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둔화 우려로 급락했다가 하루 만에 반등하는 등 높은 변동성을 보였다. 시장의 관심은 이제 본격적인 2분기 실적 시즌으로 이동하고 있다. 증권가는 AI 투자 축소 우려는 과도한 해석이라는 데 무게를 두면서도 삼성전자 잠정실적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 공개 전까지는 변동성 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440.25포인트(5.76%) 오른 8080.37에 거래를 마치며 8000선을 회복했다. 코스피는 지난 2일 하루 동안 7.89% 급락하며 장중 7300선까지 밀렸지만 다음날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반등에 성공했다. 한 주(6월 29일~7월 3일) 동안 코스피는 3.84% 하락했고, 코스닥은 2.00% 상승했다.
지난주 증시는 메타의 AI 컴퓨팅 자원 외부 판매 추진 보도를 계기로 AI 투자 축소 우려가 확산되면서 반도체 대형주 중심으로 낙폭이 확대됐다. 여기에 반기 말 리밸런싱과 외국인 매도, 레버리지 상품 변동성까지 겹치며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됐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번 조정을 펀더멘털 악화보다 밸류에이션 조정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우세하다. 메모리 반도체 업황을 좌우하는 장기 공급계약이나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둔화 신호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고, 국내 기업들의 실적 전망도 오히려 상향되고 있기 때문이다.
코스닥은 정책 기대감에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한국거래소가 코스닥 30주년을 맞아 시장 활성화 방안과 상장폐지 제도 개선 등을 발표하면서 투자심리를 일부 뒷받침했다. 반면 코스피는 외국인 매도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개인투자자들이 대형 반도체주 중심으로 매수에 나서며 지수 하단을 지지했다.
다음주에는 굵직한 이벤트가 이어진다. 오는 7일 삼성전자의 2분기 잠정실적 발표를 시작으로 9일 미국 FOMC 6월 의사록이 공개된다. 10일에는 TSMC의 6월 매출 발표가 예정돼 있어 글로벌 AI 투자와 반도체 업황에 대한 시장의 판단이 이어질 전망이다.
증권가는 삼성전자 실적이 단기 투자심리를 되돌릴 핵심 변수로 보고 있다.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이 확인될 경우 메모리 업황에 대한 신뢰가 강화되며 반도체를 중심으로 매수세가 재차 유입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후에는 TSMC 실적과 글로벌 빅테크의 AI 투자 계획이 하반기 증시 방향을 결정할 주요 변수로 꼽힌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이번 조정은 펀더멘털 훼손보다 노이즈에 의한 밸류에이션 디레이팅 성격이 강하다"며 "IT·반도체 중심의 이익 추정치 상향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 잠정실적과 SK하이닉스 나스닥 상장 등 빅이벤트를 주시하면서 반도체·IT하드웨어·금융 중심의 코스피 저가매수 전략이 유효하다"고 말했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도 "메타의 클라우드 진출은 AI 수요 둔화보다 이미 투자한 인프라의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현 국면의 1차 촉매는 삼성전자 잠정실적으로,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이 확인되면 매도 심리를 보유와 추격매수로 전환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단기 변동성에 대한 경계는 여전하다. 신얼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시장 주도권이 중동 지정학 이슈에서 다시 고용과 물가, 금리로 이동하고 있다"며 "실적 시즌이 시작된 만큼 AI 모멘텀은 이어지겠지만 유동성에 의존한 매수보다 기업 실적과 재무건전성을 중심으로 옥석 가리기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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