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평협 "변리사법 개정안 '셀프 감정'…이해 충돌 조항" 반발

 
사잔한국감정평가사협회
[사잔=한국감정평가사협회]

 
한국감정평가사협회가 국회에 계류 중인 변리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두고 "이해충돌을 법으로 용인하는 독소조항"이라며 강력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한국감정평가사협회는 "올해 3월부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논의 중인 변리사법 개정안에 대해 지식재산처(이하 지재처)에 지속적으로 반대 및 수정 의견을 전달했으나, 원론적인 답변만 돌아오고 있다"고 6일 밝혔다.
 
협회가 가장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하는 대목은 개정안 제7조의5(감정 결과의 제출 등) 제1항 제1호다. 해당 조항은 변리사가 자신이 직접 대리해 출원한 특허, 실용신안, 디자인, 상표에 대해 발명 평가 등의 감정(가치평가) 업무를 직접 수행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협회는 이에 대해 “자신이 대리한 특허를 자신이 직접 평가하는 이른바 ‘셀프 감정’을 법적으로 허용하는 꼴”이라며 “가치평가 시장의 생명인 객관성과 공정성을 정면으로 무너뜨리는 규정”이라고 비판했다. 시장에 허위 특허 출원이나 부실 평가 등 불법 행위를 조장할 수 있는 잘못된 신호를 주게 되고, 궁극적으로는 국민 경제에 막대한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감정평가사(감정평가법 제25조), 변호사(변호사법 제51조), 공인회계사(공인회계사법 제21조) 등 국내 주요 전문자격사 제도는 이해충돌 소지가 있거나 불공정 업무 수행 우려가 있는 경우 관련 업무를 법률로써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변리사법 개정안만 이 같은 전형적인 이해충돌 상황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역행하고 있다는 것이 협회의 설명이다.
 
협회는 그동안 갈등 해소를 위해 지재처에 수정안과 양 업계 간의 상생 방안을 꾸준히 제안해 왔으나, 지재처 측이 ‘수정 불가’ 방침만 고수하며 형식적인 의견 수렴 절차만 밟는 등 명분 쌓기에만 급급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지난 3월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지재처장이 ‘관련 단체와 충분한 협의를 거쳤다’고 답변한 취지 역시 사실과 다르다고 일축했다.
 
아울러 협회는 과거 발생했던 특허권 부실 가치평가 사례의 재발을 막기 위해 개정안 내 변리사 징계 규정을 대폭 강화하는 등 국가 차원의 엄격한 관리 감독 체계가 법률에 명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길수 감정평가사협회 회장은 “이번 사안이 단순히 전문자격사 간의 밥그릇 싸움이나 업역 다툼으로 비치는 것을 경계한다”며 “지식재산권 가치평가는 감정평가사의 평가 전문성과 변리사의 기술 전문성이 결합하는 ‘협업’이 필수적인 분야인 만큼, 개정안이 대립의 불씨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한 감정평가업계 관계자는 “가치평가는 의뢰인 등으로부터 독립적인 위치에서 객관성 있는 경제적 가치로 판정되어야 하는데, 이번 개정안은 자신이 대리한 물건을 자신이 평가하는 이해충돌을 법으로 인정해 주고 있는 셈”이라며 “의뢰인 입맛에 맞는 평가가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어 위법을 조장하는 개정안이 될 위험이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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