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수학 난제 푼 AI, 환경 비용인 AI, 영감 주는 AI  

최병호 고려대 인공지능연구소 교수
최병호 고려대 인공지능연구소 교수

80년간 풀지 못한 수학 난제를 AI가 풀었다. 수학자도 기꺼이 박수를 보냈다. AI는 무엇을 어떻게 한 것일까. 사람은 익숙한 프레임에 갇히면 편안하기에 다른 프레임을 찾지 않는 특성이 있다. AI는 그것이 없다. 그렇다 보니 낯선 학문 분야까지 탐색하여 새로운 방법을 제시한다. AI만이 잘할 수 있는 영역이 있다는 의미다. AI를 우리는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지금의 AI는 범용성(General Intelligence)을 띤다. 즉 전혀 관련 없는 두 개 이상의 어떤 것을 하나로 연결하는 시인의 능력을 갖추고 있다. 그래서 난제를 해결할 때 AI에게 두 개 이상의 이질적인 학문을 결합하라고 주문해야 한다.

AI는 어떤 역량을 갖추었기에 이런 것이 가능할까. 장기 추론(Long-horizon reasoning)이다. 며칠간 잠도 자지 않고 문제 해결에만 매달리는 실력이다. 이것은 AI가 우리의 연구 파트너(Co-Scientist)로서 자격이 있음을 시사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앞으로 AI를 어떻게 응용해야 할까. 자율 루프 시스템(Autonomous Agentic Loop)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목적을 달성할 때까지 시인의 기량으로 수많은 시행착오를 우리 대신 경험하면서 가능성을 보여주도록 해야 한다. 어쩌면 어른이 아이에게 삶을 어떻게 살아가라고 알려주듯이 우리도 AI에게 지혜를 나눠줘야 하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는지 모른다. 클로드 코드의 총괄 개발자인 보리스 체르니는 말한다. 이제 우리의 역할은 루프를 작성하고 관리하는 것. 그리고 AI에게 어떻게 하면 좋은 모델이 되는지 가치와 정렬(Alignment)을 가르쳐야 한다고.

AI에게 고마움을 표현하지 않으면 아프리카의 76만명이 사용하는 가정용 전력인 연간 88기가와트시(GWh)를 아낄 수 있다고 유엔은 강변한다. AI 시대에 우리만이 할 수 있는 책무가 있다는 취지다. 오픈AI CEO인 샘 올트먼도 수천만 달러의 비용이 발생한다고 언급했다. AI에게 가볍게 던진 말 한마디를 거두면 지구를 구할 수 있다는 말인가. 작년에 데이터센터가 소비한 전력은 448테라와트시(TWh)다. 프랑스의 에너지 소비량 수준이다. 이 정도가 가능하려면 토지 6900㎢와 물이 약 4조5000억 리터 필요하다. 이것은 어떤 함의를 지니는가. AI와의 단순한 대화가 우리가 발 딛고 사는 땅과 먹는 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잘못하면 돌이킬 수 없을 정도의 환경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아닐까.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는가. 매사 이러한 통찰이 갈급한 시대에 살고 있으니 행동하라고 요구하는가. 이 모든 것이 타당하다고 수용해도 과연 우리는 AI에게 예의를 생략할 수 있는가. 우리는 그 정도로 숙성되어 있는가. 사람은 미래 가치보다 찰나에 올인하는 경향성이 뚜렷하다.

우리의 노력이 반드시 필수적인 듯하나 좀 더 현명한 묘안을 발명해 내야만 한다. 우리가 감사 인사를 하면 토큰을 소비하지 못하도록 시스템에서 강제 조치를 취하면 어떨까. 이것을 표준으로 삼는다면.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바는 AI 생태계와 자연생태계를 하나로 이해(Holistic Awareness)하고, 환경 비용을 줄이는 미시적인 방법론(Micro-interventions)을 겸비하는 것이 아닐까.

우리가 잠을 잘 때 일하고, 눈을 뜰 때 영감을 불어넣는 AI가 점차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오픈클로(OpenClaw)가 선보였던 솔루션이 본격적인 서비스로 진화하는 순간이다. 구글은 드림빈즈(Dreambeans)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우리 삶은 어떻게 달라지는 걸까. 질문해 보자. 행사 준비를 마친 어제, 행사 당일인 오늘 아침에 AI는 무엇을 줄 수 있을까.

발표 준비를 마친 어제, 오늘 오전 중에 강연 리허설을 해야 하는데 AI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거물 인사가 어제 다녀갔고, 오늘 그 의미와 과제를 인터뷰해야 하는데 AI는 신선한 돋보기와 망원경을 제공할 수 있을까. 어제 공문서를 AI로 작성했는지 확인하는 자문을 했고, 오늘 소명자료가 도착했는데 아직 보지 못했다. AI는 어떤 행보를 할까. 행사 체크 리스트, 강의 스크립트, 인터뷰 스크립트, 소명자료 분석 요약 보고서. 아침을 시작하는 선물로 매력적인가. 우리의 부족을 채우는 데 쓸모가 있겠다. 동시에 강박을 강화할 수도 있겠다. 어쩌면 새벽 5시에 러닝 크루가 되어 자기효능감을 극대화할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친구를 뭐라고 불러야 하나. 우리 곁에 찰싹 달라붙은 이 친구의 정체성을 지금부터 디자인할 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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