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셋째 월요일은 성년의 날입니다. 만 19세, 법적으로 한 사람의 어른이 되는 나이죠. 그런데 신기하게도 사람의 입속에서도 비슷한 시기에 제3대구치가 나오고는 합니다. 10대 후반기나 20대 초반에 나오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사랑을 시작하는 나이라고 하여 ‘사랑니’라 하고, 영어로는 대학생이 되고 지식을 쌓는 나이라 하여 ‘wisdom tooth'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사랑니가 있다고 하면 모든 환자의 반응이 거의 똑같습니다. “진짜요? 몇 개나 있어요? 뽑아야 하나요?” 라고 하며 난색을 표하지요. 결론부터 말하면, 사랑니라고 무조건 다 빼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빼야 할 사랑니를 방치해두면 사랑니 앞에 있는 두 번째 어금니에까지 악영향을 미치고, 두개의 치아를 모두 뽑게 될 수도 있습니다. 핵심은 '판단 기준'을 아는 것입니다.
뽑아야만 하는 사랑니는 그럼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가장 정확한 것은 치과에 내원하여 엑스레이 등의 검사결과를 바탕으로 치과의사와 상의하는 것입니다만, 오늘은 성년의 날을 맞이하여 쉽게 알아보는 사랑니 발치의 다섯 가지의 기준을 소개합니다.
첫 번째, 사랑니가 잇몸 위로 일부만 나와 있는 '부분 매복' 상태가 가장 흔한 발치 대상이 됩니다. 앞 어금니(제2대구치)와 사랑니 사이에 자꾸 음식물이 끼고, 칫솔이 닿지 않아 자꾸 그 주위가 붓는다면 더욱 더 확실한 사인(sign)이 됩니다. 이런 사랑니를 놔둘 경우, 결국 염증, 통증, 충치, 물혹 등의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어 발치가 필요합니다.
두 번째, 인접 어금니(제2대구치)의 충치 · 뿌리 손상이 시작된 경우입니다. 수평으로 누워 자라는 '수평 매복 사랑니'가 대표적인 경우에 해당합니다. 누워 있는 사랑니가 앞에 있는 어금니의 뿌리를 압박하거나 뿌리 옆면에 충치를 일으킬 수 있는데, 이 경우에 사랑니를 빼지 않으면 멀쩡한 제2대구치까지 함께 잃게 됩니다.
세 번째, 사랑니가 위치한 자리 주위에 염증이 생겨 통증과 발열이 반복되고(치관주위염), 더 나아가 입이 잘 벌어지지 않는 개구 제한 등의 증상이 있는 경우 뽑는 편이 좋습니다. 특히 이런 증상은 한 번 발생하면 재발이 잦습니다. 게다가 우선 염증을 가라앉힌 뒤에 발치하는 것이 원칙이므로 원한다고 해서 그날 바로 사랑니를 뽑지 못할 수도 있으므로 미리 병원에 가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네 번째, 사랑니를 포함한 주변으로 낭종(물혹)이나 종양이 동반된 경우 이를 방치하면 점점 커지면서 턱뼈까지 녹이는 양상을 보입니다. 간단하게 파노라마 엑스레이만을 찍어보아도 알 수 있으며, 진단을 받았다면 빠른 시일 내에 발치가 필요합니다.
다섯 번째, 교정 치료를 계획 중인 경우에 있어서 교정의사가 사랑니발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는 사랑니 발치를 시행합니다. 사랑니 자체로 교정 진행에 방해가 될 수도 있고, 교정치료로 애써서 확립한 치열이 사랑니 때문에 망가질 수도 있습니다. 대부분 교정치료를 시작하기 전이나 교정 치료 중에 사랑니를 발치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분명 무조건 뽑아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는데, 그렇다면 뽑지 않고 두고 봐도 되는 사랑니에는 어떤 경우가 있을까요?
첫 번째, 사랑니가 똑바로 잘 자랐고 사랑니가 다른 치아와 마찬 가지로 잘 맞물려 씹기 기능을 할 수 있다면 반드시 뽑을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가장 목구멍 깊은 안쪽에 있는 치아이므로 다른 치아들보다 더욱 더 청결 관리가 어렵기 때문에 6개월마다 충치나 잇몸병이 생기지는 않았는지 정기검진을 받아야 합니다.
두 번째, 잇몸 뼈 안에 완전히 묻혀 있고, 통증도 없으며, 옆 치아에 영향을 주지 않는 사랑니는 굳이 흔들어 깨워 뽑을 필요가 없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1년에 한 번 정기적인 엑스레이 검사로 지켜봅니다.
세 번째, 큰 어금니가 많이 썩어서 뽑아서 없어진 경우 혹은 드물게 큰 어금니 결손으로 태어난 경우에 있어서 사랑니를 향후 현재 없는 큰 어금니 대용으로 이식하거나 교정치료를 통하여 사랑니를 배열하여 활용 가능한 경우에 있어서는 잘 보존해야 합니다.
‘슬미로운 치아백서’에서 성년의 날에 사랑니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단순한 시의성 때문만은 아닙니다. 이 시기가 사랑니 발치에 객관적으로 가장 안전한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사랑니도 점점 더 자라서 치아 뿌리는 길고 단단해지며, 사랑니가 묻혀 있는 치조골 역시 더욱 더 딱딱하게 굳어, 사랑니 발치에 걸리는 수술 시간 · 통증 · 신경 손상 및 각종 합병증 위험이 모두 증가합니다. 질병관리청에서도 "사랑니 발치는 보통 20세 전후가 적기로, 나이가 들수록 뼈가 단단해져 수술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성년이 된다는 것은 내 몸에 대한 결정을 스스로 내리고 책임질 줄 알게 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사랑니는 무서워서 미루거나, 누가 빼라고 해서 무작정 빼는 치아가 아닙니다. 파노라마 엑스레이 한 장과 삼차원 CT 한 번, 그리고 치과의사의 상담을 받으면 내 사랑니가 위의 5가지 신호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 명확해집니다. 올해 성년의 날, 어른이 된 자신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실속 있는 선물 중 하나는 어쩌면 사랑니 검진 예약이 아닐런지요.
서울대학교 치의학 전문대학원 석사
보건복지부 통합치의학 전문의
현 치과의사 겸 의료 전문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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