를 비롯해 시험 관리 체계의 전환 과제와 실무 수칙, 제도적 해법 등을 짚어봤다.
※본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보는 안경’에서 ‘알게 하는 안경’으로 전환…무너지는 시험장 방어선
최근 글로벌 웨어러블 시장에서 스마트 안경은 과거 얼리어답터 중심의 고가 특수 장비에서 벗어나 일상 패션 아이템으로 안착했다. 메타 레이밴(Meta Ray-Ban)이나 로키드(Rokid)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40만 원대 보급형 기기를 잇달아 선보이고, 마이너스 4.00디옵터(−4.00D)에서 플러스 4.00디옵터(+4.00D) 범위의 일반 시력 교정용 도수 렌즈 장착까지 지원하면서 수험생들의 실질적 접근성도 급격히 높아졌다.
임 교수는 이러한 기술적 도약을 단순한 전자기기 경량화가 아닌, ‘시각 매체의 근본적인 패러다임 시프트’로 규정했다. 전통적인 안경이 광학적 굴절 이상 교정과 편안한 착용감, 심미적 요소라는 3대 기능에 머물렀다면, 최신 AI 안경은 초소형 카메라 모듈과 마이크, 골전도 오디오 스피커, 그리고 시야에 직접 정보를 투사하는 광도파로(Waveguide) 미세 디스플레이를 안경테 내부에 통합한 멀티모달 AI 플랫폼이라는 게 임 교수의 설명이다.
임 교수에 따르면, 착용자가 고개를 돌려 시험지의 고난도 문항을 응시하기만 해도 안경테 전면부의 카메라가 텍스트를 실시간 촬영한다. 이후 온디바이스 AI 또는 연동된 통신망을 통해 광학문자인식(OCR)과 거대언어모델(LLM)이 즉각 가동되며, 수초 내에 해설과 정답이 렌즈 자막으로 뜨거나 안경다리(템플) 끝 스피커를 통해 귓속으로 전달된다.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않고도 답안을 작성할 수 있는 기술적 환경이 이미 구현된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제어 회로와 초소형 배터리가 49g 안팎의 프레임 내부에 정밀 실장되어 일반 뿔테 안경과 겉모양으로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시험장 입구에서 수험표를 대조하며 10여 초 남짓 훑어보는 비전문가 일반 감독관이 단순 육안 검사로 이를 가려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금속탐지기 역시 안경테의 경량 티타늄 힌지나 코받침의 금속 심지와 초소형 기판의 신호를 분별하지 못한다. 이와 관련해 임 교수는 “체계적인 식별 교육이나 장비 지원 없이 현장 교사들에게 육안 적발만 요구하는 것은 행정적 방기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공정성과 인권의 균형…‘초상권 침해·AI 오판·심리적 위축’ 3대 딜레마
부정행위 우려가 고조되면서 일각에서는 의심 수험생의 안경을 불시에 벗겨 강제 검사하거나, 고사장에 카메라를 설치해 전 좌석을 상시 녹화하자는 극단적인 통제 방안까지 거론된다. 그러나 임 교수는 “이러한 조치는 헌법상 적법절차의 원칙과 과잉금지의 원칙을 정면으로 훼손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시험 관리 체계가 직면한 3대 딜레마를 짚었다.
첫째는 기본권 침해와 확증 없는 잠재적 부정행위자 취급 문제다. 단지 안경테가 굵거나 외형이 이례적이라는 자의적 심증만으로 시험 도중 안경을 강제로 회수하거나 신체 검사를 강요하는 행위는 행정 절차상 최소 침해의 원칙에 위배된다. 아울러 수험생 얼굴을 지속 인식해 신원을 추적하거나 고사장 전체를 상시 녹화하는 방식은 수험생 전원을 잠재적 부정행위자로 전제하는 처사다. 임 교수는 “시험 감독 체계가 철저히 ‘목적 제한’과 ‘최소 침해’ 원칙에 입각해야 한다”며 “입실 전 AI 감시·기록의 범위와 절차를 명확히 사전 고지해 예측 가능성을 보장하고, 이상 징후가 포착된 결정적 순간에만 최소한의 타임스탬프 기록을 남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임 교수는 “수집된 영상 역시 개인 기기나 클라우드 저장을 금지하고 보안 서버에 격리 보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둘째는 인공지능 보조 시스템의 오판으로 무고한 피해자가 발생할 위험이다. 수험생이 고난도 문제 앞에서 시선을 한곳에 고정하거나, 긴장 완화를 위해 안경테를 만지작거리고, 지문을 속으로 읊조리며 입술을 달싹이는 행위는 자연스러운 개인적 습관일 수 있다. 임 교수는 “시스템이 이를 부정행위 의심 신호로 탐지했다고 해서 현장에서 즉시 퇴실 조치를 내린다면 회복할 수 없는 권리 침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임 교수는 “AI는 이상 징후를 감지해 타임스탬프 기록을 남기는 보조 센서일 뿐, 수험생의 당락을 판가름하는 재판관이 될 수 없다”며 “‘AI는 탐지·기록하고 인간 감독관과 고사본부가 확인·판정한다’는 ‘휴먼 인 더 루프(Human-in-the-Loop)’ 원칙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못 박았다.
셋째는 감독관이 AI 모니터링 안경을 착용할 때 발생하는 수험생들의 정서적 위축이다. 감독관의 안경 카메라로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이 상시 감시당한다는 압박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임 교수는 “이를 해소하기 위해 감독관의 기기는 전체를 무차별 촬영하는 CCTV가 아니라 이상 신호 발생 시에만 제한적으로 기록하는 최소한의 객관적 안전장치임을 입실 전 투명하게 안내해야 한다”면서 “감독관의 불필요한 장시간 주시를 금지하는 행동 수칙을 확립하고, 수집된 로그는 결격 사유가 없으면 시험 종료 후 즉시 파기된다는 신뢰를 제공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장 혼란 줄이는 실무 지침…실습형 교육과 소명 절차의 사후 분리
[사진=아주경제 DB]
현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임 교수는 감독관과 수험생 모두를 보호할 수 있는 6단계 표준 실무 절차(입실 전 기기 점검, 식별 특징 숙지, 관찰 대상 설정, 의심 신호 기록 및 보고, 쉬는 시간·종료 후 확인 절차 분리, 원본 데이터 보존 및 보관)를 제안했다.
우선 감독관 교육 방식부터 활자 중심 가이드라인에서 탈피해 실물 기기 체험형 워크숍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메타 레이밴 등 대표적 스마트안경 실물을 직접 만져보며 프레임 모서리의 핀홀형 카메라 홀, 템플 경첩 부근의 조작 버튼 및 터치패드, 배터리 충전 단자(금속 핀)의 위치, 렌즈 안쪽에 맺히는 광도파로 특유의 무지갯빛 반사광, 구동 시 발생하는 관자놀이 부위의 미세 발열을 체감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시험장 입구에 안경다리 두께와 힌지(hinge) 형태를 직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10초 퀵 식별 인포그래픽 카드’를 비치해 초기 스크리닝을 지원해야 한다.
수험생의 시험권을 보장하기 위한 핵심 수칙으로는 ‘소명 절차의 사후 분리’를 꼽았다. 시험 도중 수험생을 일으켜 세우거나 안경 검사를 요구해 집중력을 무너뜨리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기기 확인은 쉬는 시간이나 시험 종료 후로 미뤄야 한다는 취지다. 대신 그사이 발생할 수 있는 데이터 삭제나 기기 초기화 등 증거인멸 시도를 차단하기 위한 2단계 안전장치가 병행돼야 한다. 이상 징후 포착 즉시 해당 시각과 좌석의 타임스탬프 영상을 중앙 보안 서버에 원격 동결·백업하고, 시험 종료 직후 안경을 보안 봉인 봉투에 넣어 보관해야 한다. 만약 소명 요청 직후 앱 삭제나 기기 리셋 시도가 확인될 경우, 이를 고의적 증거인멸로 간주해 시험 무효 등 최고 수위의 제재를 내리는 규정 정비가 필수적이다.
교육부와 관계 부처의 책무…표준 규정 제정과 범부처 기술 거버넌스 구축
임 교수는 개별 학교나 시험 기관의 산발적 대응을 넘어, 교육부 차원의 ‘표준 시험 관리 규정’ 제정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표준 규정에 담겨야 할 핵심 축으로는 ▲학칙 및 시험 규정 내 AI 스마트안경 반입 금지 및 저시력자 사전 등록·검인 조항 신설 ▲시험 진행 중 현장 강제 압수 금지 및 소명 절차의 쉬는 시간·종료 후 분리 ▲타임스탬프 기반 원격 데이터 동결 및 증거 보존 체계 ▲독립된 제3자 전담 ‘이의신청 심의위원회’ 설치 및 수험생의 ‘데이터 열람권’ 보장 등 4대 원칙이다.
수능이나 공무원 임용시험처럼 수십만 명이 일시에 치르는 대규모 국가시험을 위한 보안 인프라 투자 방향도 제시했다. 50g 안팎의 기기를 현장에서 일일이 분해하기 어려운 만큼, 고사장 내 비인가 블루투스, 와이파이, 무선 테더링 등 외부 생성형 AI 서버로 전송되는 데이터 패킷을 실시간 제어·차단하는 ‘무선 주파수 보안 통신망’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외부 통신망과 실시간 연동해 작동하는 대다수 스마트안경의 경우, 통신 패킷이 차단되면 연산 처리가 불가능해져 단순한 도수 안경으로 무력화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교육부 단독 지침을 넘어선 범부처 협력 체계 구축을 주문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프라이버시 보호 및 최소 수집 원칙’,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하드웨어 보안 및 네트워크 통제 기준’, 방송통신위원회의 ‘디지털 이용자 알권리 및 소명·권리 구제 기준’을 교육 현장 실무와 연계한 ‘교육 현장 AI 글라스 안전 이용 범부처 표준 가이드라인’을 공동 마련해야 한다는 게 임 교수의 설명이다.
안경광학의 시선…맹목적 배척 넘어 삶을 바꾸는 순기능으로
대입 수시 논술 시험에서 수험생이 인공지능(AI) 기능 등이 탑재된 스마트 안경을 쓰고 부정행위를 하는 일이 잇달아 발생했다. 사진은 서울 한 가전매장 스마트안경 판매대 모습. [사진=연합뉴스]
임 교수는 스마트안경을 단순한 ‘부정행위 도구’라는 부정적 프레임에만 가두어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안경광학적 관점에서 AI 안경은 시각장애인과 저시력자의 일상 속 표지판, 메뉴판, 약봉지 텍스트를 실시간 음성으로 읽어주는 지능형 시각 보조 플랫폼이자, 격지 의료진이 1인칭 시점 영상을 공유하며 상급 병원 전문의와 협진하는 원격 의료의 핵심 도구이기 때문이다. 복잡한 도면을 눈앞에 띄워 작업 오류와 안전사고를 줄이는 산업 현장의 혁신 도구이기도 하다.
임 교수에 따르면, 안경광학계는 이러한 기술의 부작용을 통제하고 인체 적합성을 높이기 위한 고유의 융합 연구를 진행 중이다. 광도파로 디스플레이가 맺는 4m 전방의 가상 화면과 40cm 앞의 실제 시험지 문서를 동시 응시할 때 발생하는 안구의 ‘조절-폭주 초점 충돌’ 및 시각 피로, 어지럼증을 분석하고, 동공 시선축과 카메라 모듈 축의 불일치를 측정·교정하는 연구가 대표적이다. 또한 프렌티스 공식에 기반해 광학 중심점과 동공 중심이 1mm만 어긋나도 발생하는 유발 프리즘을 계측하고, 내장 마그넷·클립온 방식의 고도수·난시 인서트 렌즈 설계 및 49g 이상 무게 증가에 따른 안면 하중을 고르게 분산하는 ‘3D 동적 피팅’ 분석도 이어가고 있다.
한국안경광학과교수협의회 AI 스마트안경 TF는 대학 및 고사장 배포용 ‘표준 실무 매뉴얼’과 안경원 임상 현장을 위한 ‘5단계 임상 프로토콜’ 제작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모의 고사장 시뮬레이션 워크숍을 확대하는 한편, 교육부와 관계 부처에 법령 개정안을 담은 정책 제안서를 전달할 예정이다. 전국 대학 안경광학과 커리큘럼도 개편해 광도파로 광학, 3D 안면 계측, 멀티모달 AI, 데이터 윤리를 포괄하는 전문 교육과정을 정립한다는 계획이다.
임 교수는 “기술의 진보를 맹목적으로 차단하는 방식으로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당해낼 수 없다”며 “광학적 전문성에 기초한 촘촘한 감독 절차와 인권 중심의 가이드라인이 정립될 때, 비로소 첨단 기술의 혜택을 온전히 누리면서도 시험과 교육의 숭고한 신뢰성을 지켜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AI 안경’ 체크리스트
[사진=아이닥 안경]
서울 중구 명동에 위치한 ‘아이닥안경’의 도움을 받아 수험생과 현장 시험 감독관이 알아둬야 할 ‘AI 안경’ 관련 체크리스트에 대해 정리해봤다.
■ 수험생 체크리스트
• 시력 보조용 스마트 기기 사전 등록 및 검인 완료
: 저시력자나 시력 교정용 특수 보조 기기 착용이 불가피한 경우, 시험 1~2주 전 전문의 진단서 및 기기 사양서를 제출하고 사전 검인 절차를 거쳤는가?
• 검인 표지 부착 및 기기 임의 변경 금지
: 검인을 통과한 기기 외의 미승인 기기 반입을 중단하고, 사전 등록된 기기 설정을 임의로 변경하거나 시험 도중 불필요한 조작을 삼가고 있는가?
• 소명 절차 성실 협조 및 데이터 열람권 숙지
: 특이 신호 감지 등으로 시험 종료 후 소명을 요청받았을 때 기기의 보조 목적을 투명하게 소명하고 검사에 협조할 준비가 되었는가?
■ 현장 시험 감독관 체크리스트
-입실 시 10초 퀵 식별 포인트 점검
• 프레임 전면 모서리의 미세 카메라 홀 유무
• 안경다리(템플) 힌지 부근의 물리 버튼 및 터치패드 접점
• 템플 내부 또는 끝부분의 배터리 충전용 금속 핀 노출 여부
• 렌즈 안쪽 광도파로 특유의 미세 디스플레이 및 무지갯빛 반사광
• 착용 후 관자놀이 닿는 부위의 비정상적 발열 발생 여부
-시험 중 돌발 개입·안경 강제 탈착 금지
• 부자연스러운 시선 고정, 안경테 반복 조작, 입술 달싹임 등 의심 행동 포착 시 시험 도중 수험생을 일으켜 세우거나 안경을 벗기지 않는가?
-타임스탬프 원격 동결 및 보고 원칙 준수
• 의심 신호 감지 시 현장에서 독단적 조치를 내리지 않고, 해당 시각과 좌석 번호의 타임스탬프 로그를 고사본부 보안 서버로 즉시 전송·동결했는가?
-시험 종료 후 소명 절차 및 증거 보존 분리 가동
• 시험 종료 직후 해당 수험생을 고사본부로 안내하고, 기기를 특수 보안 봉인 봉투에 안전하게 봉인해 임시 보관 조치했는가?
• 소명 요청 직후 스마트폰 연동 앱 삭제나 기기 초기화 시도 여부를 철저히 확인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