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와 국민의 거리'는 당장 숫자로 확인된다. 보건복지부가 정한 응급의료 취약지는 전국 98곳,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변호사가 한 명도 없는 지역은 52곳이다. 두 조건이 겹치는 이른바 ‘무의·무변 지역’은 48곳이며 이 중 46곳이 행정안전부 지정 '인구감소지역'이다. 전체 89개 인구감소지역 중 절반 이상이 무의·무변 지역인 것이다. 인구 감소로 병원과 변호사 사무실이 사라지고, 의료와 법률이라는 사회적 권리를 누릴 수 없게 되자 더 많은 사람이 떠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더 자세히 살펴보면 46개 무의·무변·인구감소지역은 국토의 29%를 차지하지만 인구는 3%에 그친다. 서울은 정반대다. 국토의 0.6%에 불과한 곳에 전국 인구의 18%가 몰려 있다. 인구밀도로 따지면 서울이 약 270배 높다.
◆치안센터, 2020년 이후 346개소 폐지
치안센터는 과거 파출소가 지구대로 통폐합되는 과정에서 기존 파출소 건물 등에 경찰관을 배치해 민원과 지역 치안 수요에 대응해 온 곳이다. 특히 경찰서까지 거리가 먼 농·산·어촌에서는 경찰과 가장 빨리 접촉할 수 있는 창구 역할을 해왔다.
2023년 당시 치안센터 폐지 대상에 농·산·어촌과 도서지역이 대거 포함되면서 '치안 공백' 논란이 일었다. 실제로 인구감소지역이자 무의·무변 지역인 임실군에서는 치안센터 7곳 중 6곳, 고창군에서는 5곳 중 4곳이 폐지 대상에 올랐다. 주민 반발이 커지자 결국 경찰은 대도시권을 우선 감축하고 농·산·어촌권은 다시 검토하기로 한발 물러섰다. 이에 따라 폐지된 225곳 가운데 서울이 109곳으로 절반에 가까웠고 부산 51곳, 대구 29곳이었다. 서울·부산·대구 세 지역만 189곳으로 전체 중 84%를 차지했다.
그러나 2025년부터 지방 치안센터가 줄줄이 폐쇄되기 시작했다. 지난해 폐지된 72곳 가운데 경북이 29곳으로 가장 많았고 전남 9곳, 강원·경기 남부 각각 7곳, 충북 6곳, 충남 5곳, 경남 4곳 등이었다. 서울은 1곳에 그쳤다.
특히 무의·무변·인구감소지역에서도 치안센터 폐쇄가 이어졌다. 경북에서는 봉화 3곳, 청도 2곳, 고령 2곳이 폐지됐다. 강원에서는 정선·평창 각각 1곳과 횡성 3곳, 충북 보은 2곳, 충남 서천 2곳, 전남에서는 보성·영광 각각 2곳과 구례 1곳이 문을 닫았다. 이들 11개 시군에서만 21개 치안센터가 2025년 한 해 동안 사라졌다.
문제는 치안센터 감소와 동시에 경찰 조직 내부에서도 인력 재배치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경찰은 '수사·기소의 완전 분리'로 인해 수사 분야를 강화하고 있다. 별도의 대규모 증원 없이 기존 인원만 활용하는 방식이어서 예방·순찰 등 현장 치안 인력 감소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경찰청 '경찰 인력 운영 효율화 방안'에 따르면 전국 경찰기동대 138개 부대 정원은 1만1179명에서 1만139명으로 1040명(9.3%) 줄어든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수원·성남·안산·부천 4개 광역예방순찰대 정원을 152명에서 130명으로 22명(14.5%)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보다 앞선 2025년 말에는 기동대와 기동순찰대 인력 2246명을 줄여 수사·범죄대응 부서 등에 재배치하는 조직개편이 추진됐다.
아주경제 탐사보도팀은 인구감소지역, 더 나아가 무의·무변 지역 치안 상황을 다각도로 점검해봤다.
◆경찰 1인당 면적···평창서, 중부서·남대문서·혜화서의 1000배
치안의 거리는 서울과 비교하면 더욱 선명해진다. 경찰청 전국 경찰서 통계(정원, 담당인구·면적)에 따르면 89개 인구감소지역 가운데 경찰 관련 수치가 확인되는 87곳(인천 강화서가 강화·옹진 담당, 강원 양양서 2028년 9월 개소 예정)의 2025년 경찰관 1인당 평균 담당 면적은 4.53㎢다. 반면, 서울 31개 경찰서 평균은 0.029㎢에 불과하다. 인구감소지역 경찰이 서울보다 약 156배 넓은 공간을 책임지는 셈이다. 쉽게 말해 축구장 634개와 4개의 차이라고 보면 된다. 무의·무변·인구감소지역은 더 심각하다. 5.06㎢로 서울과 격차는 약 175배까지 벌어졌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강원 평창서는 10.93㎢로 가장 넓다. 축구장 약 1531개에 해당한다. 뒤를 이어 경북 봉화서 10.74㎢, 강원 홍천서 9.58㎢, 경북 영양서 9.49㎢, 강원 화천서 8.91㎢ 순이다. 반면 서울 중부서·남대문서·혜화서는 0.01㎢다. 축구장 1.5개 면적으로 평창서와 비교하면 1000배 차이다. 서울 경찰서 중 가장 넓은 곳이라고 해도 성북서·강북서·강서서·도봉서·수서서가 0.04㎢, 서초서·노원서·은평서도 0.05㎢에 그쳤다.
담당 주민 수가 비슷한 경찰서끼리 비교하면 격차는 더 분명하다. 강원 양구서 경찰 한 명은 주민 204명을, 서울 중부서는 208명을 담당한다. 불과 4명 차이지만 담당 면적은 양구서가 7.04㎢, 중부서가 0.01㎢로 700배 차이 난다. 경북 영양서와 서울 강남서도 비슷하다. 영양서 185명-강남서 195명이지만 면적은 각각 9.49㎢-0.02㎢로 약 474배 차이를 보였다.
◆112 신고(C0), 동대문서 3분 6초···충북 영동서 15분 6초
담당 면적 차이는 단순히 지도 위 숫자에 그치지 않는다. 112 신고 후 경찰이 현장에 도착하는 시간과 직결된다.
경찰은 2019년 이후 112 현장 도착시간을 경찰서 단위로 관리하고 있다. '코드1(C1)'은 생명·신체에 대한 위험이 임박했거나 진행 중·직후 또는 현행범일 때다. '코드0(C0)'는 C1 신고 가운데 이동범죄나 강력범죄 현행범 등 실시간 전파가 필요한 가장 긴급한 신고다.
경찰청 '112 신고 코드별 현장 도착 평균 소요시간'을 분석한 결과 2026년 8월 기준 서울 경찰서의 C0 평균 도착시간은 221.0초(3분 41초)였다. 반면 인구감소지역은 416.1초(6분 56초)였다. 서울보다 195초(3분 15초), 즉 1.88배 더 걸렸다. 무의·무변·인구감소지역은 428.4초(7분 8초)로 서울 대비 약 1.94배다. 즉 일분일초가 아까운 긴급 상황에서 인구위기지역 주민은 서울에 비해 약 2배에 가까운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C1에서도 같은 격차가 나타났다. C1 상황 시 서울 평균 도착시간은 241.1초(4분 1초)였다. 인구감소지역은 429.5초(7분 9초)로 서울 대비 약 1.78배다. 무의·무변·인구감소지역은 463.9초(7분 44초)로 서울 대비 약 1.92배까지 벌어졌다.
모든 112 신고(C0~C3)의 도착시간도 서울은 254.3초(4분 14초)지만 인구감소지역은 360.9초(6분 1초, 약 1.42배), 무의·무변·인구감소지역은 385.7초(6분 26초, 약 1.52배)가 필요했다.
최대치-최소치를 비교하면 무려 10분 이상 차이 났다. 서울에서 C0 출동이 가장 빠른 곳은 동대문서로 평균 186초(3분 6초)였다. 반면 인구감소지역에서 가장 오래 걸린 충북 영동서는 906초(15분 6초)였다. 같은 C0 신고인데 두 경찰서의 차이는 정확히 12분(약 4.87배)이나 됐다. 무의·무변·인구감소지역에서는 전북 진안서가 797초(13분 17초)로 동대문서에 비해 10분 11초(약 4.28배)더 걸렸다.
전체 112 신고를 기준으로 보면 서울에서 가장 빠른 혜화서는 평균 213초(3분 33초)였다. 무의·무변·인구감소지역에서는 경북 봉화서가 581초(9분 41초)로 가장 길었는데 두 지역 간 차이는 6분 8초(약 2.73배)였다.
◆고령인구비율, 의성·군위 50% 넘어…서울은 21%
경찰과 주민 간 거리가 먼 지역에는 또 하나의 문제가 겹쳐 있다. '고령화'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 통계(2026년 8월 말 기준)에 따르면 전국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은 22.1%다. 우리나라는 2024년 말 65세 이상 주민등록인구 비율이 20%를 넘어서며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서울은 21.1%로 전국 평균보다 낮다. 그러나 인구감소지역은 39.2%, 무의·무변·인구감소지역은 41%까지 치솟았다. 서울보다 2배가량 높다.
지역별로 보면 격차는 더 커진다. 인구감소지역 가운데 경북 의성군은 50.3%로 2명 중 1명 이상이 고령층이다. 가장 낮은 대구 남구조차 28.5%였다. 무의·무변·인구감소지역인 대구 군위군(50.4%), 경북 청도군(47.8%)·봉화군(46.9%), 경남 산청군(46.4%)·의령군(46.0%) 등도 50%에 육박했다.
고령화가 실제 경찰 업무와 연결되는 대표적인 분야는 '치매노인 실종'이다. 치매노인 실종은 해가 거듭할수록 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전국 치매노인 실종 신고는 2017년 1만308건에서 지난해 1만6586건으로 급증했다. 9년 사이 60.9%(6278건) 늘어난 것이다. 올해는 7월까지 1만776건을 기록하고 있다. 노인 대상 범죄 역시 고령 지역 치안 수요를 다시 보게 한다. 60대 이상 보이스피싱 피해는 2016년 1720건에서 2025년 7294건으로 10년 사이 4배 이상 늘었다. 이 밖에 65세 이상 절도 피해도 지난해 1만8000건을 넘었다.
경찰력이 넓은 지역에 분산돼 있다면 CCTV와 같은 '기술적 안전망'이 공백을 보완할 수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서울과 지방의 차이가 현격하다.
행정안전부 '지방자치단체(지자체) CCTV 관리·운영 실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말 서울의 범죄예방 관련 CCTV는 11만537대다. 인구감소지역 89곳 가운데 79곳이 몰려 있는 강원·충북·충남·전북·전남·경북·경남 7개 도에는 모두 21만5936대가 설치돼 있다. 절대 수는 7개 도가 많지만 면적을 고려하면 얘기는 전혀 달라진다. 서울 면적은 약 605㎢인 반면 7개 도는 약 8만1900㎢로 서울보다 135배 넓다. 서울에는 ㎢당 약 183대, 7개 도에는 약 2.6대가 있는 셈이다. 즉 공간밀도로 계산하면 서울이 약 69배 높다.
지능형 CCTV(AI 영상분석 기술 탑재)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정부는 2022년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공공 CCTV의 지능화를 추진해 왔다. 지능형 CCTV 비율은 서울 46.4%, 7개 도 약 45.7%로 전체적으론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지역별로는 충북 24.9%, 강원 27.3% 등으로 편차가 컸다.
가장 큰 문제는 CCTV 비용을 지자체가 대부분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자체 재정 여건에 따라 기술을 이용한 치안 격차 해소 속도마저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지자체 재정 여건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가 '재정자립도'다. 지방정부가 지방세와 세외수입 등 자체 수입으로 재정을 얼마나 충당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수치가 낮을수록 세입 기반이 취약하다는 뜻이다.
행정안전부 지방재정365의 '2026년 당초예산 기준 재정자립도' 자료를 분석한 결과 서울시(본청)는 75.5%로 전국 지자체 가운데 가장 높았다. 이를 보여주듯 서울시는 CCTV 설치에 대규모 재정을 투입하고 있다. 서울시는 2024년부터 2026년까지 방범용 CCTV를 지능형 CCTV로 100% 전환하기 위해 3년간 1265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올해 투입되는 돈만 271억원이다.
반면 지방의 사정은 열악하다. 재정자립도 44.1%인 인천시(본청)만 해도 4년 뒤인 2030년에 지능형 CCTV 73.5%를 목표로 하고 있다. 약 212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데 4년간 투입되는 돈이 서울시 한 해보다 못한 실정이다.
인구위기지역으로 갈수록 재정자립도는 더욱 떨어진다. 인구감소지역의 평균은 10.2%, 무의·무변·인구감소지역은 9.6%로 더 낮다. 이에 따라 충북 단양, 경북 고령, 강원 평창 등 인구감소·무의·무변 지역에서는 올해 2억원 안팎 규모로 CCTV 설치·교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과는 말 그대로 '하늘과 땅 차이'라 할 수 있다.
경찰력이 부족한 지역에서는 자율방범대가 취약지역을 순찰하고 범죄 위험요소를 신고하는 등 경찰의 범죄예방 활동을 보조한다. 그러나 자율방범대 역시 인구 감소와 고령화라는 구조적 한계에 직면해 있다. 경찰청 '전국 자율방범대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국 자율방범대원은 2016년 10만6261명에서 2025년 9만6197명으로 1만64명(9.5%) 줄었다. 더 큰 문제는 연령 구조다. 2025년 전국 자율방범대원 가운데 50대가 3만6555명으로 38%, 60대 이상이 3만4632명으로 36%를 차지했다. 두 연령층을 합하면 74%(7만1187명)로 4명 중 3명이 중장년층인 셈이다. 반면 20대는 3%(2885명), 30대는 4%(3847명)에 그쳤다.
◆지방소멸이란 국가가 국민에게서 멀어지는 것
지방소멸이 단순한 인구 감소가 아니라 '국가가 국민에게서 멀어지는 것'이라는 사실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곳이 대구 군위군이다.
군위군은 인구감소지역이면서 동시에 무의·무변 지역이기도 하다. 여기에 초고령화까지 겹쳤다. 주민 두 명 가운데 사실상 한 명이 노인이다. 주민은 늙어가는데 경찰이 책임져야 할 공간은 넓다. 사실 군위군(614.29㎢)과 서울(605.25㎢)의 행정면적은 거의 같다. 그러나 군위서 경찰 한 명이 담당하는 면적은 6.14㎢로 서울 평균 0.029㎢ 대비 약 212배다. 실제 112 도착시간에서도 격차가 나타났다. 군위서의 C0 평균 도착시간은 687초(11분 27초)로 서울(221초)보다 7분 46초나 길었다. 무려 3배 이상 차이 났다.
CCTV 등 다른 안전망이 절실하다. 그러나 군위군 CCTV 729대 중 방범과 어린이보호용은 547대에 불과하다. ㎢당 약 0.89대인 데 반해 서울은 약 183대다. 206배 차이다. CCTV를 확충하기 위해선 돈이 필요하지만 군위군 재정자립도는 8.0%에 그치고 있다. '국가 공백'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박주민 의원은 "치안 공백은 인구수나 면적 같은 숫자만으로 책상에서 기준을 정해서는 풀기 어렵다. 오히려 거리가 멀고 사람이 적은 곳일수록 얼마나 세심하게 들여다보느냐에 따라 격차가 크게 벌어지기도 하고 좁혀지기도 한다"면서 "수사와 치안은 어느 한쪽을 줄여 다른 쪽을 채우는 관계가 아니다. 인력을 일률적으로 재배치하기보다 지역별 실제 치안 수요를 면밀하게 예측하고 필요한 곳에, 필요한 시점에 인력과 자원이 닿도록 설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치분권과 균형성장의 시대로 갈수록 이런 필요성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어디에 살든 격차 없는 안전을 누리는 것은 국민의 당연한 권리이자 자치분권 시대에 선결돼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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