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은 죽었다'는 예측이 빗나갔다.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 당시 서구 자본 이탈로 홍콩의 글로벌 금융허브 지위가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홍콩은 중국 본토와 중동·동남아 자본을 끌어들이며 새로운 국제금융 허브로 재편되고 있다.
내달 1일은 홍콩의 중국 반환 29주년이자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 6주년이다. 홍콩 시사주간지 아주주간은 최근 "홍콩이 새로운 국제화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며 "중국 본토와 세계를 잇는 가교로서 중동, 중앙아시아, 동남아 등의 자본이 홍콩으로 유입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과 유럽 자본이 빠져나간 자리를 중국 본토는 물론 중동·아시아 자금이 메우면서 홍콩의 금융 지형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다.
홍콩의 위상 변화는 각종 지표에서도 확인된다. 홍콩 경제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1분기 홍콩의 국내총생산(GDP)은 5.9% 성장하며 약 5년 만에 가장 높은 분기 성장률을 기록했다.
5월말 글로벌 컨설팅업체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발표한 '2026년 글로벌 자산 보고서'에서도 홍콩은 스위스를 제치고 세계 최대 국경 간 자산 관리 중심지로 올라섰다. 홍콩의 국경 간 자산 관리 규모는 2조9500억 달러(약 4520조원)로 스위스의 2조2400억 달러를 웃돌았다.
특히 홍콩에서 관리하는 국경 간 자산의 60% 이상이 중국 본토에서 유입됐다. 중국 본토의 막대한 부(富)를 기반으로 홍콩의 국경 간 자산 관리 시장은 연평균 10.7% 성장하며 세계 주요 자산 관리 시장 가운데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아주주간은 "홍콩이 중국 본토와 세계를 잇는 금융 가교로서 대체 불가능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업공개(IPO) 시장도 과거의 영예를 되찾았다. 홍콩증권거래소와 KPMG에 따르면, 홍콩의 IPO 총 조달액은 지난해 2800억 홍콩달러로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나며, 6년 만에 세계 최대 IPO 시장으로 복귀했다.
이러한 성장세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1분기 홍콩의 IPO 조달액은 1104억 홍콩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6배 급증했다. 2021년 이후 분기 기준 최대 규모다. 홍콩 증권거래소는 자금 조달 규모에서 뉴욕과 나스닥을 제치고 다시 한 번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중국 본토 기업들의 해외 자금 조달 수요 증가가 홍콩 IPO 시장 회복의 핵심 동력으로 꼽힌다. 세계 최대 배터리 기업 CATL을 비롯한 중국 대기업들의 홍콩 증시 상장 행렬이 이어지며 글로벌 투자자들의 자금이 다시 홍콩으로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글로벌 투자자들이 홍콩 IPO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홍콩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3월 초까지 홍콩증시에 신규 상장한 기업의 4분의 3 이상이 국제 투자자를 기초투자자로 유치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크게 높아진 수준이다.
중동 자본의 존재감도 커지고 있다. 올해 1분기 홍콩 IPO에서 카타르 투자청, 아부다비 투자청, 쿠웨이트 투자청 등 중동 국부펀드의 핵심 투자자 참여율은 2024년 20% 미만에서 거의 40%로 급증했다.
최근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안정적인 금융 인프라와 중국 시장 접근성을 동시에 갖춘 홍콩이 대안 투자처로 주목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동계 큰손들의 홍콩 주식·채권 투자와 초고액 자산가를 관리하는 패밀리오피스 설립 문의 역시 크게 늘었다. 홍콩이 중동 자본이 아시아의 기술·신에너지 산업에 투자하는 주요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동남아 자본도 홍콩으로 몰려오는 추세다. 아주주간은 "현재 10개 이상의 해외 기업이 홍콩 상장을 추진 중으로, 이들 중 상당수는 베트남·인도네시아·태국 등의 기술, 식음료, 핀테크 기업"이라고 전했다. 지난 10년간 홍콩에 상장한 동남아 기업은 약 150개로, 모두 43억 달러를 조달한 것으로도 집계됐다.
이 밖에 디지털 금융 분야에서도 선제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홍콩 금융당국은 지난해 8월 스테이블코인 조례를 시행하고 HSBC 등 주요 금융기관에 스테이블코인 발행 라이선스를 발급했다. 이를 계기로 홍콩달러와 역외 위안화 자산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 발행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전통 금융과 디지털 자산을 연결하는 새로운 금융 인프라 구축 경쟁에서도 홍콩이 한 발 앞서 나가고 있다는 평가다.
아주주간은 "과거 홍콩의 국제화가 미국·유럽 등 서구 자본에 기반했다면, 지금은 중국 본토와 동남아, 중앙아시아, 중동 등 신흥시장을 아우르는 다극적 구조로 재편되고 있다"며 "홍콩만의 새로운 국제화 모델이 형성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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