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남은 SAF 의무화] 정부·정유·항공 폭탄 돌리기...SAF 찾아 4200km 떨어진 창이공항 가나

  • SAF 1% 의무화 코앞…국내 생산·원료 확보 모두 '제자리'

  • 수급 주체 불명확, 내년 1월 공급 부족 우려도

인공지능이 생성한 이미지 [사진=ChatGPT]
인공지능이 생성한 이미지 [사진=챗GPT]

내년부터 국제선 항공편에 지속가능항공유(SAF) 1% 혼합 의무화가 시행되지만 정부와 정유·항공업계가 비용 부담과 공급 책임을 두고 뚜렷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면서 혼선이 예상된다. 업계에선 국내 항공사들이 SAF 공급 부족으로 인천 공항 대신 앞서 의무화를 추진한 싱가포르 공항 등에서 SAF를 수급하는 황당한 상황이 펼쳐질 가능성에 대해 우려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항공사는 현재 유럽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10여개 노선에 대해 현지 공항에서 SAF 2% 의무화 급유를 진행 중이다.

A 항공사 관계자는 "국제 유가 상승에 이어 높은 SAF 가격 부담으로 인해 델타항공 등 글로벌 항공사는 이달 들어 '2030년 SAF 10% 혼합' 등의 목표를 철회한 상황"이라며 "내년 국내 SAF 의무화 도입에 맞춰 수급 불안이 생기지 않도록 정부가 (SAF 수급 주체에 대한) 교통 정리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SAF는 폐식용유, 생활 폐기물, 바이오매스 등 비화석 원료를 활용해 만든 친환경 항공유다. 탄소 저감이라는 본래 취지와 별개로 기존 항공유 대비 3~5배 비싼 가격 탓에 항공사 비용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 또 국내 생산 시설 및 원료 부족에 따른 수입 의존도 심화 등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유류비가 전체 영업비용의 20~30%를 차지하는 항공사 입장에서 고유가 국면 속 비싼 SAF까지 의무적으로 도입해야 해 걱정이 크다. 항공권 가격 인상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사진아주경제DB
[사진=아주경제DB]

B 항공사 관계자는 "고유가 국면에서 항공권 가격에 SAF 도입 관련 비용을 모두 전가하기도 쉽지 않다"며 "상대적으로 저렴한 국가에서 SAF를 수입하거나 싱가포르 등에서 SAF를 대량 급유하고 국내에서 추가로 항공유를 넣어 비율을 맞추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싱가포르는 글로벌 SAF 생산 거점을 기반으로 올해부터 1% 혼합 의무화를 시행하며 아시아 허브 지위를 선점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SAF 생산에 갤런당 최대 1.75달러의 세액공제를 제공하는 등 자국 중심 공급망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본도 2030년 SAF 10% 대체 목표 아래 정부 주도로 원료 확보부터 생산까지 공급망을 꾸리는 중이다.  

국내도 내년 1월 1일부터 SAF 1% 의무화가 시행되며, 연내 2030년 혼합의무비율을 확정할 방침이다. 다만 의무화 시행을 앞두고도 주체별 명확한 합의가 없어 설비 투자 지연과 원재료 공급 부족 등 구조적 한계를 해소하지 못한 상태다. 업계에선 지금처럼 정책 지원과 투자 결정이 지연될 경우 향후 수조원대 SAF 수요를 해외 수입에 의존하는 '에너지 종속' 구조가 고착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국내 생산 기반이 아직 충분하지 않은 만큼 내년 초 수급 대란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재 국내 정유사들은 기존 정제설비 일부를 활용하는 '코프로세싱' 방식으로 SAF를 소량 생산하고 관련 기술 개발을 준비 중이지만, 제한적 대응 수준에 그친다. 전용 생산 시설과 달리 수율이 낮아 장기적인 공급 확대에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SAF 전용 시설을 하나 짓는 데 1조원 안팎이 드는데, 최근 업계 실적이 좋지 않아 투자 여력이 크지 않다"며 "폐식용유 등 원료 조달 방안도 마련되지 않아 투자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SAF 관련 투자에 난색을 표하는 정유업계에 대한 정치권 압박이 거세다. 지난달 여당 주도로 발의된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사업법 개정안에는 정유사가 생산·수입한 전체 항공유에 일정 비율 이상의 SAF 혼합·공급을 의무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법안이 현실화하면 정유사에 수조원대의 막대한 투자비용 부담이 전가되고, 비싼 SAF 혼합에 따른 항공유 가격 상승으로 수출 실적 악화도 우려된다.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부·국토교통부는 국내에서 소비되지 않는 수출 항공유 물량까지 SAF 의무 혼합 대상에 포함하는 것에 반대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SAF 핵심 원료인 폐식용유 확보도 문제다. 업계에 따르면 SAF 1% 의무화가 시행되면 연간 약 35만~40만t의 폐식용유가 필요하다. 반면 국내에서 수거되는 폐식용유는 연간 15만t 수준에 불과하다.

정부 관계자는 "국내에서 발생하는 폐식용유를 모두 끌어모아도 SAF 의무 물량을 맞추기엔 많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결국 해외 수입을 병행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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