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송號 한국은행] 고환율·고물가·저성장 '복합위기'…금리 경로 재조정 불가피

  • 환율 1500원대·유가 상승 속 물가 압력 확대

  • 성장률 하향 조정 잇따라…통화정책 부담↑

신현송 새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30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30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31일부터 인사청문회 준비에 착수하는 가운데, 고환율·고물가·저성장이 겹친 복합위기 속에서 통화정책 운용의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최근 1500원대를 넘나드는 환율과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물가 압력, 성장 둔화 우려가 동시에 확대되면서 정책 부담이 커지고 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 후보자는 이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해 31일부터 인사청문회 준비에 착수할 예정이다.

신 후보자가 직면한 경제 환경은 중동 사태로 촉발된 고환율·고물가·저성장 국면으로 요약된다. 원·달러 환율은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까지 상승했고, 유가 급등에 따른 물가 상방 압력도 확대되면서 통화정책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신 후보자는 지명 소감에서 “최근 중동 정세가 급변하면서 불확실성도 고조됐다”고 밝힌 데 이어, 이날 인천국제공항 입국 현장에서도 “엄중한 상황에서 총재 지명을 받아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 같은 대외 여건 변화는 한국은행의 기존 통화정책 기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지난 2024년 10월부터 네 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했으나, 이후 환율 상승과 가계부채 등 금융안정 우려를 고려해 기준금리를 연 2.50%로 여섯 차례 연속 동결해왔다. 지난 2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위원 전원이 금리 동결에 동의했으며, 향후 6개월간 금리 역시 2.50%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다만 이는 중동 전쟁 격화 이전에 형성된 전망으로, 최근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통화정책 경로 역시 재조정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실제 주요 기관들은 성장 둔화 가능성을 잇따라 반영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1.7%로 0.4%포인트 낮췄다. 이는 주요국 가운데 비교적 큰 폭의 하향 조정으로,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구조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도 전망치를 잇따라 낮췄다. 씨티는 2.4%에서 2.2%로, 바클레이즈는 2.1%에서 2.0%로 각각 하향 조정했다.

성장 둔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통화정책은 물가와 경기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는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 물가 안정을 위해 금리를 인상할 경우 경기 둔화가 심화될 수 있고, 반대로 경기 대응을 위해 금리를 낮출 경우 물가 상승 압력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씨티그룹은 최근 보고서에서 “신현송 후보자가 5월 금통위에서 금리 인상 시그널을 보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네덜란드계 금융회사 ING 역시 “신 후보자의 정책 기조에 대한 초기 평가는 매파적 성향에 기울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국제유가 상승 속에서 원화 약세가 이어질 경우 인플레이션 압력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크고, 높은 가계부채 수준을 고려하면 새 한은 총재가 이른 시점에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통화정책 판단에서는 금융안정 변수도 중요한 고려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부동산 시장과 가계부채 등 금융 불균형 문제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의 거시건전성 규제와 부동산 정책 영향으로 상승세가 다소 둔화됐지만, 수도권 주택 시장은 여전히 높은 가격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신 후보자는 물가, 경제, 금융시장 간의 연결고리를 중요하게 고려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은이 부동산 가격 및 가계부채를 우려하고 있는 만큼 관련 정책 스탠스 역시 유사할 것”이라며 “과거 중앙은행과 정부의 정책 공조가 같은 방향이었다면, 향후 정부가 경기 부양책을 실시할 경우 한은은 물가 안정에 더 중점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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