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2% 오르면 내 통장엔 4%가 찍힌다?" 듣기만 해도 혹하는 이 달콤한 유혹에 수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몰려들었습니다. 바로 지난 5월 27일 국내 증시에 상장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이야기입니다.
해외 증시로 떠나는 서학개미를 잡고 국내 자본시장의 매력도를 높이겠다며 당국이 빗장을 풀었지만 불과 두 달 만에 증시 변동성 확대의 주범이라는 오명을 쓰게 됐는데요. 급기야 오늘(24일) 금융위원회는 기본예탁금을 대폭 강화하는 고강도 보완책을 당초 예정이었던 8월 초보다 빠른 이달 31일부터 조기 시행하겠다고 전격 발표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일반적인 ETF는 위험을 분산하기 위해 최소 10개 이상의 종목을 담는 것이 원칙입니다. 하지만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ETF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단 하나의 우량주를 기초자산으로 삼아 그 종목의 하루 일간 수익률을 2배(±2배)로 추종하도록 설계된 파생형 상품입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 2배 레버리지 ETF'는 삼성전자 주가가 오늘 3% 상승하면 약 6%의 수익을 냅니다. 반대로 삼성전자가 3% 떨어지면 내 계좌엔 -6%의 손실이 찍히는 구조입니다.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인버스 2배(곱버스) ETF'는 주가가 3% 떨어질 때 오히려 6%의 수익을 얻고 주가가 오르면 배로 손실을 입게 됩니다.
그동안 해외 증시에서는 이 같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 활발하게 거래돼 왔습니다. 특히 지난해 5월 홍콩증권거래소(HKSE)에 CSOP자산운용이 '삼성전자 2배 레버리지 및 인버스 ETF'를 상장시킨 바 있습니다. 이에 정부는 국내상장 ETF와 해외상장 ETF 간의 비대칭 규제를 해소하고 국내 증시의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명분으로 자본시장법 시행령을 개정해 지난 5월 27일 '삼전·닉스' 등 대장주를 중심으로 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국내 상장 길을 열어줬습니다.
문제는 많은 투자자가 레버리지 ETF의 음의 복리 효과를 간과한다는 점입니다. 레버리지 ETF는 누적 수익률이 아닌 '일간 수익률'의 2배를 추종하기 때문에 주가가 오르내림을 반복하면 자산이 점점 깎여나가는 '음의 복리 현상'이 발생합니다. 기초 종목 주가가 오르락내리락하다 제자리로 돌아오더라도 레버리지 ETF는 마이너스 손실을 기록할 수 있어, 장기 투자보다는 단기 대응에만 적합한 구조입니다.
출시 초기 시장의 환호는 컸지만 최근 글로벌 반도체 업황 불안과 맞물려 주가 변동성이 극심해지자 부작용 우려가 터져 나왔습니다. 단기 차익을 노린 자금이 몰리면서 매매 회전율이 치솟았고 유동성공급자(LP)인 증권사들이 레버리지 위험을 헤지하기 위해 원물 주식을 대량 매매하는 과정에서 실제 주식 가격까지 흔드는 현상이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ETF 가치와 시장가 간의 괴리율이 커지는 등 잡음이 잇따랐습니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지난 7월 16일 1차 보완책을 발표한 데 이어, 오늘(24일) 핵심 시행 조치들의 구체적인 세부 로드맵과 '7월 31일 조기 시행'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당초 8월 중 시행 예정이던 기본예탁금 강화 방침을 일주일 이상 앞당겨 신속하게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취지입니다.
오늘 금융위 발표를 비롯해 시장에서 확정된 핵심 규제 축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는 기본예탁금 강화로, 오는 31일부터 현금 3000만원 이상 보유자만 매수를 허용하고 대용증권 미인정 및 T+2일 정산 재설정을 조기 적용합니다. 둘째는 괴리율 관리 강화로, LP의 괴리율 관리의무 기준을 기존 3%에서 2%로 타이트하게 축소하고 페널티를 강화(8월 19일)합니다. 셋째는 거래단위 확대로, 소액 단타 매매를 억제하기 위해 매매수량 단위를 기존 1좌에서 20좌로 늘리는 방안(11월 중)을 추진합니다.
그러나 당국의 이 같은 강력한 규제 폭탄을 바라보는 시장 관계자들과 금융투자업계 내부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 조치를 두고 "소액 투자자를 보호한다는 명목은 있지만 결과적으로 개인의 투자 기회를 박탈하고 자유로운 시장 접근을 막는 행정편의주의적 규제"라는 냉정한 평가가 나옵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예탁금 상향이나 투자자 교육 강화 같은 규제는 이미 해당 상품으로 자금이 수십조원가량 집중된 뒤에 나온 뒤늦은 보완책이라 실효성이 아주 크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최근 장세의 극심한 변동성을 겪으며 투자자들이 레버리지 ETF의 특징과 장단점에 대해 스스로 학습하고 인지하게 된 측면이 있어, 레버리지로만 쏠리던 투기성 수급도 점차 완화되는 방향으로 가길 기대한다"고 전했습니다.
또 다른 금투업계 관계자는 당국의 규제 방식 자체를 강하게 꼬집었습니다. 그는 "투자자들이 국내 규제가 답답해지면 해외 시장의 3배, 5배 고배율 상품이나 크라켄 등 글로벌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주식 기반 토큰으로 갈아타 불편을 감수하게 될 것"이라며 "국내에서 억지로 틀어막아 봤자 해외로 나가는 투자자들의 불편만 늘어나고 정작 국내 운용사들의 글로벌 경쟁력만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그는 "주식 시장은 늘 정부 정책보다 한두 발짝 먼저 움직이기 때문에 당국의 완벽한 통제란 불가능하다"며 "완벽한 통제책을 만드는 데 골몰하기보다는, 시장의 자율성이 어떻게 우리나라 자본시장에 이롭게 움직이게 할 수 있을지 본질적인 고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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