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기본·원칙·상식] 집값보다 무서운 것은 이자다

부동산 시장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관심은 늘 집값에 쏠려 있다. 서울 아파트가 얼마가 올랐는지, 어느 지역이 신고가를 기록했는지, 공급이 부족한지 넘치는지가 주요 뉴스가 된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의 역사를 길게 살펴보면 집값보다 더 중요한 변수가 있다. 바로 금리다. 집값은 오르기도 하고 내리기도 하지만 금리는 한 사회의 자산시장과 소비, 투자, 부채 구조 전체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향후 추가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국은행 역시 물가와 가계부채 문제를 고려할 때 추가 금리 인상 압박을 받고 있다. 시장에서는 연내 한두 차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점치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리 인하를 기대하던 분위기가 어느새 다시 긴축을 걱정하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사실 지난 10여 년간 한국 사회는 저금리에 익숙해져 있었다. 집을 살 때도, 주식을 투자할 때도, 사업을 확장할 때도 낮은 금리는 당연한 전제처럼 받아들여졌다. 대출 부담이 크지 않았기 때문에 자산 가격은 상승했고, 부채를 활용한 투자도 자연스러운 선택으로 여겨졌다. 부동산 가격 급등 역시 저금리 환경이 만들어낸 결과 가운데 하나였다.

그러나 금리가 오르기 시작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집값이 그대로여도 이자 부담은 늘어난다. 10억원짜리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다고 해서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그 집을 사기 위해 빌린 돈의 비용이 커지는 것이 문제다. 실제로 자산시장의 위기는 가격 하락보다 현금흐름 악화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부동산 시장이 흔들리는 순간도 집값 자체보다 원리금 상환 부담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도달할 때 나타난다.

이는 가계만의 문제가 아니다. 기업 역시 마찬가지다. 저금리 시기에는 버틸 수 있었던 사업 모델이 고금리 환경에서는 한계를 드러낸다. 수익성이 낮은 기업은 차입 비용 증가를 감당하지 못하고 구조조정 압박에 직면하게 된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문제 역시 결국 돈의 가격이 오르면서 발생한 현상이다. 시장은 늘 부동산 경기를 이야기하지만 실상은 금융 비용의 문제인 경우가 많다.

정부도 예외는 아니다. 국가채무가 늘어난 상황에서 금리 상승은 재정 부담을 키운다. 같은 규모의 채무를 유지하더라도 이자 비용은 증가한다. 결국 미래 세대가 부담해야 할 비용도 커진다. 고금리는 가계와 기업, 정부 모두에게 동시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인 셈이다.

더 큰 문제는 한국 경제가 세계 최고 수준의 가계부채를 안고 있다는 점이다. 부채가 적은 경제에서는 금리 인상이 성장 둔화 정도로 끝날 수 있다. 그러나 부채가 많은 경제에서는 소비 감소와 투자 위축, 자산시장 조정이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 경제의 체력이 아니라 부채의 무게가 성장의 발목을 잡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것은 집값 전망에 대한 끝없는 논쟁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금리 상승기에 견딜 수 있는 경제 체력을 만드는 일이다. 가계는 과도한 레버리지에 의존하는 소비와 투자를 줄여야 하고, 기업은 차입이 아닌 생산성과 기술 경쟁력을 통해 성장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정부 역시 단기 경기 부양보다 재정 건전성을 고려한 정책 운용이 필요하다.

많은 사람들은 앞으로 집값이 오를지 내릴지를 묻는다. 그러나 진짜 질문은 따로 있다. 금리가 오르는 시대에 우리는 그 이자를 감당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집값은 시장이 결정하지만 이자는 현실이 결정한다. 그리고 언제나 사람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자산의 가격이 아니라 매달 빠져나가는 현금이다.

집값보다 무서운 것은 결국 이자다.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앞에 붙어 있는 대출상품 관련 현수막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앞에 붙어 있는 대출상품 관련 현수막.[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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