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투자 시장 첫 단추부터 삐걱…"혁신기업 밀어냈다" VS "우리도 혁신기업"

12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허세영 루센트블록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류소현 기자
12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허세영 루센트블록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류소현 기자]

조각투자 시장 법제화 초기 단계부터 잡음이 일어나고 있다. 조각투자 장외거래소 인가 과정에서 한국거래소를 중심으로 구성된 KDX컨소시엄(KDX), 넥스트레이드가 주축인 NXT컨소시엄(NXT), 루센트블록이 주도한 소유컨소시엄(소유) 중 KDX와 NXT 두 곳의 인가가 유력해지면서 루센트블록은 "혁신 스타트업에 대한 기득권의 약탈"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루센트블록은 컨소시엄 형성 과정에서 NXT가 루센트블록과 협업을 타진하다가 자체 컨소시엄을 결성한 것에 대해 '기술탈취'라고 지적한 데에 이어 이날은 공정거래위원회에 KDX와 NXT의 기업결합심사가 필요하다는 신고를 접수했다고 밝혔다. 장외거래소 인가 대상은 이틀 뒤인 오는 14일 금융위원회 정례회의를 통해 최종 확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12일 루센트블록은 서울 강남구 마루180에서 '토큰증권(STO) 장외거래소 관련 입장 표명 기자간담회'를 열고 장외거래소 인가 과정이 기존 사업자의 안착을 돕는 대신 기득권 금융기관에게 유리한 기준으로 심사가 이뤄졌다며 제도화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허세영 루센트블록 대표는 금융혁신지원특별법 제23조에 명시된 '배타적 운영권'을 언급했다. 이런 제도 도입의 배경에 있었던 "혁신금융서비스의 지정기간 종료 이후 금융상품·서비스의 모방 가능성이 다른 산업에 비해 현저히 높다는 문제의식"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심사의 공정성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허 대표는 "시장에서 50만명의 고객을 대상으로 4년 간 플랫폼을 운영해온 당사보다 사업을 영위해 본 적 없는 기업들이 ‘사업계획, 기술력 및 안정성’ 항목에서 더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며 "수년간 축적된 실증 데이터보다, 거대기관이 제출한 ‘서류상의 계획과 기관의 간판’을 더 높이 샀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거래소가 신종증권 장내시장 샌드박스를 받았음에도 2년 동안 상장 건수가 0건임을 지적하며 "‘단 한 건’의 성과조차 증명하지 못한 공공기관이 도리어 장외 시장 진입을 시도하는 것은, 민간이 치열하게 일궈낸 혁신의 과실을 손쉽게 가로채는 명백한 ‘무임승차’ 행태"라고 비판했다. 

넥스트레이드의 '기술 탈취' 문제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허 대표는 "넥스트레이드는 인가 신청 이전, 투자 및 컨소시엄 참여 검토를 명분으로 접근해 비밀유지각서(NDA)를 체결한 뒤 루센트블록의 재무정보, 주주명부, 사업계획, 핵심 기술 자료 등 극히 민감한 내부 정보를 제공받았다"며 "그러나 이후 투자나 컨소시엄 참여 없이, 불과 2~3주 만에 동일 사업 영역(STO 유통 시장)에 대해 직접 인가를 신청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KDX와 NXT가 컨소시엄 형성 과정에서 기업 결합 신고의무를 위반했다며 이날 공정거래위원회에 해당 내용의 신고를 접수했다고 밝혔다. 공정거래법상 일정 규모 이상의 회사 간 기업 결합은 사전승인 대상이 되어 신고 의무가 발생하며 미신고 시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되며 공정위의 직권조사가 가능하다. 허 대표는 "일반적으로 기업 결합 심사를 먼저 한 뒤 예비인가를 신청하고 진행하는 게 실제 사례"라며 "KDX, NXT가 미리 심사를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루센트블록의 이 같은 공세에 NXT에 참여하는 조각투자 사업자인 뮤직카우는 반박에 나섰다. 전통 거래소가 혁신기업을 조각투자 시장에서 몰아내고 있다는 루센트블록의 주장과 달리 실제로는 KDX와 NXT 모두 샌드박스를 통해 유통 경험이 있는 조각투자 사업자들이 참여해 컨소시엄을 꾸렸다는 지적이다. NXT에는 뮤직카우, 스탁키퍼, 투게더아드 등이 참여했고 KDX에는 카사, 펀블, 바이셀스탠다드 등이 참여했다. 

뮤직카우는 "루센트블록은 혁신사업자인 스스로의 단수 컨소시엄이지만 NXT는 4곳의 조각투자사업자를 비롯해 18곳의 증권사와 금융사 등이 합류한 컨소시엄"이라며 "뮤직카우는 1100여 개의 종목에 대해 누적거래액 4000억 이상을 달성하며 국내 조각투자 종목의 98.5%, 거래대금의 73.2%를 차지하는 압도적인 유통 역량을 축적했다"고 말했다. 

이어 "'신종 자산' 시장이 제도화 이후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활성화되기 위해선 시장운영, 투자자보호 시스템 측면에서 이미 제도권 내 신뢰성을 확보한 금융 인프라 기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넥스트레이드는 따로 대응하지 않고 장외거래소 인가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넥스트레이드는 "기술탈취라고 할만한 수준의 정보 공유가 없었다"며 "기업 결합 신고 대상 역시 아니며 공정위 판단에 따르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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