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교육·일자리 무너지는 지방…청년이 떠난 자리, 집은 남고 학교는 사라진다

  • [지방소멸③] "청년이 어디로 움직이는지가 지역의 남은 시간을 정한다"

  • 빈집·폐교·청년 유출 맞물린 악순환…지방소멸 위기 갈수록 심각

  • 서울 집값 최고가 찍을 때 지방은 빈집 증가…주택시장 양극화 심화

  • 학생 감소에 학교까지 사라져…지역 교육 기반도 흔들

  • 일자리 찾아 수도권으로 향하는 청년들…기업 경제력도 수도권 편중

그래픽아주경제
[그래픽=아주경제]

“수도권 집값 안정에 근본적 장애물인 수도권 1극 체제를 극복하고, 성장 발전을 위한 거점을 다극화하는 국토균형발전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 가겠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9월 18일 기자회견에서 수도권 집중을 부동산 문제의 구조적 원인으로 지목했다. 사람과 일자리, 교육·생활 기반시설이 수도권에 몰리는 구조를 바꾸지 않고서는 집값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정부가 5대 초광역권과 3대 특별자치도를 축으로 하는 ‘5극3특’ 체제를 추진하는 것도 국토균형발전 전략의 일환이다.

그러나 지방의 인구 감소와 경제 기반 약화는 이미 여러 지표에서 확인된다.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이 16억원을 넘어선 사이 비수도권에서는 다 지은 아파트가 팔리지 않고 기존 주택도 비어간다. 지역 건설업체는 경영난에 시달리고, 학생이 줄어든 학교는 문을 닫는다. 그사이 청년층은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이동한다. 인구 감소가 주택·교육 수요를 줄이고, 지역경제와 일자리 붕괴가 다시 인구 유출 압력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서울 아파트 16억2469만원…악성 미분양 84.4% 비수도권

주택시장은 수도권 집중과 지방소멸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KB부동산 9월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6억2469만원으로 집계됐다. 8월 처음 16억원을 돌파한 뒤 한 달 만에 다시 최고치를 경신했다.

반면 지방에서는 팔리지 않은 주택이 쌓이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9월 30일 발표한 2026년 8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9134가구로 전월보다 917가구(1.3%) 증가했다. 수도권은 1만9136가구지만 비수도권은 무려 4만9998가구다. 전체 미분양 중 72.3%가 비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것이다.

공사를 마치고도 분양되지 않은 이른바 ‘악성 미분양’의 지역 편중은 더욱 심하다. 8월 전국 준공 후 미분양은 2만8080가구로 전월보다 1072가구(3.7%) 감소했지만 이 가운데 2만3711가구가 비수도권에 있었다. 전체 중 84.4%다. 

새로 지은 집만 남는 것도 아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5년 전국 빈집은 14만971가구로 2024년 13만4009가구보다 6962가구(5.2%) 증가했다. 전남·광주 2만3537가구, 전북 1만9495가구, 경북 1만8145가구, 경남 1만5834가구 등 비수도권에 몰려있다. 특히 농어촌 빈집은 8만3169가구로 전국 빈집 가운데 59.0%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전남·경북·전북·경남 4개 지역에 5만9098가구가 집중돼 농어촌 빈집 중 71.1%를 차지했다.

주택 수요 위축은 지역 건설업체 경영난으로 직결된다.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9월 4일까지 종합·전문건설업 폐업 신고는 2946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338건보다 26.0% 증가했다. 종합공사업 폐업 신고는 10월 14일 기준 683건으로 지난해 연간 675건을 이미 넘어섰다. 

◆누적 폐교 4037곳 중 93.4% 비수도권

지방의 인구 감소는 교육 기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학교는 교육시설인 동시에 정착을 뒷받침하는 생활 인프라다. 학생 감소로 학교 운영이 어려워지고 교육 접근성이 약해지면 자녀를 둔 가구도 떠날 수밖에 없다.

교육부 2026년 교육기본통계에 따르면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교 등 학생은 536만2281명으로 1년 전보다 18만9007명(3.4%) 감소했다. 특히 초등학생은 234만5488명에서 221만9370명으로 12만6118명(5.4%) 줄었다. 지역별 초등학생 감소율은 전북 7.1%·경남 7.0%·경북 6.9%·전남 6.2%로 이들 지방은 전국 평균을 웃돌고 있다. 유·초·중·고교 등 전체 학생 수에서도 전북과 경남은 각각 4.5% 감소해 전국에서 감소율이 가장 높았다.

학생 감소가 장기간 누적된 지역에서는 학교 자체가 사라지고 있다. 교육부 2026년 폐교재산 활용 현황에 따르면 3월 1일 기준 전국 누적 폐교는 4037곳이다. 전남이 859곳으로 가장 많고 경북 750곳, 경남 562곳, 강원 491곳, 전북 354곳, 충남 286곳, 충북 265곳 순이다. 전남·경북·경남 세 지역 누적 폐교만 2171곳으로 전체 중 53.8%를 차지한다. 서울 7곳, 경기 199곳, 인천 60곳을 합친 수도권은 266곳(6.6%)인 반면 비수도권은 3771곳(93.4%)을 기록했다.

◆수도권 20대 4만8000명 순유입…법인세 증가분 89.5% 수도권 집중

지방의 청년층은 수도권으로 이동하고 있다. 국가데이터처의 2025년 국내인구이동통계에 따르면 수도권은 3만8000명이 순유입된 반면 영남권은 3만9000명, 호남권은 1만6000명이 순유출됐다. 

연령별로 보면 격차는 더욱 뚜렷하다. 수도권은 20대가 4만8000명 순유입돼 모든 연령대 가운데 순유입 규모가 가장 컸다. 반대로 영남권에서는 20대가 2만9000명, 호남권에서는 1만6000명 순유출됐다. 영남권 20대 순유출 규모는 권역 전체 순유출 3만9000명 중 약 74%에 해당한다. 호남권 20대 순유출도 권역 전체 순유출 규모와 맞먹었다. 지방의 인구 감소에서 청년층 이동이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의미다.

일자리는 인구 이동을 좌우하는 주요 요인이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25년 시도 간 이동 사유 가운데 ‘직업’이 32.5%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지역별로는 부산·대구·광주·강원·전북·경북 등 6개 시도에서 직업이 가장 큰 순유출 사유로 나타났다. 직업 사유 순유출 규모는 대구 1만1900명, 경남 1만500명, 광주 1만100명, 부산 9100명, 전북 6600명, 경북 6100명, 강원 2700명, 전남 2000명 순이었다.

서울은 전체 인구가 순유출되는 가운데서도 일자리와 교육을 이유로 한 순유입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서울은 다른 시도에서 43만8000명이 전입하고 46만5000명이 전출해 약 2만7000명이 순유출됐다. 그러나 직업을 이유로 4만5900명, 교육을 이유로 3만4500명이 순유입됐다. 높은 주거비는 부담이지만 일자리와 학교를 찾아 서울로 모여들고 있는 것이다.

지역 간 일자리 격차는 기업의 경제력이 수도권에 집중된 현실과도 맞닿아 있다. 27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세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5년 수도권 소재 법인의 법인세 총부담세액은 56조6060억원으로 전국 법인세 중 78.4%를 차지했다. 2020년 74.6%에서 3.8%포인트 높아졌다.

특히 2020년부터 2025년까지 전국 법인세 증가분 18조6000억원 가운데 16조6475억원(89.5%)이 수도권 소재 법인에서 발생했다. 같은 기간 비수도권 법인의 법인세 부담액 증가분은 1조9525억원으로 전체 증가분 중 10.5%에 그쳤다.

서울은 전국 법인 중 29.1%가 소재하지만 법인세 부담액은 전체 중 52.8%나 된다. 비수도권에서는 법인 수가 늘어도 법인세 부담액이 줄어든 지역까지 나타났다. 세종은 2020년보다 신고법인이 46.5% 증가했지만 법인세 부담액은 2.5% 감소했다. 경북과 제주도 신고법인이 각각 22.1%, 22.2% 늘었으나 법인세 부담액은 각각 3.2%, 3.5% 줄었다.

수도권 집중은 실제 산업기술인력 분포에서도 확인된다. 산업통상부 산업기술인력 수급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수도권 산업기술인력 비중은 50.34%다. 산업기술인력은 제조업과 정보통신업,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 등 주요 산업에서 기술적 업무를 수행하는 인력을 대상으로 조사한다. 기업의 경제력뿐 아니라 기술인력도 수도권에 절반 이상 집중돼 있음을 보여준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한미연)은 9월 16일 ‘2026 대한민국 인구보고서: 시한부 지방 인구’를 출간했다. 전문가 14명이 국가데이터처 장래인구추계 등을 토대로 지역별 인구를 대상으로 ‘남은 시간’을 분석한 보고서다. 한미연은 지방소멸 원인을 단순히 낮은 출산율에서 찾지 않고 청년과 일자리가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구조에서 찾았다. 보고서는 이렇게 단언하고 있다.

“출산율보다 청년이 어디로 움직이는지가 지역의 남은 시간을 정한다.”

이인실 한미연 원장은 "지방소멸을 극복하기 위해선 청년 일자리 확보가 중요하다. 궁극적인 해결책은 정주여건 마련이다. 일자리를 중심으로 주거, 생활 환경, 문화적 인프라 등이 조성돼야 한다"며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단순 현금 지원 정책만 제시해 지역들이 서로 인구를 빼앗아 메우게 만드는 '제로섬 게임'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방에서 태어난 아이가 중추 도시를 거쳐 수도권으로 이동하던 ‘인구 공급망’이 출발점부터 끊기고 있다. 총체적인 위기다. 지방소멸 속도가 압도적으로 빠르기 때문에 공급망에 구멍이 생기고 있는 것"이라며 "흩어져 사는 주민들을 각 권역별로 모으고, 거주 구역을 조성해 자연스레 생활 인프라가 늘어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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