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성능' 광고에도 게임 켜면 최대 30% 성능 제한…삼성전자 과징금 201억원

갤럭시 S21 홍보 영상 광고 사진공정거래위원회
갤럭시 S21 홍보 영상 광고. [사진=공정거래위원회]
삼성전자가 갤럭시 스마트폰과 태블릿PC의 게임 성능을 강조하면서도 고사양 게임 실행 시 기기의 최대 성능이 제한된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아 공정 당국의 제제를 받게 됐다. 일부 게임에서는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의 최대 동작속도가 본래 최대치의 30% 수준까지 제한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7일 삼성전자의 부당한 광고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201억1400만원(잠정)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제재 대상은 삼성전자가 2021년 1월부터 2022년 3월까지 출시·광고한 갤럭시 S21·S22 시리즈와 갤럭시 탭S8 시리즈다. 

삼성전자는 해당 제품을 출시하면서 홈페이지와 홍보 영상, 신제품 발표회 등을 통해 게임 실행 성능을 주요 장점으로 내세웠다. 갤럭시 S21 시리즈에는 '역대 갤럭시 중 가장 빠른 5nm AP'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고사양 게임 실행 성능을 강조했다. 갤럭시 S22 시리즈 역시 '갤럭시 사상 가장 빠른 칩'이라는 문구와 함께 빠른 터치 반응과 부드러운 화면 전환을 광고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특정 고사양 게임을 실행하면 기기 온도와 관계없이 게임 최적화 서비스(GOS)의 개별정책이 즉시 작동해 CPU와 GPU의 최대 동작속도 등이 사전에 설정된 수준으로 제한됐다. GOS는 스마트기기의 발열을 관리하기 위한 시스템이다. 일반정책은 기기 온도 등에 따라 성능을 조절하지만 개별정책은 특정 게임이 실행되는 즉시 기기 상태와 무관하게 최대 성능을 제한하는 방식이다.

실제 갤럭시 S22 시리즈에서 '배틀그라운드: 뉴스테이트'를 실행할 경우 CPU 최대 동작속도는 2.99GHz에서 0.94GHz로, GPU는 818MHz에서 220MHz로 제한됐다. 각각 본래 최대치의 31.4%, 26.9% 수준이다.

이처럼 CPU·GPU의 최대 동작속도가 제한된 게임은 갤럭시 S21 시리즈 82개, S22 시리즈 47개, 탭S8 시리즈 8개에 달했다. 공정위는 이러한 성능 제한으로 높은 연산 성능이 필요한 순간에도 기기가 최대 성능을 발휘하지 못해 게임 화면 끊김이나 지연, 그래픽 품질 저하 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순미 공정위 상임위원은 "최대 클럭을 제한하면 높은 성능이 필요한 순간에도 그 이상으로 올라가지 못한다"며 "소비자는 화면의 부드러움이 떨어지거나 터치 반응이 느려지고 그래픽 품질이 저하되는 형태로 느끼게 된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삼성전자의 행위가 표시광고법상 기만적인 광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스마트기기의 게임 실행 성능을 강조하면서도 특정 고사양 게임 실행 즉시 최대 성능이 제한된다는 중요 정보를 누락해 소비자의 합리적인 구매 선택을 방해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성능 제한 자체보다 소비자가 제품을 선택하는 데 중요한 정보를 광고에서 누락했다는 점을 문제 삼은 것이다.

삼성전자는 해당 기능의 영향을 받는 고사양 게임 이용자가 전체 소비자 중 일부에 불과하다는 취지로 주장했지만 공정위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상임위원은 "광고는 특정 고사양 게임 이용자만이 아닌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것"이라며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구매하는 소비자의 관점에서 오인 가능성을 판단했다"고 말했다.

다만 최종 과징금은 당초 심사관이 제시했던 수준보다 낮아졌다. 심사관은 위반행위의 중대성을 높게 평가해 최대 600억원대 과징금을 제시했지만, 위원회는 삼성전자의 자진 시정 노력 등을 고려해 '중대성이 약한 위반행위'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관련 매출액 약 4조228억원에 부과기준율 0.5%를 적용해 잠정 과징금 201억1400만원을 산정했다.

이 상임위원은 "사회적 논란이 발생한 이후 삼성전자가 신속하게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는 등 적극적으로 자진 시정한 부분을 많이 고려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GOS 논란이 확산한 2022년 3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CPU·GPU 최대 동작속도 제한을 해제하고 GOS 우회 차단 조치도 풀었다. 게임 퍼포먼스 모드를 설정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성능 관리 방식도 변경했다.

앞서 GOS 논란과 관련한 소비자 손해배상 소송에서는 지난해 6월 1심 법원이 기만광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면서도 구체적인 손해액과 인과관계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손해배상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후 올해 2월 항소심에서 강제조정 절차를 거쳐 사건이 마무리됐다.

공정위는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과 표시광고법 위반 여부는 별개라고 설명했다. 이 상임위원은 "제품의 특정 성능을 특장점으로 강조해 광고하면서 해당 성능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제한사항이 있다면 이를 소비자가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도록 표시해야 한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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