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냐 TKMS냐…캐나다 잠수함 수주전, '언어·문화' 논쟁 번졌다

한국이 캐나다에 제안한 한화오션의 3000톤급 장보고-III 배치-IIKSS-III 잠수함 사진한화오션
한국이 캐나다에 제안한 한화오션의 3000톤급 '장보고-III 배치-II(KSS-III)' 잠수함 [사진=한화오션]
독일 잠수함 업체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스(TKMS) 고위 임원이 "캐나다 차기 잠수함 사업에서 독일·노르웨이 공동 제안이 한국 한화오션보다 더 적합하다"고 주장했다. 영어 기반 협업 체계와 문화적 호환성을 이유로 들었지만, 한화와 캐나다 전문가들은 부적절한 프레임이라고 반박했다.
 
캐나다 일간 글로브앤드메일은 25일(현지시간) TKMS 잠수함 사업부 영업 책임자인 필리프 쇤 수석부사장이 최근 링크드인에 올린 글에서 “캐나다는 앞으로 40년간 어떤 문화적 생태계에 들어갈 것인지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캐나다는 차기 잠수함 사업에서 한화의 KSS-III 배치-II 잠수함과 TKMS의 212CD 잠수함을 검토하고 있다.
 
이번 사업은 잠수함 12척을 도입하는 대형 계약이다. 잠수함 자체 가격은 200억~300억 캐나다달러(약 21조8000억~32조7000억원), 운용·정비·개량 비용까지 포함하면 400억~500억 캐나다달러(약 43조6000억~54조50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캐나다 정부는 조만간 한화와 TKMS 중 우선협상 대상 또는 최종 후보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쇤 부사장은 "212CD 프로그램이 독일과 노르웨이의 다국적 협력 사업으로 출발했고, 업무 언어도 영어"라고 강조했다. 그는 “방위 협력에서는 엔지니어와 군 관계자가 번역 없이 직접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기술 문서, 소프트웨어 개발, 훈련, 정비, 전투체계 통합, 군수지원 등 전 과정에서 언어가 핵심 기반”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캐나다가 한화 잠수함을 선택할 경우 다른 국가의 언어 체계에 적응해야 할 수 있다”는 취지로도 말했다. 한화가 선정되면 캐나다가 비서방 국가에서 주요 무기체계를 구매하는 첫 사례가 된다.
 
TKMS 측은 “해당 글이 개인 소셜미디어 계정에 올라온 것”이라며 공식 논평을 피했다. 이후 쇤 부사장은 추가 글을 통해 “특정 언어나 문화, 협력국을 깎아내리려는 의도는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다만 212CD가 캐나다에 검증된 잠수함 역량과 장기 협력 구조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입장은 유지했다.
 
한화디펜스캐나다의 글렌 코플랜드 최고경영자(CEO)는 쇤 부사장의 주장이 유감스럽다고 반박했다. 그는 "캐나다 사업을 담당할 한화 팀은 해외 근무와 유학 경험을 바탕으로 뛰어난 다국어 역량을 갖췄다"며 "영어뿐 아니라 프랑스어, 일본어, 이탈리아어, 아랍어, 독일어 구사 인력도 있다"고 밝혔다. 코플랜드 CEO는 “공학과 수학은 뛰어난 함정과 잠수함을 만드는 보편적 언어”라고 말했다.
 
캐나다 내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비나 나지불라 아시아태평양재단 부회장은 “잠수함 결정을 서로 다른 ‘문화 생태계’의 선택으로 보는 것은 불필요하다”며 “가까운 협력국 사이에 인위적인 문화적 균열을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여러 언어와 규제, 사업 환경을 넘나들며 협력해온 경험이 있다”고 강조했다.
 
한화와 협력 가능성을 논의해온 캐나다 자동차부품제조협회 플라비오 볼페 회장도 “지난 20년간 한국 대기업들과 폭넓게 일했지만 영어 소통에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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