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우의 프리즘] 태평양에 던져진 '외교 낚싯줄' …물 것인가, 끊을 것인가

  • 주변국들이 우리에게 씌우는 새로운 외교 프레임과 대한민국의 출구전략

주재우 경희대학교 교수
[주재우 경희대학교 교수]
 
 
이재명 정부의 높은 지지율을 지탱하는 기반 중 하나가 외교이다. 6월 26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 조사 결과에서 그의 직무 수행 평가 중 최고의 평가(24%)를 받았다. 문제는 그의 외교 직무 수행이 높은 평가를 지속해서 유지할 것이냐다. 왜냐하면, 주변국이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우리에게 씌울 외교적 프레임, 즉 '덫'을 준비해 놨기 때문이다. 이 프레임은 우리에 대한 자국의 정책 기조에도 근거하지만, 대상국의 취약점을 노린다. 이 대통령 취임 1년이 지난 지금 이들의 프레임이 작동하기 일보 직전이다.

이들의 프레임은 대상국의 지도자와 상견례(정상회담) 이후 양측이 당면한 현안과 합의된 의제가 공식화된 데 기반한다. 기초 작업은 새로운 지도자와 정부로부터 자국의 이익을 어떻게 극대화하고 국익 손실을 최소화하는 고민에서부터 출발한다. 이렇게 프레임이 완성되면 외교전이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외교전은 협상의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한 레버리지 확보를 위한 경쟁의 장이다. 이에 임하기 위해 마련된 외교적 기틀이 상대국에 대한 프레임이고 여기에는 상대국의 취약점과 구속 방편 등이 포함된다.

이제 피 말리는 접전만이 남았다. 이들은 자국의 국익을 극대화, 손실의 최소화를 위해 이제 우리를 요리하고 제압하려 할 것이다.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만전을 기해야 하는 이유다. 이들의 프레임을 사전에, 조속히 파악하면 현안이 나타날 때마다 임기응변식의, 비례적 대응의 악습에서 탈피할 수 있겠다. 즉, 우리 국익에 부합하는 의제를 선제적으로 제시하고 회담과 협상의 주도권을 가지고 근성 있게 관철하려는 자세로 외교전에 임할 수 있겠다.

그런데 우리의 고질병은 고착된 의제에 집착하는 데 있다. 이들이 중요하지 않다는 뜻이 아니다. 역으로 일관성, 연속성과 지속성을 담보하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세상은 변한다. 새로운 현안의 출현은 자연스럽다. 그럼에도 우리는 아직도 회담 성명에 북한 비핵화라는 문구 삽입에 집착한다. 한·미동맹에선 전시 작전권(전작권) 전환에 집착한다. 중국에 대해선 북한 비핵화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건설적 역할을 계속 주문한다. 우리의 관심 사안에 이들의 동의와 의지 확보도 중요하다. 그런데 이런 사안들이 세계정세의 불확실성이 요동치는 상황에서 때론 이들은 물론 우리나라가 당면한 국익 및 현안 과제에 당장 부합하지 않을 때가 있다. 날로 첨예해지는 미·중 경쟁, 하루가 다르게 개편되는 글로벌 공급망 등의 상황에서 우리의 생존과 이익을 위해 더 시급히 대응해야 할 것도 있다.

과거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2020년 우리는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북한 비핵화를 포함하려다 대만 문제를 사상 처음으로 ‘본의 아니게’ 적시한 경험을 했다. 2024년 한·중·일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도 북한 비핵화에 대한 일치된 입장을 명시하려다가 실패하자 ‘각국의 입장을 존중한다’로 대신했다. 전작권 전환 문제도 협의한 지 10년이 넘었다. 아직도 점검 사안이 산적해 군 측은 이를 장기적인 사업으로 판단한다. 우리의 정치권이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자 미국 측은 ‘정치적 편의’ 행위로 폄하했다. 주권 국가로서 정당한 주권 회수 노력에 애꿎은 우리 국민의 자존심만 긁혔다. 중국의 대북 영향력에 한계와 제약은 이미 잘 알려졌다. 더군다나 최근 중국의 대북 관계가 급전환된 상황에서 중국의 호응은 만무하다.

우리가 이렇게 오래된 의제에 집착하는 동안 주변국은 우리에게 새로운 외교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 지면 관계상 미국과 중국의 프레임에 초점을 두겠다. 북한과 러시아의 것은 간략하게 설명할 수 있다. 북한은 핵 포기 절대 불가와 ‘적대적 두 국가론’으로 우리에게 올가미를 씌웠다. 러시아는 중국과 공동의 프레임을 작성했다.

우선 미국의 경우, 세 가지 프레임 정도가 있겠다. 이 중 두 개는 2025년 8월 첫 한미 정상회담에서 밝혀졌다. 다른 하나는 2025년 4월에 발표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무역정책 보고서에서 드러났다. 정상회담에서 종교 탄압과 주한미군기지에 대한 검찰의 수색이 지적됐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종교 탄압 문제를 인권 유린 문제로 간주하기 때문에 통상 분야를 포함한 어떠한 분야에서도 보복 조치를 정당하게 취할 수 있다.

우리 검찰의 오산 주한미공군기지 수사 사건은 치외법권 지역을 침범한 사안으로 인식하기에 충분하다. 우리 측 기지에 대한 수색으로 일축했지만, 신빙성이 없어 보였다. 주한미군기지에서 우리 군과 미군 측의 군사 시스템이 통합적으로 운영되어 불가분한 구조이다. 이를 분리해 ‘우리 측의 것’만 조사, 검수할 수 없다. MAGA 무역정책의 핵심 중 하나는 미국 기업과 기업인에 대한 차별 대우를 묵과하지 않겠다는 점이 핵심 중 하나다. 미국이 쿠팡과 스타벅스 사태의 귀추를 주목하는 이유다.

북한은 핵 포기의 절대 불가를 선언함과 동시에 우리를 주적으로 정의하는 프레임을 씌웠다. 한반도에 ‘적대적 두 국가’가 엄연히 존재하는 점을 공식화했다. 북한은 이 프레임을 헌법까지 수정하며 정당화했다. 한반도의 한 주권 국가로서 영토주권과 핵 사용권의 영역과 범위까지 법제화했다. 이에 따라 북한이 저지르는 적대적 도발을 포함한 모든 행위를 적법화하는 법적 장치가 마련됐다. 이 프레임이 불가역적이라고 선언할 수 있는 이유였다.

중국의 프레임은 올 1월 13년 만에 중국을 국빈 방문한 우리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 주석의 회담에서 드러났다. 시진핑은 “석 자 얼음이 한 번에 안 녹고, 과일은 익으면 저절로 떨어진다(冰凍三尺非一日之寒, 故化冰三尺也非一日之功, 瓜到熟時蒂自落)”고 했다. 비록 한한령 해제 요구에 응대한 답변이었지만 의미를 곱씹으면 이에 국한되지 않았다. 한·중관계의 현주소의 맥락에서 풀이해야 한다. 우리와 분명히 선을 긋겠다는 의미다. 즉, 현재로선 우리와 협력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는 상황이지만 우리가 중국의 요구와 주문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타진해 볼 여지가 있다는 입장을 전한 것이다. 지금까지 양국의 고위급, 실무급 회담이 난항을 겪고 우리 장관급 인사들의 방중 노력이 무산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여기에 중국의 국내 정치적인 원인도 작용한다. 최근에 고위급 회담에 나설 수 있는 중국 측의 부처와 인사가 제한됐기 때문이다. 중국의 외교 동향에서 입증된다. 특히 민주주의 국가와의 외교에서 외교부, 발전개혁위원회, 상무부 등만이 허용된다. 미국과의 무역 협상은 예외다. 경제 담당 부총리인 허리펑(何立峰) 정도가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미 국방장관이 트럼프의 방중을 수행했음에도 중국 국방장관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한·중관계에 대한 중국의 기본적인 인식에는 지난 5월 중·러 공동성명에서 모습이 드러난 우리에 대한 프레임이 작용했다. 이들은 미국의 중장거리 미사일 배치뿐 아니라 핵 반격 능력, 확장 억제력, 핵 공유, 핵방어시스템(킬체인) 강화 반대를 명시했다. 우리의 2024년 한·미 워싱턴 선언(핵협의그룹, NCG합의 선언), 개발 중인 킬체인(핵추진 잠수함 건조 포함) 등을 적시한 것이다.

이런 프레임에 의거해 중·러 양국은 우리의 핵 추진 잠수함(‘핵잠’) 사업을 비판한다. 이의 전조 현상은 이미 작년부터 나타났다. 작년 10월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핵 확산 금지 조약(NPT)의 준수와 신중한 행동, 11월엔 다이빙(戴兵) 주한중국대사는 '각 측의 우려를 충분히 고려해 신중히 처리할 것’을 주문했다. 사드 때에 견주면 대변인과 주한중국대사의 경고는 프레임의 작동을 알리는 전조다. 지난 2월 주한러시아대사도 핵무기 비확산 원칙과 기준의 엄격한 준수와 투명한 관리를 요구하며 경고했다.

중·러 정상회담 이후 6월 18일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당시 개최된 한·미 NCG 회의를 두고 확장억제를 강화하는 움직임에 엄중한 우려를 전했다. 이튿날엔 핵잠 추진도 경고했다. 핵 확산과 충돌 가능성을 촉발하는 원흉이라며 비확산 의무 이행을 촉구했다. 해당 계획이 한반도 안보와 직결되는 만큼 신중한 처리를 지적했다. 사드 때와 같은 유사한 외교적 수순을 밟는 중이다. 즉, 중국의 경고가 대변인과 대사에서 시작되고 이제 외교부 장관, 중국 지도부로 상승하는 단계만 남았다. 최고 지도자에 달하면 제재가 뒤따른다.

이들이 짜맞춘 프레임이 우려스러운 이유는 함정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사드 때와 마찬가지로 우리의 핵잠 추진 사업을 공개적으로, 노골적으로 알리고 있다. 사드는 미국의 전력 자산이기 때문에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에 따라 비밀리에 반입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몇 년 동안 공론화하며 배치의 책임을 우리에게 전가했고, 중국의 제재를 피할 수 없었다.

핵잠도 NPT 준수 문제로 쟁의가 불가피한데도 미국은 확장억제를 위함이라는 이유로 위반 사항이 없고 오히려 부합한다고 역설한다. 문제는 핵잠에 대한 미국의 기대와 활용 구상을 공개한 데 있다. 가령, 작년 11월 미 해군총장은 우리의 핵잠을 대중국 억제용으로 암시했다. 12월엔 미 국무부 아태 부차관보가 ‘역내 위협에 대항’하기 위함이라며 중국을 암시하는 발언을 한 점이다. 우리는 이런 미국의 공개 언행을 지양할 것을 주문할 필요가 있다.

중국은 작년부터 희토류 관련 엔티티 리스트를 작성했다. 여기에 한화오션과 미국 자회사 5개가 9월에 걸려들었다. 트럼프가 10월 말레이시아 미·중 무역 협상에서 우리를 구제했다. 그런데 올 4월에 중국은 더 강력한 우려 거래자 목록(일명 ‘엔티티 리스트’, 中華人民共和國反外國不當域外管轄條例)를 발표했다. 실제로 중국은 6월에 일본 기업 20개, 일본 기업인 20인을 본보기로 리스트에 올렸다. 중국산 희토류 의존도가 높은 우리로선 리스트에 언제든지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험을 경계해야 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지난 6월 G7 정상회의에서 우방의 ‘핵심 광물 탄력성·생산 동맹(Critical Minerals Resilience and Production Alliance)’에 불참, 선언문에 서명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핵잠과 확장 억제력의 강화 이유로 중국이 다시 우리를 리스트에 상정할 때 미국의 구제를 기대하기 어렵다.

6월에 미국은 인도-태평양 사령부를 태평양 사령부로 다시 이름을 변경했다. 여기서 인도는 나라가 아닌 인도양을 의미한다. 미국이 태평양에 집중하겠다는 결의를 보인 것이다. 이런 미국에 가장 핵심적인 동맹은 우리다. 우리의 위상과 레버리지를 강화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필리핀, 호주, 일본이 소다자 형식으로 군사 관계를 강화하나 큰 의미가 없다. 필리핀과 호주는 제한적 군사력 때문이고, 일본은 ‘평화헌법’의 제약이 있다. 우리가 핵심 동맹인 이유다. 우리가 미국의 태평양 전략에 적극 가담할 때 중국도 우리에게 손을 내밀 것이다. 우리는 이를 대화와 소통의 기회로 이용할 수 있겠다.
 

주재우 필자 주요 이력

▷미국 웨슬리언대 정치학 학사 ▷베이징대 국제정치학 석박사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중국연구센터장 ▷브루킹스연구소 방문연구원 ▷미국 조지아공과대학 Sam Nunn School of International Affairs Visiting Associate Profess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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