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美 중간선거 당일 '담화·미사일' 연쇄 도발…선거 후 '몸값 높이기' 포석

  • "대화 선택지 있지만 국익 동일시 안 해"…선거 후 트럼프·새 의회 겨냥 명분 쌓기

조선중앙통신은 박정천 북한 국방성 고문이 지난 20일 남부국경 요새화 공사 현장의 주요 지점들을 리일환 노동당 비서와 김여정 당 부장 인민군 총참모부 주요 지휘관들과 함께 시찰했다고 21일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조선중앙통신은 박정천 북한 국방성 고문이 지난 20일 남부국경 요새화 공사 현장의 주요 지점들을 리일환 노동당 비서와 김여정 당 부장, 인민군 총참모부 주요 지휘관들과 함께 시찰했다고 21일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북한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을 비난하는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의 연속 담화를 발표한 데 이어, 미국 중간선거 투표일 당일에는 동해상으로 미사일 무력 시위까지 감행했다.

미 연방수사국(FBI)의 '바이낸스 해킹' 북한 배후 지목에 대한 자금 봉쇄를 막아서는 동시에, 선거 이후 개편될 미국의 정치 지형과 새 의회를 향해 향후 대화에서 전향적 양보를 끌어내려는 '몸값 높이기'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4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부장은 이날 담화를 통해 "평화수호를 위한 선택지에는 분명 대화가 포함되어 있지만, 이는 우리에게 있어서 국가이익과 반드시 동일시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김 부장은 미 FBI가 63억 달러(약 8조4000억원) 규모의 바이낸스 해킹 사태 배후로 북한 연계 조직을 지목한 것을 두고 "워싱턴의 변함없는 대조선 적대시정책의 연장선"이라며 "우리의 반사적 대응에서도 새로운 기록들이 창조되어야 마땅하다"고 주장의 수위를 높였다. 바이낸스 관련 비판 담화가 김 부장 명의로 사흘 새 두 차례나 이어진 것이다.

북한은 메시지에 그치지 않고 곧바로 동해상으로 실력 행사에도 나섰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전 함경남도 선덕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사거리 300km 미만의 미사일 수 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릴레이 담화와 미사일 발사의 이유로, 북한의 자금줄 차단에 대한 위기감을 우선 짚었다. 남성욱 숙명여자대학교 석좌교수는 "미 FBI의 추적으로 해킹 자금의 현금화가 막히게 되자 국제사회의 제재 재가동을 사전 차단하기 위해 대미 압박 수위를 높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동시에 이번 도발이 미 중간선거 당일에 집중된 점을 들어, 선거 결과로 형성될 미 정치 지형 변화를 노린 포석이라는 분석도 힘을 얻는다.

특히 미 중간선거 당일, 담화 발표에 이어 곧바로 동해상으로 미사일을 발사한 것 역시 사전 계산된 행보라는 평가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과거 2022년 미 중간선거나 2024년 미 대선 당일에도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던 것처럼 이번 도발 역시 사전에 계획된 존재감 과시용"이라며 "대북 적대적 신호에 적대적 신호로 맞대응하겠다는 김여정의 담화가 결코 빈말이 아님을 과시하고, 핵보유국 인정을 압박하려는 의도가 담겨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미 선거 이후 트럼프 행정부와 새 의회를 향해 적대시 정책 철회 등 선제적 양보를 압박하며 대화 조건의 몸값을 극대화하고, 향후 대화가 무산되더라도 그 책임을 미국에 돌리려는 의도도 담겨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미 의회가 민주당 중심으로 재편되거나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에 제약이 생길 경우, 트럼프 행정부가 국면 전환용 미·북 정상회담을 다시 추진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북한이 이 같은 미 정치권의 셈법을 내다보고 사전 명분 쌓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실제 이날 담화에서 김 부장이 강경한 조치를 위협하면서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개인을 직접 비난하지 않고 "선택지에 대화가 있다"며 대화 가능성을 일절 닫지 않은 것도 이 같은 포석으로 풀이된다.

신범철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아주경제와의 통화에서 "중간선거로 트럼프 대통령이 오로지 국면 전환만을 위해 북한과의 대화에 매달리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향후 북미 대화의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자신의 입장은 바꾸지 않고, 미 측에 먼저 적대시 정책과 관련한 전향적인 양보안을 가지고 오라는 취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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