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명동에 펼쳐진 노팅힐…'1조 헤지스', AI로 수주회 판 바꾼다

  • 제품 진열 넘어 공간·스토리·AI 주문 결합

  • 프랑스·중동·태국·인도 등 해외 진출 계획

김훈 헤지스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23일 서울 명동 LF 헤지스 플래그십 스토어 ‘스페이스H 서울’에서 열린 글로벌 수주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조재형 기자
김훈 헤지스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23일 서울 명동 LF 헤지스 플래그십 스토어 ‘스페이스H 서울’에서 열린 글로벌 수주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조재형 기자]

23일 서울 명동에 있는 LF 헤지스 플래그십 스토어 ‘스페이스H 서울’. 런던 포토벨로 마켓에서 따온 민트색 공간을 지나자 핑크와 그린, 레드, 오렌지로 이어지는 2027년 봄·여름(SS) 컬렉션이 펼쳐졌다. 전시를 둘러본 해외 바이어들은 엑셀 주문서 대신 인공지능(AI) 디지털 룩북에서 착장을 확인했다. 런던 노팅힐의 스토리와 서울의 감성, AI 주문 시스템을 한데 묶은 헤지스의 새로운 글로벌 수주회다.
 
헤지스는 다음 달 7일까지 이곳에서 2027년 SS 시즌 글로벌 수주회를 연다. 약 1200㎡ 규모의 건물 전 층에는 헤지스가 내년 상반기 판매할 800여개 제품이 전시됐다. 시즌 주제는 ‘노팅힐-더 컬러 오브 런던’이다. 헤지스는 브랜드의 이야기와 착장을 함께 보여주는 ‘브랜드 경험형 수주회’를 내세웠다. 김훈 헤지스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는 “옷만 디자인하는 게 아니라 분위기와 이야기를 함께 만들었을 때 사람들은 컬렉션을 더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며 “젊은 세대가 가장 열광하는 도시인 서울과 런던의 노팅힐을 자연스럽게 연결해 컬렉션에 담아냈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영국 포토벨로 마켓의 빈티지한 색감에서 시작한다.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갈수록 소재는 가벼워지고 색상은 선명해진다. 영국 원단 브랜드 리버티가 헤지스를 위해 제작한 프린트에는 헤지스 로고와 브랜드 상징인 잉글리시 포인터가 들어갔다. 한국적 요소는 전면에 드러내기보다 색과 소재에 녹였다. 1.5층의 아이코닉 컬렉션에는 오방색을 적용했다. 2.5층에 꾸며진 데님 라인 ‘헤지스 블루’는 염색하지 않은 무명에서 짙은 쪽빛으로 변하는 과정을 담았다. 달항아리의 곡선을 데님 실루엣으로 표현하고, 박영애 침선장과 남은 원단을 활용한 조각보 작품도 만들었다.
 
해외 바이어들이 23일 서울 명동 LF 헤지스 플래그십 스토어 ‘스페이스H 서울’에서 매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조재형 기자
해외 바이어들이 23일 서울 명동 LF 헤지스 플래그십 스토어 ‘스페이스H 서울’에서 매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조재형 기자]


헤지스 사업부장인 최우일 상무는 헤지스 블루를 차기 글로벌 전략 컬렉션으로 꼽았다. 최 상무는 “데님을 한 가지 아이템이 아니라 다양한 상품을 만들 수 있는 소재로 보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헤지스 블루만으로 해외 매장 하나를 꾸밀 수 있을 정도로 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헤지스는 이번 수주회를 기점으로 인공지능(AI)을 도입했다. 바이어는 AI로 만든 디지털 룩북에서 전체 착장을 확인한 뒤 상품별 소재와 가격, 사이즈를 살펴보고 주문 수량을 입력한다. 상품을 장바구니에 담으면 주문이 자동 합산돼 글로벌 기업 간 거래(B2B) 시스템으로 전달된다. 최 상무는 “현장의 스토리텔링이 실제 주문까지 이어지도록 했다”며 “상품기획과 품평, 수주, 세일즈 업무도 단순해졌다”고 했다.
 
해외 시장도 넓힌다. 지난해 매출 1조원 고지를 밟은 헤지스는 중국 600개, 대만 18개, 베트남 9개, 러시아 2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 9월 홍콩 첫 매장을 준비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태국과 인도 진출을 추진한다. 프랑스와 중동에서도 현지 파트너를 찾고 있다. 안용석 해외사업부 상무는 “헤지스는 직접 진출보다는 파트너십을 통한 현지 진출을 지향하지만 필요하다면 공동투자나 합작 형태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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