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상조업계의 자금 운용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선수금 운용 제한을 골자로 한 강도 높은 제도 정비에 나섰다. 가입자 1000만 명, 선수금 10조 원 시대를 맞은 상조업계가 '투명성 강화'라는 명분과 '수익성 악화'라는 현실 사이에서 기로에 서게 됐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회에는 상조업체들의 선수금 운용 통제와 지배주주 및 특수관계인과의 거래 제한을 핵심으로 하는 할부거래법 일부 개정안 등 6건의 법안이 계류 중이다. 선불식 할부 거래업을 하는 상조업계에 대한 소비자 불신에 이어지면서 선수금 보호 강화에 대한 공감대가 만들어진 분위기다.
이들 법안의 골자는 상조업의 핵심 자산인 선수금의 투기적 운용을 원천 차단하는 데 있다. 구체적으로는 △선수금 운용 원칙의 명문화 △채무보증 및 담보 제공 금지 △지분 매입을 위한 대출 금지 등 금지행위 신설 등이 주요 내용이다. 또 지배주주 대상 신용공여 제한, 부당 내부거래 금지, 이사회 의결 및 공시·보고 의무 확대 등 기업 지배구조 전반에 대한 감시 수위를 높였다.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올해 3월~4월에 할부거래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 할부거래법 위반사업자 과징금 부과 세부 기준 고시 개정안 등을 입법예고했다.
주목할 점은 감독 체계의 변화다. 기존 공정위 중심의 감독 시스템에 금융당국의 전문성이 더해진다. 공정위와 금융위원회가 공동 발의한 개정안에 따르면, 공정위가 필요 시 금융위의 지원을 요청할 수 있으며 금융감독원이 상조업체의 조사와 검사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상조업계는 '소비자 보호'라는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이러한 규제가 사업 지속성을 위협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상조업은 소비자로부터 선납 형태로 유입된 선수금을 운용해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다. 하지만 운용 규제가 강화될 경우 자금 운용의 자유도가 급격히 낮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상조업계 관계자는 "가입자가 늘수록 장부상 부채가 확대되는 특유의 회계 구조 속에서 선수금 운용까지 제약될 경우 수익성 관리 부담이 커질 것"이라며 "계열사 간 자금 거래 제한과 자본 건전성 기준 강화가 중장기적으로는 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상조산업의 규모는 커지고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국내 상조시장 선수금 규모는 10조 3348억원이다. 2015년 3조 5200억 원을 기록한 후 10년 만에 3배 넘게 불어난 것이다.
업계 1위 웅진프리드라이프의 누적 선수금은 지난해 말 2조 9118억 원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4월 업계 최초로 3조 원 고지를 밟았다. 보람상조와 교원라이프는 지난해 기준 선수금 규모가 각각 1조6570억원, 1조6462억원으로 업계 2위를 놓고 경쟁이 치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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